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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게 쉬고 난 표정치고는 어째 개운치가 않습니다.

한걸음에 내달을 것만 같던 날씨가

추석명절이 지나고서도 아직 그 모양 그 타령입니다.

한낮은 아직 늦더위가 한창이고,

게다가 하늘은 잔뜩 찌푸렸습니다.

추석이 끝나면 완연한 가을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다소 섭섭하기는 해도,

그렇다고 별반 급할 것도 없습니다.

이미 가을은 다 왔으니까.

계절이 희망차고

충분히 행복하니까.




추석은 쇠고 보자던 시장입니다.

전세 값이 숨을 몰아쉬며 가파르게 달음질을 치는 데도 매매시장은 덤덤하던 게 추

석 전의 시장입니다. 치솟는 전세 값에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골머리를

싸매던 당국으로서는 잠시라도 한숨을 돌릴 시간을 벌 수 있어 내심 반겼을 테고, 현

장에서는 추석을 쇠고 나면 가을성수기를 틈타 매매시장이 활기를 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춤추는 전세 값 때문에 수도권의 소형아파트가 팔리면서 주택시장의 빗장이

풀려 추석이후 거래가 살아나지 않을까 했습니다.




아직은 감을 잡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추석연휴이후 제자리를 차지 못한 탓이라 움직임을 예단할 수 없는 점이 가장 큰 이

유겠지만 추석연휴 기간 동안 당국이나 대내외인 환경에 내세울만한 뚜렷한 변화를

발견할 수 없었던 점이 섣부른 예측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다만 연휴기간에도 불구하

고 전세를 찾는 결코 적지 않은 전화로 전세난만은 예전의 그것을 능가할 것이란 추

측이 가능할 뿐입니다.




추석연휴가 시작된 토요일은 꽤나 북적댄 하루였습니다.

그렇다고 거개가 성사됐다거나 사무실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방문객으로 꽉 차 정신

을 차리지 못할 정도라서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썰렁하기만 한 시장에 비추어서는 제법 바쁜 하루를 보낸 정도지만 추석연휴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 일주일이가야 방문객은커녕 매수문의도 뜸한 실정을 감안하면 북적댔

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라는 얘기일 뿐입니다. 고작 전세를 찾는 한명과 매수

를 생각하는 두 명이 전부이니 말입니다.




결국 전세를 찾는 이는 마땅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시장에 전세매물이 동이 난 탓입니다. 물론 추석이후에 다시 찾아온다는 약속을 하

긴 했지만 그것도 그때 가봐야 아는 일입니다. 하루 종일 부산을 떨었지만 추석이후

를 기약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잠실 리센츠 아파트를 팔고 둔촌주공의 급매물을 잡고자하는 이는 역시 추석이후를

약속해야만 했습니다. 급매물로 소개한 매물이 전날 팔렸기 때문입니다. 다른 매물

을 권하기도 했지만 시세보다 2000만원이 싼 매물은 다시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

국 고향에 다녀와서 다시 보자고 했습니다.




오후 5시를 넘겨 사무실을 방문한 부부 는 주초에 방문약속을 했습니다.

건대앞 스타시티 아파트를 전세 5억을 준 자금에다 대출을 내서 투자하겠다는 거였습

니다.

34평이 8억4000만원이니 전세금 5억에다 나머지는 대출을 내겠다는 것입니다.

재건축시 45평 배정을 받을 때 3800만원 환급이 가능한 평형으로 이주 시 3억7000만

원의 무이자 이주 금을 감안하면 이만한 투자효율을 낼 데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사

실은 꼭 그 것만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나뿐인 중2 아들의 고교진학문제가 어쩌면

더 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동북고교든 보성고교든 남자고등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투자도 투자지만 아들교육 문제가 더 우선이라는 얘깁니다. 최악의 경우,

아들 교육문제만 따져도 이보다 더 남는 장사는 없다는 거였습니다.

추석 이후 다시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그때는 구체적인 자금계획을 세워서 찾아오겠

다고 했습니다.




전세 값 급등으로 전세매물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토요일의 방문객처럼 발길을 돌리는 이도 한둘이 아닐 정돕니다.




집값이 떨어져서 바닥을 헤매는 데도 선뜻 집을 사기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강남권재건축은 급매물이 팔린다지만 그렇다고 막상 돈을 싸들고 시장에 나가 봤자

급매물이 지천에 깔린 것도 아닙니다.

말이 좋아 급매물투자는 권할만하다지만 급매물 잡기도 녹록치 않은 실정입니다.

집주인들 생각도 요때만 지나면 나아질게 빤하다면서 쉽사리 급매물로 팔기를 꺼려

한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거래만 뜸하고 시름이 깊어질 따름입니다.




솔직히 앞날을 100% 점치기는 자신이 없습니다.

전세난이야 누가 봐도 빤한 노릇이라 말할 것도 없을 테지만,

매매시장을 예측하기는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게다가 아직 연휴의 단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오늘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10월 이후 줄줄한 정치권의 선거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집살 때다, 바닥이다, 부추기기에는 버거운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하지만 매사를 돌다리도 두들겨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 아니라면

한번쯤은 이보다 더할 때가 없다는 지적을 곰곰이 되씹어볼 필요가 있을 때입니다.

애들 학군까지 고려한 실수요자에게는, 따로 권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욕심을 부리자면 한도 끝도 없을 테지만...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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