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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나서는 게 지름길" 주민들이 '바다이야기' 몰아냈다

"정부 단속 기다리기 전에 주민 반대 보여줘야"…목동 내 아파트 주민들 4개월간 '싸움' 끝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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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성인오락실의 폐해가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힘으로 사행성 오락실을 퇴출시킨 사례가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파라곤 아파트 신동일 부녀회장은 22일CBS 라디오 <정범구의 뉴스매거진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사행성 오락실을 몰아내기 위해 주민들이 4개월간 싸워온 과정을 자세히 밝혔다.

“사행성 오락실을 몰아내려면 정부나 지자체의 단속을 기다리기 전에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의 파라곤 아파트는 주상복합 건물로 700여 세대 3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대규모 주거단지. 지난 4월 초, 우연히 성인오락실이 상가에 입주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부녀회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먼저 관계기관에 파라곤 상가 내에 사행성 오락실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4월은 성인오락실이 지금처럼 이슈화되기 전이라 주민들이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의 폐해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여러 곳을 수소문한 결과 사행성 오락실을 둘러싼 여러 가지 폐해를 알게 됐고, 700여명의 청소년이 거주하는 주거공간에 사행성 오락실이 들어선다면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민들의 중지를 모았다.

그러나 사행성 오락실을 막아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구청은 이 아파트가 주거지역이긴 하지만 사행성 오락실 설립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어 일정 규정만 갖추면 주상복합 내 상가에 들어오는 데 법적 하자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그나마 주민들이 희망을 건 것은 인근 초등학교 예정 부지와의 접근성. 학교로부터 반경 200m 내의 학교정화구역 내에는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업체를 불러 실측까지 해 본 결과 오락실 예정지는 학교로부터 204m떨어져 있어 역시 법적으로 하자가 없었다. 불과 4미터가 문제였다.

주민들의 결심과 행동이 결국 승리 가져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주민들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아파트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은 해당 아파트 뿐 아니라 주변 아파트를 찾아가 1000여명으로부터 성인오락실 입주 반대 서명도 받고, 3회에 걸쳐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지속적으로 해당 지자체에 민원을 넣고 아파트 외부 벽에 대자보와 플래카드를 거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상가 내에 유해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자체 규약도 만들었다.

그러나 오락실 업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성인오락실에 투자했다는 사람이 대표회의에 나타나 협박을 하고, 주민 대표의 집에 인상이 험한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심지어 계약금과 권리금, 영업하지 못한 몇 달치 손실을 보장하라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오락실에 기계를 들여올 때 직접 나가 몸으로 저지하는 등 지속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결국 사흘 전 밤에 오락실 업자가 몰래 영업장에 들어있던 오락 기계를 빼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사행성 오락실 업체가 사실상, 영업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파라곤 부녀회 신동일 부녀회장은 “정부의 단속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유해 오락실이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타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반대 운동을 벌여 사행성 오락실 입주를 막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충고를 덧붙였다.

CBS 라디오 <정범구의 뉴스매거진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