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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잔디가 카펫처럼 깔려있고, 푸른 나무에 둘러싸인 숲은 시원스럽고’. 주부 권혜선(35)씨는 매일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거실 창밖으로 펼쳐진 녹색 잔디를 보면서 차 한 잔의 즐거움에 푹 빠진다. 그는 경기 용인 ‘죽전자이’ 아파트 21층에 산다. 이 아파트(59평형 238가구)는 한성컨트리클럽과 붙어 있어 이른바 ‘그린 뷰’(green view)의 대표 단지로 손꼽힌다.

원래 고층을 싫어했다는 권씨는 “작년 7월 말 입주할 때만 해도 ‘조망이 뭐 그리 대단할까’라고 생각했다”면서 “요즘엔 삶에 대한 비전도 생기고, 감성도 풍부해져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분양가 5억원짜리가 현재 13억~15억원대를 호가하며 분당 파크뷰에 버금가는 용인 최고가 아파트가 됐다. 아파트에 조망권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파트 몸값 결정에 조망권이 더욱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 소비자들도 조망권을 아파트 선택의 ‘으뜸’ 기준으로 삼고 있다. 최근 부동산114의 설문 조사에서는 조망권(19%)이 내부구조(18%)나 향(向·14%)을 제치고 아파트 청약시 고려 사항 1위를 차지했다.

◆조망권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조망권은 선진국에서도 프리미엄을 인정받는다. 미국의 센트럴파크나 호주 시드니의 바닷가 콘도미니엄은 부촌(富村)의 상징이다. 집값도 주변 지역보다 비싼 것은 당연하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소득 수준과 주거의 질이 높아질수록 조망권 가치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파트 조망권은 어느 정도 가치를 갖고 있는 걸까.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대체로 전체 집값의 20~30%는 조망권의 영향을 받는다”고 추산했다. 같은 단지라도 조망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수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서울 용산 이촌동 ‘한강자이’(65평형)의 경우, 한강이 잘 보이는 로열층은 23억~25억원선을 호가한다. 반면, 조망이 좋지 않은 저층부는 18억~19억원선에 불과하다. 한강 프리미엄이 무려 5억~6억원인 셈이다.

조망권 프리미엄은 국세청도 인정할 정도다. 국세청은 지난 4월 아파트 기준시가를 발표하면서 “조망권이 아파트값의 10~20%를 좌우한다”고 밝혔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경우 조망권 여부에 따른 같은 평형의 가격 격차는 2억원 선이었다.

◆조망권 종류도 각양각색

조망권은 종류도 다양하다. 오션뷰(ocean view), 마운틴뷰(mountain view), 그린뷰(green view), 리버뷰(river view), 파크뷰(park view) 등등. 일산 호수공원에서 시작된 호수 조망권과 청계천 등장으로 떠오른 하천 조망권도 있다.

조망권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아파트 선택시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르는 게 중요하다. 리버뷰의 대표는 역시 한강. 용산 이촌·한남동과 강남 압구정동 아파트촌 등 국내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은 리버뷰(한강)가 좋은 곳이 대부분이다. 한강 조망은 탁 트인 시야와 한강시민공원의 접근성이 최대 장점이다. 마운틴뷰는 강보다 프리미엄은 다소 낮지만, 대체 조망권으로 손색이 없다. 강은 오래 보면 지루할 수 있지만, 산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광이 매력적이다. 공기가 훨씬 좋고,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공원 조망권도 무시 못한다. 외국에서는 공원 조망권을 최고로 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잠실의 올림픽선수촌, 아시아선수촌은 공원을 앞마당처럼 이용할 수 있어 산책과 운동을 좋아하는 중년층 이상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조망이 전부는 아니다

조망이 있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조망권마다 단점도 있다. 한강변 아파트는 소음과 먼지가 적지 않다. 그만큼 저층부는 집값도 낮고 선호도가 떨어진다. 산이 가까운 경우는 여름에 모기가 들끓고, 등산로에 인접한 단지는 등산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바다에 인접한 아파트는 태풍이나 비바람이 잦고, 짠 바닷바람에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알젠 성종수 대표는 “주상복합의 경우 조망권이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조망권 외에 입지여건, 교통, 학군, 편의시설 등도 골고루 따져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