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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연합시론>
합헌적인 토지공개념은 필요하다 [2005-07-19 12:34:00]

(서울=연합뉴스) 일부 야당과 시민단체가 토지공개념을 다시 도입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정부와 여당도 당정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다만 정부는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결로 이미 폐기된 토지공개념의 전면적인 재도입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위헌적 요소를 배제한 부분적 재도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토지공개념 재도입 논의가 갑자기 불거진 것은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 중인 정부가 최근 전국의 땅 소유 현황을 공개한 데 자극받은 것으로 토지공개념을 처음 도입했던 1980년대 후반과 비슷한 수순이다.

토지공개념이란 개인의 토지 소유권은 인정하나 소유권을 구성하는 이용권과 수익권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처분권까지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사회주의 국가처럼 땅을 몰수하지 않고도 실질적인 공유화를 달성하는 효과가 있다. 국토가 좁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채택되고 있어 같은 처지인 우리 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확대 재생산이 불가능한 특수재인 땅에 시장 원리만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가는 투기꾼을 비롯한 소수의 `가진 자'가 땅값을 마구 끌어올려 개발이익을 독점하며 땅의 이용도를 떨어뜨리고 국가 경제를 피폐시켜도 손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이른바 `공개념 3법'을 골간으로 하는 토지공개념 제도가 시행된 것도 물론 이런 배경에서다.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이 시점에 토지공개념이 공론장에 다시 등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본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한 과도한 재산권 침해와 미현실 수익에 대한 과세 등 토지공개념을 좌초시킨 요소들을 시정하지 않은 채 다시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행히 정부와 여당도 이 점을 간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위헌 소지가 없는 방안들을 강구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정도까지 토지 이용의 공공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정장선 열린우리당 제4정조위원장도 "위헌 판결이 난 부분을 유의하면서 개인의 정당한 토지 소유와 생산이 위축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유세 강화와 개발 이익 환수 등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그렇다.

다시 말해 기반시설부담금제를 비롯한 개발이익환수제의 조기 시행과 보유세 강화를 통해 `사 놓으면 남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종지부를 찍는 게 토지공개념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투기꾼이 괘씸하다고 자본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거나 중산층까지 무너뜨리는 징벌적 성격이어서는 곤란하다. 제도 시행에 앞서 공시지가의 현실화율 제고와 엄격한 지가 조사 체제 구축 등 세금이나 부담금의 형평성 문제가 일어날 소지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 마련부터 서둘러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