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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선 송파·서초 등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의 학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 같다. 강북에선 노원구 등이 인기 지역이 될 것이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첫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된 공정택 교육감이 고교 선택제를 확대 시행하면 어느 지역이 학생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대답이다. 공 교육감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대학 자율화, 고교 다양화, 영어 공교육화 등 3대 교육정책과 가장 유사한 공약을 내세운 후보였다.

고교 선택제 확대 시행, 국제중 등 특수목적고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서울지역 주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침체한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목동 등지로 수요 몰릴 것”

공 교육감 당선으로 가장 민감하게 움직였던 곳은 주식시장이었다. 메가스터디·웅진씽크빅·정상JLS·CDI홀딩스 등 교육 관련 기업들의 주식이 공 교육감 당선 직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박종대 CJ투자증권 연구원은 “학교와 학생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들이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주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주택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선 고교 선택제 영향이 클 전망이다. 이 제도는 학생·학부모가 서울 시내에 가고 싶은 고교를 학군에 관계없이 최대 4곳까지 선택해 지원하면 후추첨 방식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것이다. 학생의 의사와 관계없이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학교가 배정되는 현행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공 당선자는 시행 시기를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년으로 잡고 있다.

 

▲ 고교 선택제 등이 시행되면 강남권 등 인기 학군 지역으로 적지 않은 주택     수요가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강남·목동·중계동 등 유망 학군 지역에 수요가 대거 몰릴 것이란 의견이 많다. 공 교육감도 이들 지역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고교 선택제 뿐 아니라 정부의 대학 자율화 등과 맞불려 인기 학군으로 쏠림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고교 선택제와 더불어 대학 자율화가 본격화한다면 강남 등 인기 학군·학원가로 학생이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수요도 강남으로 갈까

학원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고교 선택제와 특목고 확대로 중학생들이 입시 경쟁에 뛰어들면서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대형 입시학원이 몰려 있는 강남 등지로 수요가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강남구 대치동 굿모닝공인 관계자는 “방학 이사철이 되면 학원이 밀집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학원 수요가 대거 유입되는 등 학원 수요도 학군 수요 만만치 않다”며 “수요가 늘면 아파트 전셋값이나 매매가가 오르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 교육감의 교육 정책이 침체한 강남권 주택시장을 살릴 것이란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부동산중개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의 주택 수요 증가로 인해 도심의 주택 공급 압박이 거세질 것이고, 그것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시장이 반응하거나 매매·전셋값 상승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시행 시기가 2010년께여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다 잠실 일대의 초대형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 여파로 당분간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 말과 내년에도 서초동 일대에서 5000여 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공급 물량이 많은 데다 휴가·장마철 비수기가 겹치면서 최근에는 아파트 전세시장이 개점 휴업상태다. 신천동 건우공인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이 소형 아파트를 많이 찾는 편이지만 입주 단지에서 전세 물건이 쏟아지면서 가격도 계속 내림세”라고 전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도 “공급 물량이 많고 각종 규제로 주택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지금 당장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 교육감 당선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침체한 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기에는 교육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팀장은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는 수요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인위적인 부동산 규제 때문”이라며 “고교 선택제 등으로 수요가 는다고 해도 대출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그대로 있는 한 시장이 쉽게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