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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등록일 : 2007.2.13

강남 집값안정 전문가 3인 해법 제시

◆매경-SERI 연중기획 / (2) 강남 재건축 어떻게 할것인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대명사인 서울 잠실 주공5단지 35평형 집값은 2003년 1월 5억500만원에서 현재 14억8000만원 선으로 뛰었다.

4년 새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 개포 주공1단지 13평형 역시 3억4000만원에서 7억8500만원으로 2배 넘게 상승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지는 동안 정부가 쏟아낸 재건축 규제 대책이 무려 10가지도 넘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대책이 시작된 것은 2003년 5월. 2003년 7월 1일 이후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한 곳은 80% 이상 시공한 후 입주자를 모집하라는 후분양제 조치였다 . 이어 안전진단 기준 강화, 소형주택 의무비율 확대 등 규제책이 나왔지만 집값은 조이면 조일수록 용수철 튕겨오르듯 상승했다.

그래서 정부가 쏟아부은 규제책이 되레 강남 재건축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 집값을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비난이 높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재건축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이라며 "정부가 지금 나서서 폭탄을 해체하지 않으면 이후 더 큰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가 2003년부터 쏟아낸 대표적인 규제책은 이렇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재건축 사업단지는 60% 이상을 전용면적 25.7평으로 짓도록 한 `소형주택 의무비율`(2003년 9월 5일), 임대주택비율을 용적률 증가분 대비 25% 이상 건립하도록 한 `개발이익 환수제`(2005년 5월 17일) 등이 있다.

또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개발행위자에게 부담시키는 `기반시설 부담금제`(2006년 1월 11일)도 나왔고,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분 중 일정 부분을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2005년 5월 17일)도 도입됐다.

정부는 강남 지역 재건축을 통한 주택 추가 공급은 5~10% 수준에 불과하다며 재건축 사업에 부정적 의견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 또 집값 상승 진원지인 강남을 수술하기보다는 `강남대체지`에 정책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과감히 풀지 않으면 가격 폭등 등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강남에 거주하려는 중대형 수요에 대한 처방을 내리지 못하는 주택 공급확대 정책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재건축을 계속 미루면 희소성이 증가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프리미엄은 점점 높아지고 그 뒷감당은 더욱 어려워져 정책이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석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외국에도 땅값 비싸고 기반시설이 잘 돼 있는 곳은 대부분 고층화돼 있다"며 "수요가 있고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고밀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정부가 대도시 지역 내 유일한 공급확대 수단인 재건축사업을 오히려 수요 억제책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삼성연측은 용적률 상향 조정을 통해 강남지역을 `압축도시(Compact City)`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압축도시란 도심지를 고밀화해 땅 효율성을 높이는 도시개발 방식을 말한다.

재건축 규제를 풀 때 부분적으로 조금씩 완화하기보다는 강남 일대 재건축을 동시에 푸는 것이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규제 완화 땐 수도권 전체 공간구조와 도시계획을 먼저 세우고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한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강남은 도로ㆍ편의시설이 잘 돼 있어 용적률을 올려도 추가적인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비용이 크지 않다"며 "수요가 없는 곳에 신도시를 발표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주택공급이 필요한 곳에 원하는 평수를 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제를 풀었을 때 일시적으로 주택가격이 출렁일 수 있지만 고밀화하면 안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쾌적성은 지금보다 떨어지겠지만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고밀화가 대안이라는 것이다.

삼성연측은 또 개발이익을 환수하되 소형주택 의무비율은 축소하고,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과감히 폐지하자는 제안도 곁들였다.

소형평형 의무비율에 대해서는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가구 수 대비 60% 이상을 전용면적 25.7평형 이하로 짓자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은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10평 이하 기형평형이 출현하자 25.7평 이하 주택이 연면적 대비 50% 이상을 넘도록 하는 규정이 추가 도입된 상태다.

삼성연측은 "지역별로 평형별 수요가 다른 점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비율을 정해 놓은 것은 옳지 않다"며 "강남에는 중대형 주택에 대한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의무비율에 대해서는 폐지를 제안한다.

임대주택은 개발이익을 환수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이후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제도가 생긴 만큼 중복규제라는 지적이다.

주변 전세금 대비 90%에 사들여서 공급하는 것인데 강남 30평형대 새 아파트 전세금이 4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저소득층 주거복지를 위한 대책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 또한 수혜대상이 주거공간을 잃게 되는 당초 세입자가 아니라 그 지역 포괄적 세입자들이 된다는 점에서 세입자 주거대책 마련이라는 당초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연측은 또 `강남 대체 신도시` 건설과 같은 외곽 때리기보다는 통증 부위인 강남을 수술함으로써 강남 공급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강남 대체지 개발에 대해 강남이 현재와 같은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기까지 30년이 걸린 점을 미루어볼 때 과연 강남에 맞먹는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춘 대체상품이 빠르게 나올 수 있느냐는 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북 뉴타운 역시 강북 전체 면적 대비 5% 미만이기 때문에 강남에 대한 흡입력을 분산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 강남 대체 신도시로는 완전대체가 안 되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과 신도시 조성이라는 처방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재건축은 양적 증가는 크지 않더라도 강남 중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