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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시(市)에서 조촐한 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한다고 했다.
주제는 "군포시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시민들의 행복해 하는 모습"
1등은 "디카" 2등이 뭐였더라... 엠피쓰리?

나는 그간 찍어 두었던 사진첩을 들척이고 있었다.
" 어디보자... 어느사진이 괜찮은가...?"
한참을 고심한 끝에 가장 그럴듯한 사진 세장을 골라냈다.
" 음~ 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
디카나 엠피쓰리는 아니라도 좋다 부디 입선이라도 해서 내 사진이 거리에 나붙을 수 있다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봐 줄 수만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승산은 있어 보였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다. 군포시 어디가 아름다운 줄은 내가 익히 잘~ 알고 있었으니까...

-- D-Day 15 일 --
그간 돌아봤던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골라 재차 사진촬영을 했다.
그리고 앞전 사진과 비교해 더 선명하고 좋은 구도의 사진을 골라냈다.
" 아~ 이러다 혹 일등하는거 아니야 ~ "
내심 욕심도 생긴다.

-- D-Day 7 일 --
집에서 쓰는 인터넷에 문제가 생겨 한통의 A/S방문을 받았다.
기사에게 시원한 캔콜라를 대접해 드리고 우연찮게 말문이 트인 두 사람 결국 사진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급기야 내 사진첩을 받아들고 한번 쭉~ 훑어본 그 기사 曰
" 사진 콘테스트에 출품하지 마시오~ " 한다.
" 살아있는 사진을 찍으라 ~ "
사진에 일가견 있다던 그 한국통신 기사의 말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다면 그 아름다움을 더욱 생동감있게 연출시켜줄 어떤 동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쉽게말해 가서 언제든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면 작품이 아니란 말이었다.
일테면 소나무 하나를 찍더라도 가지에 달이나 구름이 보기좋게 걸려있을때 셔터를 눌러야 작품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카메라를 항상 휴대하고 생활한다면 모를까 그것은 어찌보면 쉬우면서도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부끄러웠다 "사진"에 "사"자도 모르며 콘테스트 운운했으니...

-- D-Day --
나는 사진을 출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콘테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지냈다.

-- 8월 어느 무덥던날 --
차를 두고 가 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모처럼 전철로 출근했다.
산본역을 막 들어서는데 입구 게시판에 사진 여러장이 걸려있는 것이 눈에 띈다.
혹시 하고 유심히 살펴보니 아니다 다를까 지난 5월에 있었던 콘테스트 수상작 들이다.
"아차... 그런일이 있었지...^^"
순간 구미가 당긴 나는 작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야경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불꽃축제까지 잡아낸 입선작.
계단을 내려오는 노파의 손을 따듯하게 감싸쥔 젊은이.
그리고... 특이한 것은 수상작 대부분이 사진의 주제를 인물에 두고 있었다.
기대했던 군포시의 아름다움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의외다.
그동안 내 사진의 관심사는 온통 "군포시의 자연"이었는데, 당연 수상작들도 상당수가 "자연과 도시의 조화" 그런거 일거라 생각했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 축제를 즐기고 휴일 나들이를 하고 전철을 타고 내리며, 심지어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고르는 특별할거 하나 없는 일상에서의 평범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사진의 주제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평범하기 짝이없던 너무나 평범해 그저 시큰둥하고 말았어야 할 그 인물사진들이 그동안 내 관심사였고 몇점 안되는 자연을 담은 사진보다 오히려 더 진하게 내 가슴속에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그게 바로 한통기사가 말했던 살아있는 사진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장 한장 속에 인물의 표정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보는 이에게 슬픔을 주고 기쁨을 주고 웃음을 주기도 하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진한 휴먼드라마처럼...

특히 맨 마지막에 전시되어 있던 화니상(1등)은 그런 사진의 절정이었다.
"운동장에 무슨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뭔가 잔뜩 주시하며 신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금방이라도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미소"
괜히 일등상을 주었을까 만큼 순간포착이 뛰어나 보이는 그 사진은 나를 삽시간에 그 옛날 시골학교 운동장에 그대로 옮겨 놓는다.
엄마 따라 구경간 누나학교 가을 운동회.
나도 누나쪽 편이 되어 머리에 파란띠를 두르고 저렇게 운동장에 앉아 있었지~
내 눈은 작대기 높이 걸려있는 커다란 박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신없이 두들겨 맞은 흥부네 박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자 그 안에 있던 오색의 반짝거림이 조금씩 아래로 늘어지고 쏟아지고 흩날리기 시작하며, 파란색이 하얀색을 막~ 이기려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 그 광경을 신비롭게 바라보며 미소짓던 여섯살 아이의 표정이 지금 이 사진에 그대로 들어있는 것이다.

세파에 찌듦이라고는 손틈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래서 금새 오염되어 버릴것만 같은 아주 순수한 웃음이 말이다.
" 아~ 저렇게 천진난만하고 귀여울 수가..."
얘들아 그 해맑은 미소 부디 오래오래 간직하거라.
20년쯤 지나 사진속의 얼굴들이 모두 성인이 되어도 지금처럼 똑같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길 바라며...

지금 내 나이 어느덧 마흔 나는 그런 미소를 짓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 잃어버렸다.
어쩌면 지금 내가 웃는 웃음은 슬슬 세상살이에 찌들어가는 다시말해 산절수절 다~ 겪어가는 그런 헛웃음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나는 부동산에 빠져 있었다.
집값이 오르면 웃고 내리면 울상을 짓는 생활의 연속..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 버린것이다.
신문이나 각종 정보지를 펼치면 온통 재태크 기사다, 아무리 자기 PR시대라지만 내가 사는고장 띄우기 까지는 좋다 남의 고장 못깎아 내려 안달이니 가만히 있다가는 큰코다치는 세상이 되어버린것이다.

지식인도 문화인도 사라져버렸다.
그들도 아마 어느곳 개발지에 투자를 했는지, 아님 명색이 부자라서 언론이 자기고장 띄워주는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는지 모두들 아무말이 없는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부자가 살지않는 동네, 개발지가 아닌 동네는 언론의 푸대접을 면하기 어려웠다.
언론이 이 지경이니 한술더떠 많은 사람들에게 자칫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오해까지 살 정도까지 된 것이다.

따라서 내가 그동안 찍었던 풍경사진들은 방어차원 이었다.
"내고장 "산본" 그렇게 나쁜곳 아님니다~" 하는 또 세상살이가 변하듯 사진 역시 찍다보니 최면에 걸려 마치 그 사진이 내눈엔 예술사진처럼 보였었나보다 기가찰 노릇이다.

이제 그만 나도 살아있는 사진을 찍어야 겠다.
고작 "자료사진" 즉 인물계통으로 본다면 "증명사진" 에 해당하는 사진들만 잔뜩 찍어 놓고서 무슨 풍경사진의 대가인듯 호들갑을 떨었으니 그나저나 그 한통기사 다시 만난다면 얼굴을 들 수 없을것 같다. 부끄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