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후폭풍 부동산시장도 불똥
엔화대출 5조원 급증…환차손에 급매물 출회
엔화 대비 원화값이 단숨에 822원대까지 폭락하면서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부동산시장의 하락 위험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엔화 약세를 틈타 부동산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던 엔화 자금들이 환차손을 견디지 못해 부동산시장을 빠져 나갈 경우 부동산시장 하락을 촉발하는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엔화대출 1년 새 5조원 급증 = 5일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 엔화대출 규모(잔액 기준)는 약 150억달러에 육박한다.
엔화 대비 원화값이 급락하면 저금리와 엔화 약세를 예상하면서 금융권에서 엔화대출을 받았던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
엔화대출이 엔화 대비 원화값이 830원 선에 머물던 지난해 상반기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심각한 환차손을 입진 않았지만 가뜩이나 대출 이자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부동산 보유자들로선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결국 최악의 경우 엔화 가치 상승이 부동산 보유자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주면서 부동산 시장 하락의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의사, 변호사,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엔화 대출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국에선 엔화대출 자금이 상당 부분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엔화값 약세`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던 엔화 대출자들이 이젠 거꾸로 환율 변동과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인해 유동성이 묶인 채 불어만 가는 환차손을 고스란히 앉아서 감당해야 되는 상황에 맞닥뜨린 셈이다.
정원기 하나은행 PB팀장은 "엔화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를 한 개인사업자 가운데 최근 상황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각종 대출 제한조치로 인해 기존 엔화대출을 갚기 위해 신규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게 이들처지"라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또 "최근 고객을 대상으로 엔화값 강세로 엔화대출에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알리고 있다"며 "원화대출로 갈아타는 방법도 권하고 있지만 아직 선뜻 응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 부동산 버블 붕괴 촉발 가능성 = 지난달 20일 중국 증시 붕괴로 촉발된 엔캐리 거래 청산 움직임이 시시각각 확대되면서 한국 부동산을 포함한 전 세계 자산시장이 극도로 움츠러들고 있다.
국채를 제외한 증권, 부동산, 파생상품 등 각종 위험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 부동산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해 급증한 엔화대출이 한국 부동산시장에 잠재적 뇌관으로 작동할 가능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저리의 엔화자금 대출자들이 엔화값 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견디지 못해 부동산 급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부동산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늘어난 엔화대출 전체 규모가 약 5조원으로 이 가운데 일부만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부동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크지 않다.
하지만 금융 규제와 거래 실종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가뜩이나 위축된 시점에서 엔화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공교롭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을 자본 조달이란 측면에서 볼 때 유동성 문제가 중요한데 적신호가 출몰한 셈"이라며 "DTI 규제 등 금융권 돈줄 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악재가 터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유동성 압박은 은행이 보유한 담보가치에도 상당히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금융권 전체에도 위험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내수 위축 우려도 = 엔화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부동산시장은 물론 내수 회복에 `하락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엔화 차입 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된 상황에서 상환 부담 증가가 최근 부동산 가격 조정과 맞물려 부동산 조정폭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CJ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재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과 택지개발사업의 토지보상 기준이 되는 `표준지 주택공시지 ？가 올해 평균 12.4% 올라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엔캐리 청산에 따른 환차손 부담마저 가중된다면 부동산 가격 하락은 물론 내수경기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조정폭이 확대되면 가계 이자 부담 및 각종 부동산 세금 증가와 맞물려 내수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근우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2007.03.05 17:17:0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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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3/06 | 조회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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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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