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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재촉하는 비는 밤을 샜습니다.

온 땅이 촉촉해지고 아스팔트가 반지르르 광택이 납니다.

길가에 늘어선 코스모스며 해바라기 꽃잎이 송알송알 빗물이 맺혀 싱그럽습니다.

하룻밤 새 벌건 색이 오른 가로수 잎 새가 서둘러 단풍채비를 나섭니다.

고 새를 못 참고 채근을 하던 성질 급한 나뭇잎 새는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지레

바닥을 나뒹굽니다. 채 물들지 않은 잎들이 바닥에 수북이 쌓였습니다.

완연한 가을이 성큼 들어섰습니다.

이 비가 가고 나면.




최근 3년 전 당시를 떠 올리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언론은 물 만난 고기떼 마냥 호들갑을 떨며 부채질을 해대는 바람에 우리 경제

가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습니

다. 또 한 차례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지난 2008년에도 국내외의 비관론을 이겨내며 위기를 극복했고

오히려 경제 체질은 더 강해졌습니다. 결국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셈입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전후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한 한국은,

1997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망할 나라였다며 그해 10월 14일자에는 아예 한 면을 다

채워 한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위기의 진원은 정작 방만한 경제운용

을 한 미국과 유럽인데,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허리띠를 졸라맨 한국경제에 독설을

쏟아냈던 것입니다.




지난 9월 21일 그 독설을 쏟아냈던 FT가 이른바 위기를 앞두고 다시 기사를 썼습니

다.

“펀더멘탈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을 확률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

장 낮다.”고.




현재의 글로벌위기가 수습단계인지 아니면 이제부터 시작인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그 어떤 경우이든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2008년 위기 역시 한국을 G20의 모범생으로 만들어 줬고 한국기업들을 글로벌 시장

의 톱 레벨에 올려놨지 않았냐며 말입니다.




그리스 문제가 점차 봉합국면에 접어들면서 위기설의 반격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리먼사태와 지금은 다르다는 이유에섭니다.

리먼사태가 일어났을 당시 우리나라의 경상 수지는 석 달 연속 적자상태였었지만 올

해 들어 경상수지는 18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외환보유액도 2008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8월말 외환보유

액은 2008년8월 대비 700억 달러 가량 많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대외 채무가 줄었고 게다가 전체외채 중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

폭 줄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의 부침에 크게 영향 받는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가 줄었다는 건 금융

시장의 안정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외채의 성격이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국내에 자금이 오래 머물 가능성이 큰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급증한 것입니다. 반면,

은행 차입금의 비중은 급감했습니다.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만기가 돌아올 때 까지 투

자자금이 국내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을 흔드

는 것을 억제해주는 완충장치 기능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두 차례의 위기를 거치면서 높아진 위기 대응 능력도 보이지 않는 자산입

니다.

최근 원화환율이 급등하며 외환당국도 바짝 긴장했지만 과거처럼 패닉에 빠지진 않았

습니다. 오히려 그리스 사태가 가닥을 잡으면서 급속히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입니

다. 다른 나라에서도 투자대상이 마땅찮은데다 여전히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이 양호하

고 통화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어섭니다.

국내 금융건전성 지표들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만기가 돌아와 갚아야할 자금보다 실제 차입한 자금이 더 많아 외화 유동성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 때와 다른 점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찰 만큼 끝도 없습니다.

작년 4월 국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2에서 A1 로 끌어 올렸

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환율과 주가 등 금융지표 움직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내부의 동요가 일어나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금 새 진정될 상황이라는 것입

니다.

지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극복해나갔듯 지금은 미래를 보고 의연히 일어날 때이지

위기 운운하며 주저앉을 때는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은 며칠 사이 급매물 몇 건이 늘었습니다.

언론이 하도 호들갑을 떨어댄 탓에 매수세가 도통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은 탓이겠

지만 급하게 팔아야할 매물 두세 건이 1000만~2000만원 가격을 낮춘 것입니다.

그 새 급매물 한건이 팔렸고 급매물을 찾는 전화는 늘지는 않았어도 간간합니다.

2008년 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인식에 대체로 수긍은 하면서도 조심스런 기색은

역력합니다. 간혹 그때를 떠올리며 매수기회를 엿보는 기대에 찬 문의전화가 있지

만, 자세한 시장상황 설명에는 다소 의외라는 듯 힘없이 전화를 내려놓기가 일쑤입니

다.

침체가 계속되는 양상이긴 해도 그때의 망연자실한 징후는 털끝만큼도 찾을 수가 없

습니다.

일부 신문기사의 내용처럼 리먼사태의 조짐은커녕 다해봐야 기껏 1000만~2000만원 가

격을 낮춘 급매물 몇 건이 묵묵히 현장을 말해줄 따름입니다.




집값이 오를지 여부보다는 당장 살기 편한 조건을 따지는 주택 수요자들이 늘어났

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최근 설문조사 결과는 주변교통과 교육, 녹지율 등 입지조

건을 가장 중시했다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2000

년대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주택의 브랜드화가 점차 일반화되면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입지 조건별 중요도는 교통 편리성이 가장 높았고 쾌적성, 편의시설, 교육환경, 커

뮤니티 순이었습니다. 직주접근 경향이 강해지면서 교통의 순위가 2005년 대비 2계

단 올랐고 교육환경은 중요성이 다소 떨어졌습니다.




살기 편한 조건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땅에 떨어진 때에 투자성까지,

게다가 위기라 일컬을 만큼 바닥시세입니다.




한번쯤 곰씹어 볼 말이 틀림없습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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