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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서울] 4. “강남도 부러워하게 강북 리모델링”

[경향신문 2005-10-14 19:36]

서울이 4대문을 중심으로 급격히 팽창하면서 1968년 한강 개발이 본격화됐다. 이후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서울은 거대 국제도시로 성장했고, 그 그늘에 ‘강남은 계속 잘 살고, 강북은 계속 못 사는’ 강남불패(江南不敗)가 자리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동서남북으로 갈라지고 25개 자치구로 쪼개진 서울. 서울에 산다고 다 같은 서울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부와 서울시가 ‘시민 삶의 질 향상’과 ‘균형적인 도시개발’을 외면하는 동안 서울은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된 기형적인 도시로 변질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2002년 민선 3기 이명박 시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서울시는 그간의 ‘직무유기’를 반성이라도 하듯 뉴타운 사업을 통해 도시구조개편이라는 대대적인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뉴타운 발표와 함께 전문가들은 “부동산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사업이 본 궤도에 진입하면서 서울의 지도는 확연히 바뀌고 있다.

◇‘일석삼조’ 노리는 뉴타운=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자치구의 재정능력지수는 강남구가 강북구의 6배, 1인당 도로면적은 서초구가 성북구의 2.3배, 문화시설은 강남구가 구로구의 22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북간 불균형이 이미 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선 것이다. 지방세 재원의 불균형과도 맞물리면서 자치구간의 ‘부익부 빈익빈’ 악순환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시장은 14일 관훈토론회에서 “서울 하나만 놓고봐도 지역간 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아 도시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유로 강남의 것을 빼앗아 강북에 억지로 옮겨 놓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시장 말대로 뉴타운개발은 도로의 확충, 교육여건·주거환경의 개선을 넘어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인간중심의 ‘살고 싶은 도시’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리모델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민간업체와 일부 투기꾼이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주도의 계획도시로 건설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강남에 집중된 주택수요를 강북으로 흡수 분산시킬 수 있는 고품격의 주거환경을 조성, 강남 선호로 비롯된 부동산 투기도 잡겠다는 복안이다.

◇시범지구 ‘자신감’=뉴타운의 밑그림은 이시장 취임 후 불과 5개월 만에 완성됐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도시성장관리방안’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수십차례의 토론과 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그 결과 2002년 10월 은평·길음·왕십리의 3개 시범사업이 발표됐다. 은평구 진관내·외동, 구파발 일원 1백5만평 규모의 ‘은평 뉴타운’은 유일하게 서울시가 공공개발로 건설하는 야심작이다. ‘리조트 같은 생태전원도시’ 건설을 목표로 2008년까지 1만4천7백가구가 3단계로 나누어 공급된다.


성북구 길음동 624번지와 정릉 380번지 일대의 ‘길음뉴타운’은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개발계획 수립에 착수해 활발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부문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은 3개구역 5,356가구가 입주를 완료했고 2구역이 골조공사를 진행 중이다. 최창식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장은 “보행 중심의 녹색도시로 조성될 길음 뉴타운이 2008년까지 완료되면 95만㎡에 총 1만4천1백가구가 공급돼 3만9천5백명이 거주하는 쾌적한 도시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층고밀의 다세대·다가구와 노후한 주거지가 집중된 성동구 하왕십리동 440번지 일대 ‘왕십리 뉴타운’도 지난 7월에 정비구역이 지정되면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3개 시범지구의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2차 뉴타운 사업도 가속도가 붙었다. 12곳의 2차 뉴타운 지정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자 3차 뉴타운과 2차 촉진지구 후보지에는 무려 38개소가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후보지를 자치구청으로부터 받아 지난 8월 15개 지구를 3차 후보지로 선정했다. 3차 뉴타운은 내년까지 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해 전략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2012년까지 개발될 예정이다.

◇뉴타운 특별법 제정 시급=그러나 서울시가 은평 뉴타운의 착공과 3차 뉴타운 후보지를 발표하기까지 사업주체가 자치단체라는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북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재개발 형태인 뉴타운을 선택한 반면 정부는 자족성이 떨어지는 수도권 신도시 건설에 집중하면서 충돌양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최창식 뉴타운사업본부장은 “뉴타운 개발은 강북 등 낙후지역을 주거는 물론 교육, 문화, 녹지 등 각종 도시환경을 강남지역 수준 이상으로 개발해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지난 6월 뉴타운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면서 겪은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뉴타운 사업을 수준높고 원활히 추진하는 데 필요한 ‘뉴타운 특별법’제정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시리즈 끝>


〈김창영기자 bod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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