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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분양을 받은 직후 바로 동호회를 구성, 건설회사에 다양한 사항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인터넷포털 다음에 개설된 ‘동탄신도시입주자연합회’ 사이트 메인 화면.


아파트 입주자 모임이 동호회 수준을 넘어 강력한 압력단체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단지별로 건설회사에 도색과 새시 교체 등을 요구하던 데서 벗어나 여러 단지 간 연대를 통해 정부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성장했을 정도다. 이에 건설회사들은 입주자 모임이 지나친 요구사항을 내세우는 경우도 많다고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고객서비스 강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발코니 확장, 연내 합법화’ 이끈 저력=

지난해와 올해 동탄신도시 내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이 개별적으로 건설회사에 발코니 확장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대응에 나선 것이다. ‘경남아너스빌’ ‘두산위브’ 등 22개 단지 동호회가 연합해 만든 이 모임에는 3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 단지별 모임에 그치던 입주자 동호회는 최근 이처럼 대형화·집단화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입주자 요구사항도 조형물 설치와 도색 변경, 대리석·원목·새시 교체 등에서 발코니 확장 합법화와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진입로 위치변경 등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내용이 부쩍 늘었다.

2∼3년 전 경기 파주 교하읍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7∼8개 단지 동호회 간 연대를 통해 진입로 위치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고, 경기 양주시 4개 단지와 동두천시 3개 단지 7000가구 입주자들도 연대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못받게 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운동을 벌이고 있다.

P건설사 관계자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입주자들이 입주 후 1∼3개월이 지나 모임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분양을 하면 곧바로 인터넷에 동호회를 만들고 단지끼리 연대해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까지 내세워 현장소장들이 애를 먹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 권리확대” 효과 속에 부작용도=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입주자 또는 입주예정자들이 수억원짜리 집을 사면서도 건설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에 이끌려가던 데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소비자 주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파트마다 비슷비슷한 단지 조성과 평면을 바꾸기 위해서도 입주자들의 의견이 더욱 활발하게 시공과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입주자 모임이 지나친 요구사항을 내세워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W건설사 관계자는 “거액을 주고 아파트라는 상품을 구입한 입주자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입주자 측 요구를 하나하나 반영하다 보면 공기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가랑비에 옷이 젖듯 비용이 계속 쌓이다 보면 차후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새시업자나 인테리업자들이 주도해 입주자 동호회를 만든 뒤 ‘공동구매’를 내세워 개인적 이익을 챙기거나 동호회 운영진이 공동구매 과정에서 커미션을 받는 등의 비리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준 기자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