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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급 신도시, `집값 불씨될까` 고민하는 정부


오는 6월 말까지 발표하기로 한 강남을 대체할 만한 이른바 '분당급 신도시'를 계획대로 공개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은 물론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값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로 접어든 마당에 괜한 불씨를 만들 수도 있어서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7일 "(분당급 신도시를)언제 어떤 곳이라고 발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발표를 안 하면 정책 신뢰성을 문제 삼을 것이고 발표하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불 지른다고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차관 발언에는 신도시 발표가 주변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염려가 짙게 깔려 있다.

반면 재경부와 달리 건설교통부는 6월 분당급 신도시 발표계획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 건교부 '공급 드라이브' = 지난해 12월부터 새로 건교부를 이끌고 있는 이용섭 장관은 올해 초 "수도권 내 가용 택지가 부족해 10년 후 택지 소요를 사전에 준비하려면 분당급 신도시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며 공급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신도시 건설을 위해선 택지개발 후 실제 주택이 공급될 때까지 4~5년이 걸리는 만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신도시 추가 건설을 기정사실화한 셈. 이 장관은 분당급 신도시가 강남ㆍ용인 등 버블세븐 지역을 대체할 만한 곳이어야 한다고 지역 특성도 구체화했다.

◆ 다각적 '투기방지책' 먼저 = 이재영 건교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은 "6월께 분당급 신도시를 발표한다는 건교부 방침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건교부 내에선 이미 '강남 대체신도시' 예정지를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투기대책 등 후속 문제점을 점검하며 발표 시기 등을 두고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신도시 발표가 미리 흘러나가면 자칫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 불쏘시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신도시 입지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를 모두 끝냈다"면서 "다만 신도시 발표 이후 주변 지역 투기, 풍선효과 등으로 불안이 가중될 수 있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전했다.

◆ 재경부'집값 불안'염려 = 반면 재경부는 사회적 파장을 염려한다.

올 들어 분양가상한제ㆍ원가공개ㆍ청약가점제 등 제도 개편이 가속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완연한 약세로 돌아선 상태이고 5년 내 수도권 164만가구 건설 등 공급 확대책이 나오면서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 아파트 값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택 가격 하락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런 때 장기적 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이 오히려 집값 불안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 재경부 관계자는 "신도시 발표를 안 하면 '정책 신뢰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일정 기간 연기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민간에선'예상된 호재' = 민간 전문가들은 집값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에서 분당급 신도시 발표가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란 데 동의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호재가 아닌 예상된 개발 재료인 만큼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신도시 발표로 수도권 남부축을 요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이라면서도 "대규모 주택 공급책으로 장기 안정 요인인 데다 발표 시기만을 남겨둔 것이라 최근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도 "발표가 늦춰질수록 오히려 시장 혼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강남 대체지로 입지만 적절하다면 장기적 집값 안정에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 후보 거론지역 기대감 오락가락 = 후보지로 거론되는 광주 오포, 용인 모현, 하남, 과천~의왕, 서울공항 부근 등 집ㆍ땅값은 강세다.

다만 정부에서 부정적 언급을 내놓아 기대감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오포읍 J공인 사장은 "땅 주인들이 기대감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 데다 나온 일부 매물 가격도 관리지역ㆍ도로에 접한 땅을 기준으로 1년 새 30%가량 올랐다"며 "정부가 후보지 설을 일축한 뒤 매수 문의가 다소 줄었다"고 전했다.

하남시 미사동 T중개업소 관계자는 "군부대 이전으로 기대감이 많이 꺾인 게 사실이지만 모현이 안 되면 하남밖에 없다는 설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하남과 마찬가지로 과천~의왕, 서울공항 주변 등도 기대감이 줄었다.

대신 최근 용인시 도시기본계획 심의과정에서 급부상한 용인 남부의 남사면 일대와 고양시 장항ㆍ송포동 등에선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남사면 Y중개업소 사장은 "용인시가 인근 2 00만평을 시가화 예정지구로 잡은 게 사전 포??아니냐며 기대감이 부풀었다"고 전했다.

[장종회 기자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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