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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면,

김밥을 싸오자 했습니다.

벚꽃나무 그늘에 앉아 오손 도손 얘기 나누며 호사스런(?) 밥 한번 먹자고 했습니

다.

해마다 입버릇처럼 한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못한 것은,

무심한 성격 탓이긴 해도,

전적으로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화려하기만 했지 오래오래 곁에 있지 못하는 벚꽃나무의 조급증 때문이기도 합니다.

며칠은 가겠거니 하며 바쁜 일상에 무심코 지나치다 보면 어느새 바닥에 꽃잎이 수

북이 싸이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러면서 매번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했으니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습니다.

화사한 모습에 감탄사가 연발입니다.

벚꽃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길은 마치 꽃으로 뒤덮인 터널 같습니다.

벚꽃 터널이 장관입니다.

나른한 날이 설레 임으로 가득 찼습니다.

서둘러 김밥을 싸와야겠습니다.

그리고 벚꽃나무 그늘에서 정겨운 얘기 나누며 호사 좀 부려야겠습니다.

조급증 내서 바닥에 꽃잎이 수북해지기 전에 말입니다.



적막강산이 따로 없습니다.

방문객은커녕 매수문의조차 마실 나간 지 오랩니다.

어쩌다 전세를 찾는 문의가 아니면 절간이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나른한 봄날에 눈꺼풀은 자꾸만 내려앉고, 무료하기가 이를 데가 없습니다.

차라리 이참에 도(道)라도 닦아야 할 판입니다.



여느 때 같으면 집값이 대책 없이 뚝뚝 떨어질 형국입니다.

1000만~2000만원 가격을 낮춰 급매물로 내놓고 그것이 팔리지 않으면 조금 더 낮추

고, 그런 식입니다.

매수세가 실종된 시장이 늘 그렇듯 말입니다.

지난 3.22 대책 발표직후 너댓새 사이에 10건이 후다닥 팔리고 나서 4월 들어서는 한건이 고작입니다.

지난해 거래가 안 돼 죽겠다고 아우성치던 6~7월에도 이보다는 나았습니다.

무려 열흘 이상이나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니 그럴 법도 하다는 얘깁니다.

보통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한데 조용하기만 했지 가격을 추가로 낮춰가며 팔려는 매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그만 호재라도 보이면 매물을 걷어 들이거나 슬며시 호가를 올립니다.

실제로 취득세 인하 여야합의가 이뤄졌다는 보도가 난 주초,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걷어드리는 모습이 그랬습니다.

매수세의 관망세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전화문의 겨우 몇 건이 늘었을 뿐인

데 말입니다.

팔 사람은 취득세 인하로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란 생각이고 살 사람은 취득세도 취득

세지만 선뜻 나서기는 아직 그렇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강남권재건축도 정책이나 진행 여부를 보고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집주인들 역시 급할 게 없다는 표정입니다.

취득세 인하로 다소간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 빤하다는 이유에섭니다.

특히 순조로운 재건축진행으로 아쉬울 게 없다는 것입니다.

굳이 헐값에 팔 이유가 하등에 없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입장차는 확인한 셈입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보면 알 일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일을 두고 아등바등 타툴 일도 없습니다.

언제 이런 일 한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닙니다.

담담히 지켜보다 때가되면 제자리를 찾게 마련입니다.

재건축이 순조롭다고,

강남에 이만한 데도 흔치 않다고,

이만한 가격이면 최소한 무릎은 된다고,

그러니 지금이 제때라고,

목에 힘줄이 불거지도록 목소리를 높일 일도 없습니다.

그냥 내비 둬 보려고요.

알아서 잘될 테니까요.

내일은 흐드러진 벚꽃나무 그늘에서 김밥이나 먹을 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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