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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기자의 부동산 행간읽기] 준공업지역의 아파트건설 활성화
[파이낸셜뉴스] 2007년 04월 16일(월) 오후 09:00 가 가| 이메일| 프린트

서울 등 전국에 산재해 있는 준공업지역에 아파트 건설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이용섭 건설교통부장관이 주택건설업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민간주택건설 활성화의 일환으로 준공업지역에 아파트 건설을 촉진할 수 있는 조례준칙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건교부는 준공업지역에서의 아파트 건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이 곳에 지을 아파트의 용적률 및 건폐율 등 건축조건 등을 담은 조례준칙을 마련한 뒤 늦어도 오는 6월 말까지는 각 지자체에 시달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건교부에 따르면 준공업지역은 전국적으로 4688만평으로 경기도 분당신도시(591만평)의 8배 크기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서울은 844만2000평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분포돼 있다. 판교신도시(282만평) 2.5개 정도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준공업지역이라는 용도로 서울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것.

성동구의 성수동 일대와 영등포구 양평·당산동 일원,강서구 가양동 및 염창동 일원의 공장지대 대부분이 준공업지역들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 지역의 공장들이 공해업종으로 주변 주거환경을 해치고 있어 외곽으로의 이전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들 공장이 이전하고 남는 터가 바로 정부가 말한 ‘공업기능을 상실한’ 준공업지역으로 1차로 아파트 건설활성화 정책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도심의 ‘주택공급 창구’ 역할을 해온 재건축을 막은 상태에서 뉴타운 등 재개발도 지지부진해 주택수급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심에서의 확실한 주택공급 통로를 찾고 있는 정부로서는 빠른 시일안에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준공업지역이야말로 ‘매력덩어리’이다.

하지만 준공업지역 문제를 단순히 도심지역 주택난 해소와 민간 건설업체지원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인 지에 대해서는 면밀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준공업지역은 장래 도시의 ‘성장 동력원’을 제공하는 유보지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무작정 주택단지 등으로 개발해서는 안된다. 한 번 주택단지로 개발되고 나면 다시 공업지역 등 하향적 성격의 다른 용도로 돌이키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신규 확보도 어려워 자칫 산업기반 붕괴에 따른 도시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준공업지역을 공동주택단지로 풀어 제치기 시작하면 전국의 4600만평에 달하는 준공업지역 해제요구가 빗발치고 이로 인한 기대감으로 어렵게 이뤄놓은 집값 안정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현재 준공업지역 주변으로 대부분 아파트단지로 둘러쳐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준공업지역의 주택단지 개발은 또다른 가격 상승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준공업지역의 용적률이 현재 400% 정도로 주거지역(재건축단지 기준 평균 230%)에 비해 훨씬 높은 데다 단위 사업지구나 필지별로 개발이 이뤄질 수 밖에 없어 과밀화에 따른 기반시설 부족 등 난개발이 우려를 피할 수 없다. 공장과 아파트가 뒤?여 난개발이 심각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문래동 일대와 도봉구 창동 일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연구위원은 “준공업지역의 경우 도시의 기능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땅인 데 주거용도로 개발할 경우 장기적으로 도시경쟁력은 어떤 방법으로 확보할 수 있을 지 의문시 된다”면서 “준공업지역은 장기적 관점의 토지수요에 대비해 유보지 성격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준공업지역에서의 공동주택건설 활성화는 문제점이나 그 파장측면에서 재건축 규제를 푸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따라서 준공업지역은 장래 새로운 수요에 대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중이 관리해야 하며 정말 공업지역 기능이 상실돼 아파트단지로 개발될 경우 주택단지로 개발되는 면적 만큼을 다른 지역에서 확보토록 의무화하는 ‘치환방식’의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부동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