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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기자
2007/04/04 14:39

갑자기 식어 버린 목동ㆍ분당 리모델링 열기
집값 상승 동력 잃자 리모델링 추진도 흐지부지

“리모델링요? 요즘은 잠잠해요. 가수 정수라의 ‘바람이었나’ 노랫말처럼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이제는 리모델링 얘기가 쑥 들어갔어요.”(서울 양천구 목동 M공인 관계자)

서울 목동 신시가지와 여의도, 경기도 분당ㆍ일산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한 때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이 강하게 불었으나 지금은 리모델링 추진 열기가 한풀 꺾였다.

사업 추진도 더 이상 속도를 못 내고 있고, 리모델링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분당신도시 이매동 디딤돌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초까지 뜨거웠던 리모델링 추진 열기가 많이 식었다”며 “침체한 부동산시장 앞에서는 리모델링이라는 재료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리모델링 바람이 잦아든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리모델링 바람 거셌는데…

목동과 분당ㆍ일산ㆍ평촌신도시 등에선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리모델링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곳곳에서 리모델링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주민들에게 사업 비용과 효과 등을 알려 주는 설명회를 여는 단지도 잇따랐다.

준공된 지 20년 이상이었던 리모델링 사업 가능 연한이 15년 이상으로 줄어든 것을 계기로 각종 규제 탓에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재건축의 유력한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급부상했던 것이다.

실제로 목동의 경우 지난 1월 9단지를 시작으로 10단지, 13단지 등에서 리모델링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삼부아파트는 지난해 말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까지 결성됐다.

분당신도시에선 한때 시범단지에 있는 삼성한신아파트 등 4개 단지가 공동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일산 대화동 상저삼익도 지난해 말 리모델링 추진에 나섰고, 분당 효자촌 그린타운은 올 1월 리모델링 추진위를 발족하기도 했다.

지금은 “아, 그냥 스쳐가는 바람이었나?”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대부분 단지에선 리모델링 추진설이 쑥 들어갔고, 그마나 추진위를 이미 결성한 단지마저도 더 이상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주민 대상 사업설명회도 더 이상 예정된 게 거의 없다고 한다.

주민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분당신도시 S공인 관계자는 “리모델링 추진위는 단지 주민 몇 명만 모여서도 결성할 수 있는 임의 단체”라며 “집주인의 80%가 찬성해야 아파트 리모델링이 가능한 데 지금으로선 30~40%의 동의를 얻기도 힘들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일산 백석동 현대밀라트공인 김추성 사장은 “일부 소형 평수 단지를 제외하고는 리모델링에 관심을 갖는 주민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히려 저층 및 중대형 평형 소유자들은 노골적으로 리모델링을 반대한다"고 전했다.

시장 침체 앞에선 맥 못춰

요즘 리모델링 바람이 시들해진 이유는 뭘까? 부동산 중개업계에선 몇 가지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데다 차기 정부에서는 공급 확대책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를 택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리모델링할 경우 추가 부담금 등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인식도 리모델링 바람을 잠재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분당 서현동 N공인 관계자는 "소형 평형 아파트라도 리모델링하기 위해서는 가구당 1억~1억5000만원 가까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고 공사 기간 동안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열기가 주춤한 것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시장 침체를 꼽는 전문가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그동안 목동과 분당 등지에서 리모델링 추진설이 꾸준히 제기된 배경에는 리모델링 재료로 집값을 끌어 올려보겠다는 일부 주민의 속셈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목동 VIP공인 김현승 사장은 “‘리모델링 추진 단지’라는 개발 재료를 만들어 입소문을 내면 해당 단지의 매매가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다분히 깔려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요즘 같은 시장 침체 상황에서는 리모델링 추진설이 더 이상 집값 상승을 이끌어 내지 못하자 리모델링 얘기가 쑥 들어갔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리모델링 재료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지 못하는 등 동력을 상실한 게 리모델링 바람을 잠재운 가장 큰 원인 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목동과 분당 등에서 리모델링이 주춤한 것은 시장 상황에 따른 일시적인 숨고르기 현상일 수 있다”며 “앞으로 아파트 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 상황이 반전되면 리모델링 재료가 또다시 이들 지역 아파트 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큰 모멘트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