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같은 관심과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인터넷 동호회가 정보 공유와 친목 도모라는 본래의 순수한 목적을 잃고 운영자의 독단과 상업적인 이윤 추구로 말썽을 빚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한 인터넷 카페의 회원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부당이득을 챙긴 운영자를 처벌하기 위해 집단 소송에 나섰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H카페는 주부 등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테리어, 요리 등의 살림살이 정보를 담고 있으며 회원이 4만명에 육박하는 인기 동호회로 이 카페에서는 2∼3000원대의 각종 소품, 먹을거리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가구 등의 매매가 한 달에 수십 건씩 ‘벼룩시장’과 ‘공동구매’를 통해 이뤄졌다. 이와 함께 운영진은 공동구매 당사자로부터 판매 수익의 일부를 자체 불우이웃 돕기 기금에 기부토록 했다.

지난 달 초 이 카페의 벼룩시장에 물품을 냈던 한 회원이 운영진과 마찰을 빚으며 ‘카페를 소란스럽게 한다’는 이유로 ‘강퇴(강제퇴출)’ 당하자 다른 회원들이 부당한 처사라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운영진은 항의하는 게시글을 모두 삭제하고 회원들을 무더기로 강퇴시켰다. 운영진에 대한 회원들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공구를 진행했던 회원들이 “카페 내에서 공동구매를 하는 대가로 운영자가 불우이웃 기금 외에 전체 매출액의 10%를 커미션으로 요구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또 운영진은 인테리어 정보를 별도 게시판에 올린 한 회원으로부터 홍보비 명목으로 한 달에 3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 한 회원이 물품 구매를 취소한 뒤 운영자에게 미리 입금한 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같은 회원들의 폭로가 이어지자 운영진은 카페를 폐쇄했으며 운영자 이모(29)씨는 “포털 커뮤니티를 벗어나 독자 서버를 구축하기 위한 운영비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회원들은 “운영자가 회원들을 속이고 카페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며 ‘안티 H카페’를 만들었으며 회원들의 피해 사례를 모집해 운영자 이씨를 사기와 횡령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이들은 운영진이 이같은 방법으로 최소 수천만원을 착복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같은 카페 내 공동구매 비리에 대해 포털 측은 자율적인 동호회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용약관에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아니면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측은 “우리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만 할 뿐”이라며 “회원들에게 자율성을 맡겼기 때문에 커뮤니티 내의 분쟁은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포털 사이트인 다음은 “카페 내의 불법 상거래를 막기 위해 에스크로(매매보호서비스)제도가 보장되어 있는 상거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역시 순수 동호회 내의 공동구매의 비리에 대한 규제는 따로 없는 상태다.

‘안티 H카페’의 대표들은 “동호회 내의 공동구매는 회원들간 친밀성을 빌미로 과장· 허위 광고와 운영자의 사기가 가능하다”며 “순수한 회원들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공동구매의 비리를 막기 위한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카페 안의 수많은 정보는 회원들이 만들어 간 것인데 운영자에 의해 게시물이 삭제되고 카페가 폐쇄될 수도 있는 것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