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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재개발·재건축, 새 아파트 대신 현금청산 요구 봇물

조합원이 새 아파트 대신 현금을 요구하는 청산조합원이 단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부산을 비롯해 지역내 부동산경기가 침체돼 있는 지방에서 이처럼 청산조합원의 비중이 높은 재개발·재건축아파트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과 2006년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집중됐던 부산의 경우 최근들어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몰리고 있다.

실제 해운대구와 동구, 남구 등을 제외하면 부산 대다수 지역의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 청산조합원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일부 현장은 전체 조합원의 50%를 넘는다는 게 건설업체들의 설명이다.

부산 진구 연지동 한 재개발사업장의 경우 청산조합원수가 이미 절반을 넘어섰으며, 그마저도 추가적으로 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이어지고 있다.

분양권(입주권) 전매제한을 받고 있는 재건축아파트는 상황이 더 나빠, 조합원들의 현금청산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업체들은 귀띔했다.

부산에서 재개발·재건축 시공권만 30여곳 확보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체들끼리 서로 쉬쉬해서 그렇지, 청산조합원이 절반 정도되는 현장은 부산에서만 30여곳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원들이 개발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이처럼 현금청산을 원하는 이유는 최근의 지역 부동산경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즉, 유망지역 아파트조차 분양이 제대로 안돼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데다, 입주를 하더라도 웃돈은 커녕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일부에 그치기는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한 재개발사업장의 경우 청산희망 조합원이 일시에 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청산조합원이 급증하면서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업체들도 애를 먹고 있다. 청산조합원이 많을 수록 일반분양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등 지방의 경우 가뜩이나 주택 분양시장이 가라앉아 있어 업체 입장에선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질수록 미분양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올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일반분양분에 대한 분양가 규제까지 받게 돼 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10~20% 미만이던 지방 재개발·재건축단지의 청산조합원이 1~2배씩 늘면서 사업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게 됐다"며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파로 (청산조합원이)더 늘어날 공산이 큰 만큼, 때에 따라선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성일 기자 | 02/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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