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갈之자 집값 전문가도 몰라요!!

강남구 대치동에서 15년 가까이 부동산 중개업을 해온 Y부동산의 김사장. 그는 동탄이나 동백 등 용인쪽으로 옮길까 생각 중이다.

올들어 단 한건도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해 단 한명있는 종업원 월급은 물론 중개업소 임대료와 관리비 내는 것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최근 몇년동안 벌어놓은 것이 있지만 강남의 '불확실'한 시장이 금세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다.

"올들어 한 건의 거래도 없었습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개점휴업입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매도를 문의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부동산시장은 죽었어요." (김사장)

강남대체 신도시에다 재건축 특수로 지난해 전국 최고의 집값 상승률을 보였던 과천시의 주택시장은 더 을씨년스럽다. 중개업소 대부분이 손님없이 주인혼자이거나, 한낮임에도 문닫은 곳도 눈에 띠었다. 지난달 과천시 전체에서 이뤄진 주택거래건수는 10여건.

"그런 거 묻지도 마세요. 우리도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요. 뭐 거래가 있어야 말이죠. 규제는 계속되고, 반값 아파트가 쏟아진다 하니 당최 종잡을 수가 없네요…."

과천에서 만난 한 중개업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말도 꺼내지 말라는 듯 손사래다.

2007년 2월. 부동산시장은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혼란스러움 그 자체다. 노 대통령이 '부동산말고는 꿀릴게 없다'고 밝힌 이후 정부는 새해 첫달에만 '1·11대책' '1·31대책' 등 2건의 부동산대책을 쏟아냈고, 이로 인해 부동산거래는 실종된 상태다.

불확실성.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만큼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짙게 깔려있는 장세에선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어떤 포지션도 취하기가 어렵다. 짙은 안개속에서 방향감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다보면 자칫 발을 헛디뎌 치명상을 당할 수 있어서다.

불확실성이 시장을 엄습, 향후 집값 움직임을 놓고 모든이의 관심이 증폭되는만큼 전문가들의 전망도 극과 극이다. 한쪽에서는 "부동산버블 붕괴가 시작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부동산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을뿐 강남불패는 계속될 것이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적잖다.

현 부동산시장 상황과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에대해 "부동산시장도 랜덤워크(Random Walk)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 랜덤워크는 주식투자 이론이다.
주가는 술취한 사람의 '갈지'(之)자 걸음걸이와 같아서 아무리 탁월한 분석도 주가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가설이다. 랜덤워크 이론이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견해에 대체로 동의한다. 집값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랜덤워크는 이미 각종 기관이 내놓는 시황 분석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주택가격 동향을 조사하고 있는 부동산정보업체마다 분석이 제각각인 것이다.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국민은행의 조사결과 1월중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에 비해 0.9% 상승했다. 뉴타운·재개발 등의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오름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국민은행은 설명했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 국민은행 조사에서 1월 집값은 각각 0.8%, 0.9%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5%대 상승에 비해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하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았다는 것.

하지만 부동산정보업체 조사에서는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권 4개구의 집값이 1월 넷째주부터 2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수요자들을 다소 혼란스럽게 했다. 이같은 차이는 새해들어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실종된데다 매도·매수호가 격차가 더 벌어진데 따른 것이다.

강남, 분당 등에서 일부 급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이들 급매물을 제외한 전반적인 매도호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은 반면 매수호가는 집값 하락 기대감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도·매수호가의 이같은 변화를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시세가 나오고 있는 것.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매수자들은 '1·11' 및 '1·31대책'에 따라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제도가 도입되고 공급로드맵이 시행되면 싼값에 집을 살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에 반해 매도자들은 "부동산은 속이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인해 집값이 잠시 조정을 보이겠지만 부동산불패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억누르는 부동산시장의 랜덤워크는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것 ？의미한다. 그동안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부동산은 사서 묻어두기만 하면 돈을 벌었다. 어디에 투자하라는 얘기는 많았지만 부동산투자 리스크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부동산 '랜덤워크'시대 개막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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