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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에 ‘속앓이족’■
“창피해서 남편이 의사라고 말도 못해요.” 남편이 치과의사라는 P씨(67년생)는 요즘 속앓이가 보통이 아니다. 남편은 의사고, 목동 5단지 45평형 아파트에 사니 꽤 자산가일 것이라는 세간 인식과 달리 자기 소유 집 한 칸 마련 못해 전전긍긍하 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관스러워서라는 부연설명이 따라왔다.

강서구 등촌동에 살던 P씨는 2001년 목동에 들어왔다. 당시 38평형을 5억원에 살까 말까 고민하다 전세를 얻기로 결정했다. 2000년 경제 거품과 함께 집값이 단기적으 로 너무 오른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살면서 집값이 내려가면 그 때 사거나, 아 니면 2년간 전세로 살면서 단지 분위기를 살펴본 후 제일 좋은 단지와 동을 선택해 사기로 했다. 그리고 2년 후. 집값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1억원이 더 오른 6억 원을 호가했다. 5억원일 때도 비싸다고 안 샀는데, 6억원에는 더욱 사지지 않아 전 세를 연장했다. 집주인이 갑작스레 집을 내놓는 바람에 전세 물건을 찾아 헤매다 겨우 하나 찾은 45평형을 전세로 얻었다. 다시 전세 만기가 돌아온 지난해 말, 급 등한 아파트 가격에 속은 쓰리지만 그래도 안 되겠다 싶어 10억원까지 오른 45평형 을 무리해서라도 사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고. 그런데 남편도, 부동산중개업 소도 “최근에 너무 심하게 올랐으니 잠시 관망해보자”라고 했고 P씨 역시 그 말 이 맞는 것 같아 결정을 늦췄다. 그러는 사이 45평형은 15억원대를 훌쩍 넘겨버렸 다.

결국 최근 4억원가량에 전세 재계약을 했다는 P씨는 “이제 45평형을 구입하겠다는 생각은 버렸다”고 했다. 대신 10억원 선에서 35평형을 사는 것으로 궤도를 수정했 다. 그러나 이도 쉽지 않다. 전세계약금 4억원에 보유 현금 2억원을 합친다 해도 무려 4억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요즘 의사 수입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나면 한 달에 집으로 가져오는 돈은 700만원 남짓합니다. 그 돈으로 애들 교육비다 뭐다 쓰고 나면 한 달에 몇 백 저축하기가 쉽지 않아요. 당장 개원할 때 낸 대출금도 갚아야 하는데, 거기에 집을 위해 또 4억원가량을 대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골치가 지끈지끈 아 파요. 어떨 땐 그냥 이렇게 내 집 없이 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 아요.”

P씨는 자기처럼 집 살 타이밍을 놓쳐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목동에 지천으로 널 려있다고 전했다. 자신이 친하게 지내는 개원의 와이프 5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세로 살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줬다. 그래도 같은 처지의, 서로 만나 한탄하 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P씨는 “이대로 목동을 나가버릴까”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현재 20평형대에 살고 있는 K씨도 속앓이는 마찬가지다.

평형을 넓혀 이사하겠다는 것을 숙원처럼 생각하며 돈을 모아온 K씨는 최근 이 꿈 을 버렸다. 하루 자고 나면 5000만원이 올랐네 어쨌네 하는데 이러다 상투 잡는 건 아닌가 겁도 나고, 예전엔 20평형과 27평형이 1억원 정도 차이나던 게 지금은 3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나니 금전적으로도 옮기려야 옮길 수도 없게 됐다. 홧김에 이사 하려고 모았던 돈으로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리모델링했다는 K씨는 “이제 중학교 에 들어간 아이 교육이 끝나 목동을 떠날 때까지 절대 평형을 넓히진 못할 것 같다 ”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내외 차별(?)에 괴로워하는 ‘소외족’■

목동 아파트 단지로 대변되는 목동은 다소 신기한 동네다. 단지 내 아파트와 단지 밖 아파트 차별(?)이 보통이 아니다. 그 뿐인가. 단지 내 사람들도 다 똑같지는 않 다. 샐러리맨이 주로 모여 살아 빈부격차가 덜하고 ‘균질화’돼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에서 보면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목동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A씨 는 이를 두고 “도토리 키재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서로서로에 대해 자꾸 구 분을 지으려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실 이처럼 구분짓기는 목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동네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양상은 같다. 그러나 목동에 사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목동이 특히 심한 것 같 다’고 털어놓는다.

목동 아파트 14단지 C블록에 사는 J씨는 이같은 차별에 괴로워하는 대표적인 인물 이다.

14단지는 A블록, B블록, C블록으로 구성돼있다. A블록은 38, 45, 55평형의 중대형 평형 위주다. B블록은 20, 27, 30, 38평형으로 A블록보다는 약간 작은 평형이다. C 블록에는 20평형과 27평형이 밀집해있다. B블록에도 20, 27평형이 있지만 C블록에 속한 같은 평형 아파트와는 위상이 다르다.

예전에 임대아파트였다는 C블록은 아예 초등학교 배정부터 다르다. A, B블록에 사 는 아이들은 13, 14단지 아이들이 가는 갈산초등학교를 다닌다. C블록 아이들은 단 지 밖 아파트 아 이들과 함께 신목초등학교에 배정된다. 그나마 소위 ‘주택 애(목 동 사람들은 ‘주택 애’라는 관용어를 자주 쓴다)’들이 주로 다닌다는 은정초등 학교보다는 낫다고 했다.

같은 14단지면서도 갈산초등학교에 못가고 신목초등학교를 다녀야 하는 C블록 사람 들의 불만과 소외감은 하늘을 찌른다. 신목초 아이들과 갈산초 아이들은 목일중학 교에서 모두 만난다.

같은 중학교 친구가 된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도 신목초 학부형과 갈산초 학부형은 같이 화합하지 못한다는 게 J씨 설명이었다. 심지어 “더 많은 사교육을 시켰으니 실력도 더 나을 거라며 은근슬쩍 과시하는 갈산초 엄마들 한 번 두고 보자”고 벼 르는 신목초 엄마들이 많다고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목초와 은정초를 피해 갈산초를 보내기 위한 학부모들의 노력 은 눈물겹다. 14단지 A블록에 산다는 B씨는 “연초가 되면 근처 지인들로부터 위장 전입 부탁을 자주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위장전입을 통한 학생 유입이 계 속되다보니 콩나물 교실이 된 갈산초등학교에서는 학기 초만 되면 위장전입 학생을 가려내기 위한 작업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부지불식간에 “○○아파트에 사는 사람 일어나보세요”해서 순진한 아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일어나면(절대 그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고 말해야 한다고 부모로부터 철 저한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책가방을 챙겨 집으로 보낸다 던가, 지난해에는 그렇게 해서 무려 2반을 줄였다던가, 공익근무 요원을 채용해 진 짜 그 집에 살고 있는지 실사를 나온다던가 하는 얘기들은 이미 공공연히 퍼진 얘 기들이다.

갈산초뿐 아니라 목동 단지 내 7개 초등학교가 사정은 다 비슷하다(목동 아파트 단 지에서는 두 단지가 한 초등학교를 공유한다).

그 갈산초등학교에 유일한 외인부대가 있다. 13단지 맞은 편에 위치한 삼성래미안 아파트에서 오는 아이들이다. 원래 주택가를 재개발해 지어졌다는 삼성래미안아파 트. 당시 그 곳 주택가 아이들은 갈산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재개발 후 아파트 가 되면 갈산초 배정이 어려워질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갈산 초등학교에 배정을 안 해주면 재개발을 안 하겠다”며 시위를 벌였고 결국 갈산초 등학교 배정권을 받아낼 수 있게 된 뒤 재개발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신화처럼 내려 온다.

13단지에 살면서 두 아들을 갈산초등학교에 보낸다는 P씨는 “단지 애들만 받아도 학생 수가 너무 많은데 래미안 애들까지 끼니 더욱 환경이 안 좋다. 엄마 입장에서 단지 밖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P씨는 또 “언젠가 같은 갈산초 출신이라도 단지 애들은 단지 내 중학교인 목일중 에, 래미안 애들은 봉영중에 갈라져 배정된 적이 있다. 그 때 단지 내 엄마들이 이 제야 비로소 래미안 애들과 헤어질 수 있게 됐다며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 적이 있 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은 단지 13, 14단지만의 얘기가 아니다. 1단지 바로 옆 한신청구아파트 에 살며 아이 둘을 월촌중에 보냈다는 모 증권사 부사장 부인 K씨 얘기도 비슷했다 . 1, 2단지 아이들은 월촌초, 한신청구아파트 아이들은 목원초에 배정된다. 이 아 이들이 모두 중학교는 월촌중엘 간다.

K씨는 “증권사 임원급 정도면 그래도 사회적으로 번듯한 지위인데, 그럼에도 불구 하고 한신청구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단지 내 엄마들이 모임에 잘 끼워주질 않았다. 이러다보니 살면 살수록 단지 내로 들어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K씨는 최근 단지 내 ‘입성’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목동 교육 인프라만 활용하는 ‘실속파’■

목4동 단독주택에 사는 L씨(61년생)는 2000년에 목동 사람이 됐다. 목동 주택에 살 던 남편 친구가 미국으로 이민가면서 집을 내놨단 소식에 남편이 덜컥 그 집을 사 버려서다. 신내동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것에 만족했던 L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목동행을 강행해야 했다.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이전까진 목동이란 동네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L씨는 이후 목동에 대해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과연 목동에서 내가 살 수 있을까’란 생 각을 많이 했었다고 기억했다.

“다들 첫마디가 목동은 잘 사는 사람도 많고, 많이 배운 사람도 많고, 무엇보다 교육열이 무척 높아 쉽게 따라가지 못할 거란 거였어요. 밖에서 잘 하던 아이가 갑 자기 떨어진 등수에 적응하기도 힘들 거라고. 이전 학교에서 전교 2~3등 하던 아이 가 충격을 받으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저는 저대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이사와서 2년간 너무 힘들어 남편 원망을 무던히도 했다는 L씨는 어느날 마음을 다 잡았다. 신목고에 들어간 큰 아이가 입학식에 다녀와서 “단 지 내 한 엄마가 주택 애들이랑 섞이는 신목고에 입학하게 돼 좀 그렇다고 하자, 다른 엄마가 주택 애들 이 하위권을 깔아줄테니 단지 아이들에겐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며 속상한 마음을 표현할 때도 “돈 없다고 기죽지 말아라. 돈이 최고가 아니다”며 다독일 수 있는 정도가 됐다.

L씨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목동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 학원수업과 과외는 거의 시키지 않았지만 엄마들과의 정보 교류에는 열심히 동참했다. L씨는 목동 분 위기가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고 단언했다.

“처음엔 갑자기 떨어진 등수에 너무 큰 충격을 받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부터 마음을 다잡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하더니 다시 예전 등수를 되찾았어요. 그 리고는 이번 2006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사회과학부에 합격했습니다.”

L씨는 신내동에 살던 시절 자신의 아이와 전교 등수를 다투던 아이들이 타 대학에 간 것을 감안하면, 목동에 들어와 산 덕분에 서울대에 갈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 각을 한다고 했다. 자신보다 월등히 잘하는 아이들을 보며 경각심을 느끼고 분발한 것이 지금의 아이를 있게 했다는 믿음이다. 이런 생각에 L씨는 돈이 없어 목동행을 고려 못한다는 지인들에게 주저 없이 목동에 들어올 것을 권하고 있다.

“목동도 목동 나름이에요. 단지 아파트만 비싸지, 꼭 단지 아파트만 고집하지 않 으면 얼마든지 싼 금액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많아요. 어차피 목적이 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자본 이익이 아니라 애들 교육이잖아요. 싼 아파트나 주택, 혹은 전세 로 들어와 목적만 달성한 후 나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

L씨는 중학생, 초등학생인 둘째와 셋째 교육이 끝나면 미련없이 목동을 뜰 생각이 다. 2억원에 산 집이 지금 3억원도 채 안 되지만, 욕심을 조금 버리니 아무것도 아 니라 했다.

■목동 분위기에 화들짝 놀란 ‘쇼킹족’■

목동에 들어온 지 막 한 달 됐다는 N씨는 하루하루 밀려드는 충격파에 정신없는 나 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벤처기업 전문경영인인 남편 회사가 가산디지털단지로 옮긴 게 N씨네가 목동으로 이사한 배경이다. 근처에서 애 교육시키면서 살만한 곳 이 목동 외엔 없었다는 설명. N씨는 목동에 와서 한 달 남짓 살면서 온 가족의 가 치관이 변화하는 혼동스런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해줬다.

“결혼할 때 시부모님께서 사주신 쌍문동 27평형 아파트에서 내내 살았어요. 93년 1억2500만원에 산 아파트였는데, 이번에 팔 때 1억3500만원을 받았어요. 물가상승 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내린 거라 할 수 있지요. 남편이나 저나 워낙 경제 감각이 없어 그저 그러려니 했어요. 실은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생각 자체에 죄의식을 느끼는 편이었지요. 그런데 목동에 오니 그게 아닌 거예요.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부동산 재테크엔 관심이 없었던 제가 그 동안 너무 개념 없이 막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이건 비정상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비정상이든 말든 그 시류에 몸을 맡기지 않는 제가 이상한 건 아닐까 고민도 되고…. 평생 벌어도 목동에 자가로는 못 들어오겠구나 하는 절 망감에 괴롭기도 하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

38평형을 2억6000만원에 전세로 왔다는 N씨는 사실 지난해 11월 전세계약을 한 차 례 파기당한 적이 있다. 매매가와 함께 전세값도 급등하면서 집주인이 자꾸 꼬투리 를 잡은 때문이다. 1000만원 더 올려주기로 했지만, 집주인이 여기에도 만족하지 않자 결국 계약을 파기하고 지금의 집과 인연을 맺었다.

“집주인이 입만 열면 ‘법적으로 하자’고 하더군요. 처음엔 그 모습이 너무 낯설 었는데 목동에선 흔한 일이라 하대요. 워낙 계약 파기가 많다보니 그 과정에서 목 소리 높이며 법을 찾는 사람들도 많고, 또 남부지법이 목동역에 있다보니 상대적으 로 법조계 사람들이 많아 어렵지 않게 법 운운한다는 거지요. 어쨌든 그 ‘법적으 로 하자’는 말에 질려 계약을 파기해버렸어요. 그리고 지금 이 집을 계약했는데, 여기도 쉽지는 않았어요. 집이 너무 낡아 주인에게 수리 좀 해달라고 했더니 ‘들 어오고 싶은 사람이 줄을 섰는데 그런 요구 하려면 아예 말아라’ 그러더군요. 그 냥 제 돈 500만원 들여 싱크대랑 변기를 고치고 들어왔어요.”

그렇게 힘들게 들어와서도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일단 초등학교 6학년생 인 아들의 반응이다. 목동 아이들이 워낙 공부를 잘한다고 해 덜컥 겁난 마음에 몇 달간 학원에 보내고 온 게 전부라는 아들의 영어 실력은 목동에서 전혀 먹히질 않 았다.

“어느날 아들이 오더니 영어 과외를 좀 시켜달라고 해요. 친구들이 심지어 일기조 차 영어로 써온다는 거지요. 방과 후 원어민수업을 신청해 들어갔는데 자기만 뺀 나머지 친구들이 다 미 국인 같더라며 너무 속상해하는 거예요. 시험 점수도 형편 없고, 대범한 남자애였는데 성적 때문에 집에 와서 우는 걸 처음 봤어요.”

영어뿐 아니다. 수학도 실력이 많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수학 역시 과외를 시켜 달라는 아들 손을 잡고 근처 학원들을 순례하고 다녔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학원 의 반응. 다른 6학년 친구들과 그룹수업을 하기에는 수준이 많이 떨어져 있으니 몇 달간이라도 1인 집중 수업을 받아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가면 그 때 비로소 그룹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거였다. 고민 끝에 N씨는 월 50만원짜리 1인 수학 과외를 시작했다. 영어도 조만간 시작할 계획이다.

그 뿐 아니다. N씨는 10년도 훨씬 넘게 다닌 직장마저 그만뒀다. 아들뿐 아니라 초 등 2학년생인 딸도 ‘여기 엄마들은 다 집에서 아이들 공부를 봐준다더라. 엄마도 직장 그만두고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 쌍문동에 살았을 땐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결국 N씨는 힘들게 다녀온 직장을 그렇게 허무하게 그만두 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아빠가 좀 달라진 건 긍정적인 현상이에요. 애들 공부 이런 것엔 관심도 없던 사람이 애들이 공부가 뒤처진다고 하도 노래를 부르니 저녁에 일찍 들어와 조 금씩 봐주기 시작하더라고요. 뭐 학원에서 배우고, 낮에는 제가 스케줄을 챙기고, 밤에는 아빠가 또 봐주니 차차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목동 떠나볼까 ‘고민족’■

93년 당시 목동에 살던 친정 오빠를 따라 목동으로 이사왔다는 C씨(61년생)는 “좀 더 빨리 목동을 떠났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을 늘 마음 한 구석에 갖고 있다 . C씨는 처음 8단지 27평형으로 들어왔다가 2년 전에 9단지 38평형으로 이사했다. 당시 집값은 4억원대. 남편 반대가 심했지만 밀어붙였다. 지금 그 집이 12억원을 넘어간다. 반대했던 남편은 ‘부인이 복덩이’라며 SM525도 한 대 사줬단다.

반면 공무원이던 친정 오빠는 평수를 넓혀가겠다며 일산 화정 51평짜리 아파트를 2 억원에 구입해 나갔다. 그 아파트가 지금 5억원 정도 된다. 같이 시작했지만 순간 의 선택이 C씨와 C씨 오빠 자산 규모를 크게 바꿨다. C씨 오빠처럼 일산신도시가 막 세워질 때 목동 집을 팔고 일산으로 갔다가 지금 땅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 기수다.

C씨는 목동에 산 덕분에 돈은 벌었지만 행복하지는 않다고 했다. “교육열 강한 동 네에서 아이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으면 그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다”는 게 요지다.

“너무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웬만큼 잘해서는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수행평 가 1~2점 낮게 나오면 등수가 쑥 밀리지요. 자기 아이 챙기기도 바쁠텐데, 남의 아 이들에 대해 어찌나 그리 잘들 아는지 조금만 성적이 떨어지는 듯해도 엄마들이 기 가 막히게 알아냅니다. 보통은 공부 잘하는 아이 엄마들과만 교류하려 하기 때문에 , 그런 데서 상처를 많이 입었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그런 게 너무 속상했는데 고 등학생이 된 지금은 그냥 포기하고 삽니다.”

C씨는 주변이 모두 아파트 단지고 다들 오래 살다보니 친구가 너무 많은 것도 별로 좋은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의지가 강한 아이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친구 들과 어울릴 기회가 의외로 많아진단 설명이었다.

“8단지에 살며 신서중에 다니다 아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며 등촌동으로 이사 가고 애는 전학시킨 지인이 있습니다. 애 스트레스가 덜해지니 엄마도 너무 편하다 고 하더군요. 저는 시기를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밖에 나가서 잘하는 아이들 군에 속했더라면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할 수도 있었을 거라 봐요. 일산, 염창동, 등촌동 등지에 살면서 대학 잘 보낸 친구들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애 교육 때문에 목동에 들어왔는데, 오히려 목동에 살아서 애 교육이 망쳐진 건 아닌가 하는 후회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