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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9번째 부동산대책인 `1ㆍ11 대책` 여파로 얼어붙었던 거래시장을 깨고 일부 급매물이 출현했지만 매수 심리는 여전히 싸늘하다.
주요 거래 현장에선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대출 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이번 대책으로 투기 목적의 매수세는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이 비수기의 정점에 있는 가운데 거래 없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지만 일부 `때를 놓친` 다주택자들의 급매물로 인해 하락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 강남권 재건축, 대출ㆍ분양가 규제로 추가하락 가능성 커져 12일 현지 중개업소에선 `역시 이번에도 재건축이 최대 피해자`라고 입을 모은다.

강남권의 주요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지금까지 나온 대책으로도 사업 추진의 희망이 안 보였는데 이번 1ㆍ11 대책으로 재건축 사업은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간판만 걸어놓고 활동이 없은 지 오래"라며 "리모델링 이야기도 나오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규제를 강화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분양가 규제로 조합원 부담이 더 커지는 등 수익성이 뚝 떨어지자 일부 초기 재건축단지에서는 시세보다 수천만 원씩 하락한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이달 초만 해도 11억원 선이었으나 1ㆍ11대책이 나오자마자 10억6000만~10억7000만원 선의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H공인 사장은 "전반적 분위기는 관망세지만 일부 급매물이 나왔다"며 "일부 집주인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세가 워낙 없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서울 재건축 동반 하락세 지난해 가을 급등세를 보였던 서울 강동구 재건축 단지도 최근 가격 조정을 보이고 있다.

고덕 주공2단지 15평형은 1ㆍ11 대책이 예고되면서 최근 평형별로 1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2~3일 새 15평형과 16평형이 1000만원가량 하락해 각각 6억2000만원과 6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며 "이번 대책에서 대출 액수뿐만 아니라 건수도 규제해 싼 매물이 좀 더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해 `11ㆍ15 대책` 발표 전 13억5000만원 수준이었던 34평형이 이달 들어 12억7000만원 선까지 떨어지더니 이번 대책 후 다시 1000만원가량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도 단지를 통틀어 통상 5~6건이던 것이 현재 10건 이상으로 늘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인하와 대출 강화 등 정부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며 호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다른 재건축 단지도 분위기가 싸늘하다.

강남구 개포 주공, 강동구 고덕 주공, 둔촌 주공 등도 집을 팔아 달라는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서울 재건축의 주간 변동률은 -0.09%를 나타냈다.

특히 강남(-0.12%), 강동(-0.11%), 송파구(-0.29%) 지역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 동반 하락 양상을 보였다.

◆ 과천도 일부 급매물 불구 매수세 없어 지난해 최고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던 과천의 매매가 상승률 역시 1ㆍ11 대책이 나온 지난주 -0.04%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급매물이 계속 쌓이는 분위기다.

일부 매물은 호가가 1억원 가까이 떨어졌지만 매수세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재건축 진행이 빠른 편이라는 과천 주공2단지 18평형은 1ㆍ11 대책 발표 직전 10억원 선에서 최근 9억원 선의 매물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9억원을 호가하던 16평형은 8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 압박이 커지고 있다.

다른 단지에서도 1ㆍ11 대책 직후 평형별로 5000만~7000만원가량 빠진 급매물이 나와 있는 상태다.

과천시 별양동 K공인 관계자는 "단지별로 급매물이 나와 있긴 하지만 과거처럼 팔리는 게 아니라 쌓이고 있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중앙동 C공인 대표 역시 "양도세 회피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말 나왔던 급매물 가운데 팔리지 않은 것들이 새해가 되어도 여전히 매물로 나와 있다"고 밝혔다.

◆ 소형 아파트 집주인 "집 팔고 다른 데 투자할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지난해 급등했던 지역에서 1ㆍ11대책 여파가 먼저 나오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114의 1월 둘째주 주간 변동률로 보면 서울 목동(양천구 -0.03%) 평촌(-0.12%) 등 버블세븐 지역과 지난해 하반기 가격이 급등했던 파주(-0.02%) 등이 주간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며 가격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단 거래는 완전 실종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목소리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의 경우 아직 가격 조정이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소형 아파트 집주인들이 매도를 고심하는 모습이다.

목동 S중개업소 사장은 "8단지 20평형의 경우 매도 호가가 5억원 선인데 이번 대책 영향으로 매수 호가는 4억원으로 괴리가 커져 거래가 전혀 안 된다"며 "일부 다주택자들은 소형 평형을 팔고 다른 곳에 투자할지를 저울질하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파주지역도 일부 가격이 조정된 매물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교하읍 S중개업소 관계자는 "동문굿모닝힐 8블록 35평형이 이번 대책 여파로 2000만원 빠진 3억8000만원 선에 나와 있지만 매수세는 뜸하다"고 전했다.

◆ 강남권 호가 낮춰도 거래 안돼 서울 강남지역 일반 아파트에도 매도호가를 낮춘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

하지만 매수세가 거의 없어 거래가 끊긴 상태다.

잠원동 D공인 관계자는 "10억원에 팔리던 매물이 9억5000만원에, 20억원짜리가 18억원에 나와도 거래가 안 된다"며 "이번 대책 발표 후 그 동안 싼 매물이 있나 알아보던 매수자들 문의가 사라진 반면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때문에 팔려는 매물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M공인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물이 더 늘고 있다"며 "앞으로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사람은 대출금 상환 압력 때문에 매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가 없는 가운데 호가 하락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청약예금 가입자들 `사면초가` 한편 청약제도 개편안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부양가족이 적어 가점제에 불리한 젊은 세대 청약예금 가입자들은 이번 대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결혼을 앞둔 이 모씨(32)는 "가점제가 있는 공공주택을 피해 청약예금을 들어 놨는데 이번에 가점제를 민영주택까지 확대해 무용지물이 됐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5년을 부은 통장을 깨서 다시 청약저축을 들어야 하는 것이냐"며 "정부 정책이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데 5년을 어떻게 기다리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독신 여성 김 모씨(34) 역시 "수도권에 30평형대 민간 분양 아파트를 노렸는데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다"면서 "집값이 너무 올라 분양밖엔 방법이 없는데 부양가족이 많은 무주택자만 집을 사란 말이냐"며 허탈해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