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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은 느닷없는 장마가 신고를 대신하더니

한여름도 신고가 따로 없습니다.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폭염에 열대야에,

무례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그나마 태풍으로 또 한 차례 혼찌검이 난 일본 꼴 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으로 알

라는 듯 흡사 조폭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봤자 채 한 달도 못가 초가을 산들바람만 빠끔하면 꽁지가 빠지게 내뺄게 뻔하면

서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거래가 안돼서 그렇지 시장에 호재는 넘칩니다.

실상은 호재가 주워 담을 그릇이 넘칠 지경입니다.

우선 참여정부 때 투기 잡는다며 얽어맨 각종 규제는 폐지되거나 못해도 대폭 완화

했습니다. 재건축 관련규제도 초과이익환수 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원래로 돌려놨

고 종합부동산세는 완화된 지 오래고 내친 김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까지 폐지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한시적이란 단서가 붙긴 했어도 취득세마저 장사치

물건 깎아주듯 반으로 싹둑 잘랐습니다.

투기지역인 강남3구가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어 그렇지 대출 규제도 사실상 문턱을 낮

췄습니다.




게다가 압구정동 개발계획에다 반포지구 재건축에다, 기존의 강남권 재건축 사업까

지 재건축 진행은 순풍의 돛단듯하고 지난 정권 때 전성기를 방불케 앞 다퉈 소식을

전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전세 파동으로 서민들 주름살이 더욱 깊게 패여 가지만

이 또한 매매시장 입장에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는 터라 굳이 눈에 쌍심지 켤 일도

없습니다. 전세금이 높아, 또는 오르는 전세금 부담 때문에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것

이 매매시장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손해볼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전세금 때문에 고

통 받는 서민들에겐 야속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내심 은근히 반가울 테니 말입니다.




규제 측면만 보면 지난 정권에 비추어서 가히 투자자들의 천국인 셈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거래실종으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투자심리 위축이 가장 크다는 지적입니다. 집값이 떨어지니 집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

게 된다는 이유에 섭니다. 집값이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니 전세로 살면서 주

식이나 다른 쪽에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얘깁니다.

결국 투자심리 회복이 침체를 벗어나는 즉효약인 셈입니다.




투자심리라는 것이 집을 사면 집값이 올라 투자가치가 있다고 해야 집을 산다는 심

리를 말하는 것일 텐데, 오르기는커녕 갈수록 떨어지는 집값에 투자심리가 실종되는

것은 너무나 지당한 말씀입니다.




집값이라는 것이 팔고 사는데 장벽이 없어야 오르고 이익이 남아야 사고 싶을 텐데

조금 남는다 치면 세금으로 날름 가져가다보니 집살 마음이 싹 달아난다 이 말씀입니

다.




규제는 풀고 세금은 낮췄습니다.

그 덕인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급매물이 팔린다는 소식입니다.

수도권의 작은 아파트도 전세를 살던 이들이 차츰 매수에 나선다는 소식입니다.




집살 마음들이 생긴다고요?

투자심리가 살아난다고요?

혹시 과열되면 잡아야할 제동장치까지 없앤 건 아닌가요?

이러다 한바탕 집값 폭등 때문에 난리를 치르는 일은 없겠죠?




앞은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솔직히 그것이 걱정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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