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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스쿨]



◆아파트 원가공개의 진실◆

"아파트값 원가를 공개하라."

"교복값 원가도 공개하라."

아파트에서 시작해 교복까지 물건 값이 비싸다는 얘기만 나오면 한국 사회에선 원가를 공개하라는 주장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게다가 아파트 값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분양가격 상한제까지 도입된단다.

원가 공개 주장에는 상품 제조원가에 일정 부분 이윤을 합친 게 적정한 가격이란 암시가 깔려 있다.

다시 말해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급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고 과연 부동산 가격이 잡힐 수 있을까.

현대 미시경제학의 창시자 앨프리드 마셜은 시장에서 가격 결정 과정을 `가위의 양날`에 비유했다.

"상품의 가치가 그 효용에 따라 결정되는지 그 생산비용에 따라 결정되는지로 논쟁한다는 것은 종이를 자르는 것이 과연 가위의 윗날이냐 아랫날이냐로 따지려 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시장가격 결정에는 공급이나 수요 똑같이 중요하다.

원칙을 무시한 인위적 개입은 일시적인 가격 흐름은 왜곡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큰 부작용을 가져온다.

70년대 미국에선 주택 임대료 통제법이 줄줄이 통과됐다.

주택 소유자들이 임대료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서민들이 헐값에 임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임대료를 싸게 하자 주택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점점 줄었다.

수리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건물은 급속도로 낡아졌고 주택 임대용으로 지어졌던 건물이 콘도미니엄이나 상가, 요양소로 바뀌었다.

분양가 상한제는 결국 건설업체들의 이윤 추구 동기를 막아 합리적인 가격대의 질 좋은 주택 공급을 막을 것이다.

토드 부크홀츠(`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 저자)의 지적대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정부 정책은 결국 도시만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지난 13일 한국경제학회에서 반시장적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수요 공급의 논리와 이윤 추구 동기는 지난 200여 년간 경제학자들이 발견해낸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의 동인이다…. 절박성만 너무 강조해 시장논리를 무시한 정책을 펴는 성급한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

[이근우 기자 penboy@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