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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서두는 통에

그만 깜빡 했습니다.

거칠 것도 없이 치닫는 날이,

일찌감치 봄이 오기로 작정한 줄 착각했습니다.

아직 겨울의 끝자락 2월인 것을.

봄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스치는 찬바람이 상쾌합니다.

봄 향내가 살짝 밴 것이...



어제 오전 9시도 되기 전에 걸려온 전화는

3월에 결혼하는 아들의 신혼집을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방 두개에 거실이 좀 넓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전세 1억5천만 원이나 1억 원에 30만

원 정도 월세라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날짜가 급박하고 고만한 평형의 물건이 귀한 탓에 두 시간여를 헤맨 끝에 마땅한 것

을 겨우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계약은 오늘 아침 9시로 약속했습니다.



부산한 아침은, 활기찬 하루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아침나절의 부산함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습니다.

매수를 원하는 이는 커녕 전세를 찾는 이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몇 건의 시시콜콜한 문의 전화가 있었고 개인적인 용무가 있었지만 하루는 무료했고

또 적막했습니다.

그리고 실망스러웠습니다.

방문하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개는 몇이라도 있게 마련이고

전화문의도 심심치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무슨 변고가 있나하며 의구심이 들 정도입

니다.

근래 보기 드문 일입니다.



설마 오늘도 그럴 리가?

어제 약속한 이는 9시 정각 아들 신혼집 계약을 끝냈습니다.

그 새 전세를 찾는 문의 전화가 한통 있었고 잡다한 전화 몇 통이 더 있었습니다.

어제의 무료함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을 기죽게 만듭니다.

하지만 어제처럼 실망스럽지는 않을 텁니다.

어제 같은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지만 그보다는 더욱 원초적인 이

유 때문입니다.

몇 건의 방문 약속이 다시 기대감으로 부푼 아침을 만듭니다.

며칠 뜸한 새를 참지 못하고 슬슬 매입을 궁리하는 이들이 움직일 때도 됐기 때문입

니다.

내일 주말을 맞아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잦아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마가 아니라, 오늘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투자가치라면,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내재적인 가치 때문입니다.

아무 탈 없이 착착 진행되는 빠른 재건축 진행 때문이기도 합니다.

탁월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부담이 적은 것도 이유입니다.

그 때문에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인식이 더욱 그렇다는 것입니다.



잠시 숨고르기 할뿐, 느는 수요는 어쩔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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