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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양심은 있나 봅니다.

내일부터는 더위가 한풀 꺾인 다네요.

사나흘 해보니 좀 모질게 했다 싶은 게지요.

며칠째 용을 쓰다 보니 저도 지치기도 했을 테고요.

아님, 잠시 쉬면서 새로운 심술궁리로 잔머리라도 굴리려는지도 모르지만요.

아무튼 내일부터는 한숨 돌리게 생겼습니다.

한여름에 그나마 그게 어딘데요.




격이 다릅니다.

같은 전화 문의라도 그 질이 다릅니다.

그 때는 주마간산 식으로 스치고 지나가고 지금은 따지듯 섬세합니다.

그 때라 봐야 지난주, 길어야 열흘도 되지 않은 때이고 따지듯 섬세한 지금이라야 그

로부터 오늘까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입니다.

그 때는 가격이 떨어진다니 더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때이고, 지금은 바닥이 아닌

가 고개를 갸웃할 때라는 차이 뿐 거래 실종은 여전하고 썰렁하기가 이를 데가 없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한 치도 다름이 없습니다.

겉은 같은데 내용물은 다릅니다.




하루 한두 건이 고작인 문의 전화의 여덟아홉은 우려 섞인 집주인들입니다.

가뭄에 콩 나듯한 한둘의 매수문의는 건성건성 성의가 없습니다.

하나같이 급매물가격은 물어보는데 구체적인 매수의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더 떨어질게 분명한데 벌써부터 꼬치꼬치 따져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듯 핸드폰 번호

조차 밝히길 꺼려할 정도입니다.

그 때는 그랬습니다.




급매물 가격이 얼마이냐 로 시작된 질문은 최소한 30분은 족히 걸립니다.

단지의 상황이며 지분이며 최고가는 얼마이고 재건축 진행상황까지 속속들이 알고 싶

은 거 투성입니다. 추가 분담금은 얼마이고 무이자이주금은 얼마이고 지하철9호선 완

공일은 언제이고 재건축완공일은 언제이냐 취득세는 얼마고 중개수수료는 얼마이냐

전세금은 얼마이고 대출은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느냐 심지어는 개인 핸드폰번호에 이

름까지 묻는 게 예사이고 방문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합니다.

격이 달라졌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겉은 같습니다.

여전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아도 전화문의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달라졌

습니다.

예전의 예전부터 시작은 늘 그랬습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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