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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리포트〕누가 집값을 올리는가?

[헤럴드 생생뉴스 2006-05-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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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등 부동산은 공공재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제한적으로 시장에 개입, 가격 안정을 도모하게 된다. 예컨대 매점매석하는 행위나 거래 질서를 해치는 탈법 등을 적극 막아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 투명한 가격형성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부동산 보유규모를 제한하고 매입자격을 엄격히 규제해 오고 있는 것은 바로 가수요나 투기꾼을 우선적으로 이탈시키기 위한 것이다. 또 실거래가 거래를 정착시키고 이를 기준으로 투명하고 공평한 세금을 내도록 한 것 역시 어느 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진일보한 부동산정책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집값이 오를 때마다 극성을 부렸던 미등기 전매나 분양권 투기, 가격 조작 등이 이미 사라졌으며 투기 장난질(?)할 복부인 세력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정부의 거래망이 그물망처럼 연결돼 사고 파는 것을 손금보듯이 파악할 수 있게 된 점도 이른바 ‘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대규모 토지를 사들여 쪼개 팔고 분양권을 매집해 프리미엄을 붙여 이른바 찍어돌리는 기획부동산도 고개를 숙인 지 오래다. 수주를 위해 마구잡이로 돈을 뿌림으로써 재건축,재개발의 가격상승 요인이 됐던 건설업체들의 과열수주경쟁도 사라진 지 오래다. 언론이 부동산 광고 때문에 집값을 부추기고 있다지만 그건 신문사 편집국의 메커니즘조차 모르는 소리다. 전근대적 유물인 복부인을 비롯해 기획부동산, 건설사, 일부 언론으로 집값 급등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최근 3년 동안 서울 전체 평균 집값이 24%, 강남은 무려 53%나 뛰게 만든 진범은 누구일까.

뚝하면 거론되는 가수요나 투기꾼 탓일까, 하남과 동탄, 판교 아파트 분양 시 대거 몰려 든 청약수요층이 모두 가수요라는 얘긴가. 중개업소에는 매입하려는 대기수요층이 모두 투기꾼이라는 말인가.

이들 수요를 뜯어보면 피트니스까지 가능한 제대로 된 녹색 웰빙주택에서 살아보겠다는 교체 수요에서부터 자녀들의 성장을 감안해 중대형 주택으로 옮기려는 평형 상향층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여유자금이 풍부해 기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추어진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에서 자신은 물론 아들, 딸을 불러들여 살겠다는 수요도 만만치 않다. 이에 반해 매물시장은 어떤가. 알짜 아파트를 내놓을 사람은 물론 수억원대의 양도세를 내고 팔 사람은 더구나 없다. 집값이 크게 올라 양도세를 내고 나면 웬만한 집을 사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매물은 고작 한두 개. 이는 곧 독점가격이 되고 거래로 이어진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이다. 신규 공급은 무턱대고 규제를 가한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정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결국 보다 나은 입지의 주택을 요구하는 정상적인 수요는 늘어나지만 공급이 여의치 않아 집값이 크게 뛰는 것으로 귀결된다.

유효 수요가 있는 곳에 이들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고 이들 수요의 자금이나 선호지역을 다른 데로 돌리는 작업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작 집값을 올리는 사람은 ‘부동산 4적’이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권고하는 시장친화적 공급정책을 도외시한 채 고집스럽게 남의 탓만 하고 있는 반시장주의자들이 아닐까.

장용동 생활경제부장(ch100@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