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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메모 / 토지용도 따라 가능-불가

[조선일보]2002-11-18 42판 29면 1666자 지역 기획, 연재

“한 동네 사는데 왜 저쪽만 재건축될까?”
서울시가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가능하면 억제하려는 정책을 펴면서, 시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곳곳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저밀도, 고밀도, 주거지구, 상업지구 등 토지의 용도에 따라 재건축 가능 여부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의도 재건축은 복마전=4개 동으로 구성된 영등포구 여의도동 진주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

A·D 동은 ‘상업지구’, B·C 동은 ‘주거지구’로 용도가 지정돼 있어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도 주민들 간에 재건축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D동의 경우, 주민들이 기존 아파트를 주상복합 아파트로 만들기 위해 단독 재건축을 하려 했으나 서울시가 ‘안전 진단을 받으라.’고 요구해 제동이 걸린 상태.

용도만으로는 가능하지만, 서울시가 용도보다 ‘아파트 단지’라는 개념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인근 시범, 한양 아파트는 ‘고밀도 지구’여서 서울시의 개발 계획 수립 전까지는 재건축이 불가능하지만 길 하나 사이인 미주아파트는 토지 용도가 ‘상업지구’여서 현재 건물이 모두 해체되고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이 아파트는 35층짜리 주상복합건물로 재건축된다.

◆저밀도 아파트지구=잠실, 반포, 암사·명일, 화곡, 청담·도곡 등 5개 저밀도 아파트지구 5만152가구는 1993년부터 주민들의 청원으로 재건축이 추진된 곳.

이달 1일 서울시가 반포지구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계획 수립이 마무리됐다.

5개 지역의 용적률은 기본 270%에 공원·학교 등 확보에 따른 인센티브 15%로 정해졌다.

반포를 제외한 4개 지구는 우선 사업단지 선정이 끝나 철거를 했으며, 청담·도곡지구는 ‘2차 단지’ 사업승인까지 이뤄졌다.

시는 전세난을 막기 위해 사업 승인 시기를 조정해서 순차개발을 유도하고 있으나 이명박 시장의 ‘선 사업승인, 후 착공시기 조정’이라는 공약에 따라 잠실지구에 승인 시기를 미리 정하는 ‘사전 예고제’를 도입키로 했다.

◆고밀도 아파트지구=10층 이상의 아파트로 구성된 고밀도 지구는 여의도·압구정·이촌·서빙고 등 모두 13곳 8만4060가구다.

용적률·높이 등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개발기본계획이 세워지지 않아 그동안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했다.

서울시는 우선 올해, 여의도·잠실·반포·서빙고 등 6개 지구에 대한 계획 수립에 착수하고, 내년엔 이수·가락·압구정·이촌·원효 등 5개 지구 계획을 세운다.

아시아선수촌·암사·명일은 2004년 이후 재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현재 용적률이 180∼190% 선으로 서울시 조례상 최고 용적률인 250%를 받더라도 가구 수 추가가 어려워 사업성은 불투명하다.

◆기타 주거지구·상업지구=아파트 지구가 아닌 주거지구에서 300가구 이상 아파트의 재건축은 지구단위계획을 세운 후에 가능하다.

강남구 개포지구, 강동구 고덕동·둔촌동 주공단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시의 안전진단 강화 방침과 개포시영(1970가구), 은마(4424가구)아파트에 대한 잇단 재건축 불가 판정으로, 당분간 재건축이 어려워졌다.

용적률도 개포지구에 평균 200%가 적용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고층 아파트의 사업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상업지구는 아파트를 세우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나 전체 면적의 10%만 상업용도로 확보하면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사실상 아파트로 이용할 수 있다.

안전진단 의무는 없으나 시 건축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