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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서부이촌동의 통합 개발이 확정됐다. 그동안 같은 이촌동이지만 동부이촌동에 비해 주거환경이 열악해 시세가 낮았던 서부이촌동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동부이촌동을 넘어설 태세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관련해 처음으로 서부이촌동이 등장한 것은 지난 3월 열렸던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였다. 위원들은 코레일(옛 철도공사)이 제출한 개발계획안을 심의하면서 한강에서 바라볼 때 국제업무지구 앞에 위치한 서부이촌동에 자연스럽게 주목했다.

이곳에 늘어선 대림,성원 등 판상형 아파트가 마치 담장처럼 국제업무지구의 경관을 가리게 될 것은 뻔한 일. 도시와 한강의 미관을 중시하는 위원들 입장에서 이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결국 위원들은 코레일에 서부이촌동과의 통합개발을 강력 요구했고 코레일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위원들은 국제업무지구 개발안을 승인하되 대상부지 44만2000㎡(13만평) 중 5만평(㎡단위도 아니었다)을 유보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5만평에 대한 구체적인 위치조차 적시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그냥 개발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자신의 땅의 절반 가까이나 못쓰게 된 코레일은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다. 코레일은 당시 진행중이던 사업자 공모까지 취소하며 서울시를 압박했다.

그러나 국제업무지구 개발수익으로 5조원에 달하는 누적부채를 털어내고자 했던 코레일은 이대로 물러서기엔 너무 다급했고 개발허가권을 쥔 서울시는 느긋했다.

결국 목마른 자가 샘 판다고 코레일은 울며 겨자먹기로 서울시와의 협상에 나섰다.

약 4개월간 13차례의 협의 끝에 코레일은 용적률을 당초 580%에서 608%로 높여 받는 대신 서부이촌동이라는 애물단지를 떠안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서울시와 코레일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서부이촌동은 투기장으로 변했다.

코레일이 공모를 취소한 4월 5억원이던 대림아파트 82㎡(25평형)는 발표가 난 직후 8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금은 물론 매물이 없는 상태다. 성원아파트 89.25㎡(27평형)는 6억원에서 8억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러한 투기를 막을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는 발표 하루 전 시점인 8월 16일부터 5년간 이 일대를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보다 한 달 전인 7월 23일에는 용산구에 의해 3년간 건물 신축 및 지분 쪼개기(다가구 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변경하는 행위) 등 개발행위 허가가 제한됐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제는 180㎡(약 54평)를 초과하는 토지 거래시에만 적용된다. 즉 이보다 작은 규모의 토지를 거래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뜻이다. 개발행위 허가 제한도 서부이촌동 통합개발 얘기가 흘러나온 지 상당기간이 지난 뒤에서야 이뤄졌다.

실제 서부이촌동 개발예정지역에서 180㎡ 이상 대지지분을 가진 아파트는 20가구(총 1600여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재개발 지분(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의 지분)도 대부분 30∼70㎡ 정도인데다 커봤자 100㎡ 수준이어서 사실상 투자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하지만 이젠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발표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는 뚝 끊겼다. 거래는 없이 호가만 올라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서부이촌동 일대 10∼17㎡짜리 소형 지분값이 3.3㎡(평)당 1억3000만원에 달한다. 또 18∼33㎡ 안팎은 1억원, 33㎡ 이상은 8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이렇게 되자 서부이촌동이 갈 길 바쁜 코레일의 발목을 잡아 개발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부이촌동을 연계개발해 서울의 경관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서울시의 욕심 때문에 2005년 완공돼 새 아파트나 다름없는 동원베네스트도 철거 및 보상이 이뤄진다. 새 아파트인 만큼 보상협의시 프리미엄을 요구할 게 뻔하다.

또 중산아파트나 시범아파트는 대지지분이 없음에도 불구 주민들이 개발될 주상복합 입주권을 당연한 것처럼 기대하고 있다.

코레일 입장에서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풀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현재 3.3㎡(평)당 1억에 달하는 땅값을 어느 정도 선에서 보상할 것인지 골치가 아플 것이다. 게다가 이 가격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09년말께는 더욱 올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선견지명이 있어 서부이촌동에 땅을 산 사람이야 분명 수억원에 가까운 거금을 벌었겠지만 지금 시기에 투자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까지 도시개발 사업을 해 본적이 없는 코레일이 두손 들고 나자빠질 가능성까지 챙겨야 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