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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억 이상 받읍시다” 아파트 집값 올리기 ‘꼼수’ 백태

[경향신문 2006-11-08 23:12]

‘튼튼하게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ㅅ아파트에는 지난 6월 입주가 끝나고 이색적인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 문구만 보면 아파트를 건설한 회사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인터넷 사이트에 불만이 가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내용부터 비가 온 뒤 지하주차장에 물이 샌다는 하자보수 요구까지 있다.

사실 이 플래카드는 ‘대외용’이다. 입주와 동시에 집값을 올리기 위한 ‘꼼수’다.

이들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가치상승프로젝트’란 항목이 있다. 집값 올리는 방법을 논의하는 곳이다. 간단한 입소문 내기부터 부동산 가격관리까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서울 동작구의 ㅂ아파트는 최근 도색작업에 나섰다. 정문에는 15년 만에 자동개폐기도 생겼다. 인근의 최신 아파트를 의식한 몸부림이다. 새로 짓지 않았지만 외관만이라도 그럴 듯해야 한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자고나면 ‘억대씩’ 오르는 집값. 정부의 실패한 정책만 탓할 수 없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가격상승을 유도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가격 담합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 ㅇ아파트의 경우 일부 동대표가 나서 각 엘리베이터 내부에 ‘평당 1천5백만원이 적정 가격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여놓았다. 정부가 아파트 부녀회 등의 가격 담합을 대대적으로 단속하자 단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대자보를 붙여 가격 담합을 시도한 것이다. 제시된 가격 아래로 매매하려는 인근 부동산에 대해선 ‘불친절하다’는 식의 소문을 퍼뜨려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


‘아파트 브랜드 간판 바꾸기’는 오래된 수법.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롯데낙천대 주민 입주자대표회의는 서울중앙지법에 ‘명칭변경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아파트 겉에는 이미 아파트 명칭을 ‘캐슬’로 변경해 놓은 상태다. 최근 ‘힐스테이트’라는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내놓은 현대건설은 쏟아지는 민원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힐스테이트 등장 전에 이미 분양받은 다른 명칭의 자기 아파트 이름을 힐스테이트로 바꿔달라는 요구다.


이런 식으로 아파트 값은 한없이 올라간다. 집주인들은 희희낙락하지만 세입자들은 전전긍긍한다. 서울 동작구 ㅂ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해 있는 김모씨(32)는 “아파트 시세가 올라가면 당연히 전셋값도 올라갈 텐데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