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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노무현 정부 들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대출 규제와 함께 꺼낸 빅 카드는 분양가상한제다. `시장 경제`를 강조해 온 정부가 10여 년 전으로 돌아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달부터 실시된 분양가상한제는 땅값(감정가격)에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가산비도 포함)를 더해 가격을 묶는 제도다. 앞으로 이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현재 정부 발표대로라면 아무리 인기 있는 지역에서라도 주택사업으로 큰돈을 벌기는 어렵다.

분양가상한제라는 강펀치를 맞은 주택업계는 살 길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주택업체는 9월 이전에 사업승인을 신청하려고 서류뭉치를 싸들고 너도나도 구청으로 달려갔다.

건설사는 건축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묘안을 짜내느라 고민하고 있으며 중견업체와 시행사(디벨로퍼)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동남아,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남미행 비행기 티켓까지 구입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사실 주택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엄밀히 따지면 주택업체보다는 시행사 책임이 크겠지만 시장에서 팔리기만 한다면 분양가격을 턱없이 높여왔다.

과연 분양가상한제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 전망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은 혼동스럽기만 하다.

주택정책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최근 주택업계 대표와 간담회를 했다. 이 장관은 "올해 수도권에서 공공주택 15만가구, 민간주택 15만가구 등 모두 30만가구가 인허가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며 "분양가상한제로 민간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오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또 올해부터 2010년까지 수도권에 매년 37만4000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해 집값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을 막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업계 분위기는 전혀 `아니올시다`다. 한 건설사 대표는 "실제 통계상 건설 실적이 줄어들고 있으며 인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정부가 2기 신도시 등에서 많은 택지를 공급했기 때문에 이들 지역(공공택지)에서 아파트 분양이 늘어날 것은 틀림없지만 시행사들이 사유지(민영택지)를 매입해 주택을 짓던 사업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최소 이익만 허용해주는 시스템에서는 수백억~수천억 원이 선투입되는 토지매입 작업을 벌일 동인(動因)이 없기 때문이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해왔던 한 시행사 대표는 "주변 사람들이 당분간은 아예 사업에서 손을 놓거나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지에서 사업기회를 찾아보려고 한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한다.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집값 영향 공방의 핵심은 공급 물량이다. 시장의 합리적인 선택을 감안할때 공공택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주택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가 향후 주택시장에 미칠 또 다른 변수는 고급 주택 시장이다. 현행 기본형 건축비(중대형 3.3㎡당 439만1000원)에 가산비를 합치면 건축비는 대략 500만원대다.

주택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한 건축비로도 아파트를 짓는 것은 충분하다고 시인한다. 그러나 과거 분양가 자율화 시절 수준으로 아파트를 짓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가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과거 몇 년 동안 주택업체가 고유 브랜드를 내세워 품질경쟁을 했던 시절은 과거로 묻힐 것만은 틀림없다.

소비자 입맛은 갈수록 고급스러워지고 있다. 분양 여건이 좋지 않았던 올 상반기 서울에서 내놓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는 상당수가 팔리지 않고 있지만 분양가격이 더 비싼 펜트하우스는 인기가 높았다. 주택업계는 혹 펜트하우스는 미분양이 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펜트하우스는 희소성이 높고 언제든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사정에 문제가 없다면 `귀한 분`을 위해 그냥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한다.

분양가를 묶었던 1기 신도시 아파트 건설 시절에는 막대한 자원이 낭비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인테리어를 확 뜯어고치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 주택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곧 재연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집값을 잡기 위한 분양가상한제가 아예 시장을 죽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슬기로운 대처가 요구된다.



[부동산부 = 윤형식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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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18:45:5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