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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초고층 아파트 시대

2006/02/08 10:58:20 매경ECONOMY

‘초고층 아파트 하나쯤은 있어야 우수도시?’ 최근 초고층 아파트 붐이 지방까지확산되고 있다.

아파트에 초고층 설계를 도입할 경우 동간 거리가 넓고 단지 조경과 부대시설, 공간 확보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타워팰리스’ 등 기존서울·수도권 초고층 주상복합들이 갖고 있는 고급화 이미지도 붐에 한 몫 했다.

■어떤 단지들 있나■그 동안 고층빌딩 하면 서울 여의도 63빌딩이 단연 1순위였다. 최근 들어 서울에서112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 건설이 추진 중이라 조만간 고층 기록이 경신될 전망이다.

고층은 서민들에게는 선망의 대상. 그러나 주거용 아파트로 등장하기까진 긴 세월이 흘렀다. 이미지도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2003년 이후 도곡동 타워팰리스나 목동 하이페리온 등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집값 등을 감안하면 이젠 아파트도 고층이 대세로 굳어진 셈이다.

역시 서울의 붐은 부산으로 이어졌다.

부산은 올 2월 입주를 시작한다. 해운대구 더샵센텀파크는 총 30~51층에 3750가구로 구성된 초고층 대단지다. 부산~울산간 고속도로가 가까이에 뚫려 있고 단지 앞으로는 수영강, 뒤로는 장산이 위치해 산과 강 조망이 동시에 가능하다.

박상언 유엔알 사장은 “더샵센텀파크는 지방에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초고층아파트”라며 “현재 센텀시티에 다양한 초고층 빌딩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 공급과잉상태지만 센텀파크의 향후 투자가치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충청권의 위세가 당당하다. 행정수도 이전 등과 맞물려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장 활발한 편이다. 행정도시 이전 등으로 다른 지역보다 자금이 많이 풀렸고, 개발 호재가 풍부하기 때문.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올해 대전·충청권에서선보일 30층 이상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모두 3892가구에 달한다.

충북에선 청주가 한발 앞장섰다. 두산산업개발(차트, 입체분석, 관련기사)은 흥덕구 사직동 옛 시외버스터미널터 1만6000㎡에 지하 4층, 지상 41층 규모 주상복합 576가구를 지을 방침. 올 2월분양 예정이다.

또한 신영에서 복합용도개발 형태로 추진중인 구 대농부지에는 앞으로 45~50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43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전에서는 올 11월 GS건설 컨소시엄이 55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상복합, 오피스텔, 호텔 등으로 구성된 첨단복합단지며 주상복합은 2000여가구가 넘을 전망이다. 은행동엔 올해 12월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돼 지상 69층 규모의 호텔 1개 동, 50층 아파트 4개 동 등 첨단 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충청·경상권 활발】충청권을 제외하면 경상권이 활발한 편이다.

대구에서는 수성구 범어동에 54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두산 위브(관련기사) 더 제니스’가 들어설 계획이다. 두산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 평균계약률 93%를 기록해 6800억원 규모의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동안 대구는 공급과잉에다 분양실적까지저조한 곳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분양이 성공해 이러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계기까지 됐다는 평가다.

현진은 경북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 주거지에 37층 규모의 아파트를 선보인다. ‘에버빌 엠파이어’ 아파트로 35~66평 1378가구 규모다. 특히 국내 최초로 천연잔디로조성된 파3 규모의 골프장과 다양한 테마공원을 지어 녹지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현진 관계자는 “혁신도시 예정지로 지정된 김천시와 차량으로 20분 정도 거리며분양권 전매까지 가능한 게 특징”이라며 “단지 바로 앞에 초·중·고교가 신설될예정이고 9만3000평 규모의 자연공원까지 조성돼 대단지다운 시설을 갖췄다”고 전했다.

■초고층 개발 원인은?■【지자체 세수확보에 도움(차트, 입체분석, 관련기사) 복합용도개발과 맞물려】이렇게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건설사들이 수도권 주택사업은 갈수록 힘들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때문이다.

박상언 사장은 “지방 초고층 아파트는 대부분 복합 형태로 지어지기 때문에 지자체들의 세수 확보 요구에도 맞아 떨어진다”면서 “앞으로 지방자치가 강화될수록초고층 건물 붐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이유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자체들이 도시 이미지 개선에 나선 것이다.

상징성 있는 건물이 들어설 경우 도시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구 대농공장 부지가 대규모로 개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청주시(시세차트, 매물보기) 관계자는 “그 동안 기껏해야 20층대 아파트가 고층으로 분류됐지만 갈수록 4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들이 건설되면서 도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한다.

또한 대농 부지 개 발로 지자체 재정수입은 918억원, 청산부지 기부체납 등으로 발생하는 지자체의 경제적 효과만도 1300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라 이래저래 지자체로서는 두 손 들어 반길 일이다.

그러나 건설업체 입장에서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무작정 좋지만은 않다. 최근 지방부동산 경기가 어려워 지역별 선호도에 따라 분양 성공 실패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통체증 악화 등 부정적인 면도 있어 향후 흐름으로 완전히 정착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요즘은 초고층 아파트 건설에 복합용도개발이 인기다.

복합용도개발(MXD: Mixed Use Development)이란 토지 이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하나의 단지 안에 주거와 상업, 업무시설 등을 조화롭게 개발하는 것.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복합용도개발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예가일본 도쿄의 롯본기힐즈, 홍콩의 사이버포트. 업무, 상업, 주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는 아직 초보 단계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복합용도개발이 진행돼왔다.

이미 대전 스마트시티, 경남 창원 더시티7 등 복합용도개발단지는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고, 신영이 청주 대농부지를 개발하는 것도 이 방식이다. 복합용도개발이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8·31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디벨로퍼들과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고 있기 때문. 주택사업 중심의 사업구조에서벗어나려는 움직임도 한 몫 했다.

최근 민간 건설사는 물론이고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공기업에서도 민관합작방식등으로 복합용도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서는 총 9만5000평 규모의 스마트시티를 토지공사와 대우건설컨소시엄이 공동으로 개발해왔다.

주택공사도 충남 아산신도시 내에 1만7000여평 규모의 복합용도개발을 진행 중이다. 2010년까지 SK컨소시엄과 공동으로 60여층 규모의 대형판매시설, 주상복합, 주민문화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나세찬 신영 전무는 “복합용도개발이 초고층 아파트를 비롯한 단지 개발의 새로운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로 공공재정이나 민간자본을절감하는 효과도 있어 갈수록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