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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 죽전 택지지구에 위치한 대지산. 불곡산 동남쪽 자락에 있는 해발 100ｍ도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이다. 오솔길을 따라 뒷동산 산책하는 기분으로 산 꼭대기에 오르면 보기 좋게 자란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잎 사이로 갑자기 빽빽한 ‘아파트 숲’이 나타난다. 횡대로 늘어선 아파트 단지가 북쪽으로는 분당까지 이어지고, 서쪽 기슭의 죽전~동백 간 고가도로 건너편에는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우뚝 서 있다. 남쪽, 동쪽을 둘러봐도 온통 아파트 천지다. 대지산은 아파트와 아스팔트 도로에 둘러싸인 ‘외로운 섬’이 돼버렸다.


그나마 이 산은 2001년 용인 난개발의 ‘광풍(狂風)’ 와중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했다. 죽전 택지개발지구 108만평에 편입돼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였기 때문이다. 용인 서북부 지역의 산들이 하나 둘씩 깎여나갈 때, 용인 주민과 환경정의를 비롯한 환경·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민 성금 2000만원으로 산꼭대기 땅 100평을 매입하고, 환경정의 박용신 국장은 17일간 나무 위에서 먹고 자며 공사 중단 시위를 벌였다. 그 덕분에 대지산 4만5000평을 포함해 죽전지구에서 8만5000평이 공원·보존녹지로 지정됐다.


이후 주민과 환경정의, 한국토지공사가 공동으로 나무와 꽃을 심는 등 훼손지 복원에 힘을 쏟아 대지산은 지난달 자연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셀 수 없이 많은 나무와 꽃, 200종이 넘는 새와 곤충이 서식하는 이곳에서는 매월 2~4회 생태교실이 열린다. 이오이(여·35) 용인환경정의 사무국장은 “인간이 만든 도로·아파트에 의해 생태계가 고립됐지만 산은 항상 인간을 반겨준다”고 말했다.


대지산 바로 옆에 사는 황부경(여·38)씨는 “인공적인 공원 하나 갖추지 않은 이 지역 주민들에겐 유일한 숨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육시설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놓아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