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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딸아이와 와이프를 데리고 산보삼아 계약한 집을 다녀왔습니다.
근처에 사는 회사 동료 집들이 구경도 할겸해서요.
돈이 좀 모자라서 못 산 성원 상떼빌 5차...좋더군요. 거실 확장까지
하니 확실히 처음 분양할때 36평이라고 분양한 것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생각이...몇 달만 서두를걸 하는 후회가... :)
와이프와 딸아이랑 롯데 낙천대 입구에서 거묵마트까지 슬슬 걸어가면서
동네가 어떤지 살펴 보고 저녁도 그 근처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기분도 좋고 해서 삼겹살 안주에 소주 한병을 다 마셨네요.
만현공원에서 햇살 보면서 딸아이 노는 것 보는 것도 좋았고,
아이파크 옆의 공터에 근린공원 터도 봤습니다. 벌써 테두리에 나무심고
있는 것을 보니 올해 안에 멋진 공원이 될 것이 보이네요. 공원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궁금하더군요.

지역 난방공사에서 720번 버스를 타고 집까지 타고 왔습니다. 오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1. 아파트...아파트...아파트...
어떻게 이렇게 아파트가 많을 수 있을까 싶더군요. 상현동에서 야탑역
까지 오면서 큰 도로 근처를 빼고는 모두 아파트로 채워져 있더군요.
이원복 교수가 쓴 먼나라 이웃나라의 한국편을 보면 한국인의 특징중의
하나가 집단 의식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외침을 막으면서 주민 자치적으
로 외침을 막아오면서 고생한 한국인, 국가의 힘은 그렇게 지지리도 약
했던 한국인들은 조그마한 집단 속에 소속되면서 굉장히 편안함을
느끼고 그렇게 집단 속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게 느끼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이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끝없이 이어진 성냥갑 속에서 갑갑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소속감, 편안함, 안전함을 느끼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단독주택도 빌라도 소규모 아파트 단지도 아닌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하
는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강남에 학군이 좋다고 해서 그곳을 들어가고자 한다면 사실 선택할
수 있는 주택 많습니다. 빌라도 있고 소규모 단지들, 한동짜리 아파트들
...찾아보면 가격 대 주거 성능비 측면에서 좋은 것 많을 겁니다. 그렇지
만 사람들은 대단지 아파트만을 선호합니다. 제 생각에 현재 단도주택,
빌라, 소규모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90%는 기회만 되면 환경좋은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어하리라 생각됩니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현재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만 빌라 훌륭합니다.
역세권 빌라의 경우 50평대가 매매가 2억 초반입니다. 엘리베이터없고
관리비도 없습니다. 주차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그것은 대단지
아파트라도 10년전에 지은 아파트라면 같은 상황일거라 생각됩니다.
요새 짓는 빌라는 적어도 1.5대 정도 주차공간을 확보하지요.
관리비도 없고 넓고 깨끗한 빌라...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미국, 캐나다 가 보면 사람들 도심에 사는 경우는 미혼남녀를 제외하고
는 거의 찾기 힘듭니다. 모두 자동차로, 고속도로로 30분 이상 시속
100 km이상으로 달려야 되는 곳에 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단독
주택이지요. 마당도 있고 예쁘게 지은 집들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부터도) 성냥갑 아파트를 좋아하는 것은 한국인의
특징, 그것도 심리적인 특징이 개입되지 않으면 설명하기가 무척이나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2. 지역간 분리. 실제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
분당에서 수지, 죽전, 그리고 수원 영통, 동백, 보라, 구갈까지
이어지는 이 넓은 아파트 단지들...사실상
주거 환경이 어떻고 저떻고 해도 자동차로 10분만 달리면 다 닿는,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가 어딘지 구별도 안되는, 한마디로
그 동네가 그 동네인 지역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분당
사시는 다른 분들이 들으면 코웃음칠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저 행정구역이 다르고 동네가
다르고 또는 사이에 개천이 하나 있거나 큰 고속도로가 하나 있거나
해서 그냥 다른 동네라고 할 뿐이지 그냥 쭉 이어진 엄청나게 큰
아파트 단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느
동네가 아파트가 더 비싸니...우리 동네가 더 잘사는 사람이 많니...
다 부질없는 이야기가 될겁니다. 적어도 10년안에 말입니다.
미금역 사시는 분들...수내역 사시는 분들...서현역 사시는 분들...
지하철, 버스로 강남에 광화문에 종로에 직장 다니기 편안하십니까?
전 결혼하고 이사오기 전까지 왜 분당이 비싼지 이해를 못 했었습니다. 그 당시 제 기준은 오직 "교통"이었거든요. 버스로 30분 이상 가야한다면
무조건 "멀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제 송파 신도시가 들어서고
판교가 들어서고 만에 하나 세곡동까지 개발되어 버리면 강남역에
서 신갈 인터체인지 근처까지 정말 끊없이 이어진 성냥갑 아파트들
이 동네 구분없이 이어진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도심에 가까울 수록 땅값도 비쌀거고 그 비싼 땅에 나무심고 공기
좋은 곳을 놔두는 "낭비"를 할리 만무하니 공기도 나쁘고 (돈이
엄청 많지 않은 이상은) 살기도 나쁠 겁니다. 여기에 도로망 확충
되고 다같이 고속도로 이용해서, 혹은 고속 지하철 이용해서 출퇴근
하게 되면 동네 구분 자체가 사실 무의미한 상태가 되지 않을까요?
아파트 값 가지고 아웅다웅 하는 것...한번만 주위를 둘러봅시다.
다 부질없는 짓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교통이냐, 공기와 나무냐
그리고 돈이 얼마나 있냐(교통 좋은 곳의 30평대 아파트와 공기 좋은
곳의 50평대 아파트)의 차이가 있을 뿐이겠지요.

2. 학군
학군은 사실 주객이 전도된 요소입니다. 사실관계가 바뀐 것이지요.
학군이 좋은 동네에 부자들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몰려서,
혹은 부모들의 의식 수준, 학력 수준이 높은 동네가 좋은 학군이 된
것일 뿐입니다. 여기에는 유전자적인 요소, 부모들의 수입, 학력, 직업
등이 반영되겠지요. 아무리 후진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한다면 이 학생은
어딜 가나 그 정도 성적 낼 겁니다. 강남에서 서울대를 많이 간다면 그냥
그 동네 사는 학생들의 성적이, 두뇌가 평균보다 높은 것이지 "그 동네에
살아서"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거묵마트에서 지역난방공사까지 걸어오면서 사람들을 보니 놀랍게도
모두 제 또래(30대 중반)이거나 많아도 40대 초반이겠더군요. 아이들은
제 딸아이처럼 4살근처가 가장 많이 보이고 중/고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입니다. 이를 미루어보면
이 사람들은 수입도 적은 편이 아닐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저처럼
부모님들이 결혼할때 많이 도와주지 못한 경우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동네의 아이들이 껄렁껄렁한 불량학생으로 크는 모습은 상상하기
가 어렵네요.

3. 돈의 흐름
어느 전문가의 이야기처럼 강남,분당,용인,수원으로 이어지는 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필연적으로 기업들의 이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20년전의 강남이 그랬듯이, 그리고 그 이후 10년
전의 강남이 그랬고 지금의 강남이 그랬듯이, 돈의 흐름은 점점 남쪽
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은 직장이 강남입니다만
앞으로 분당이나 광교, 판교, 혹은 수원 혹은 기흥, 오산이 될 수도
있겠지요. 수도권은 이제 외곽 신도시 중심으로, 여러 개의 핵을
가지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산도 좋고 상계동도 좋고
하남도 좋습니다만 강남,분당,용인,수원,그리고 그 위쪽으로 평촌,
산본,과천으로 이어지는 이 끝없는 아파트들의 행렬 속에 직장들이
안 생긴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가 힘드네요. 10년 뒤의 수도권의
모습이라...지도를 좋고 곰곰히 생각해 볼만합니다.
2020년까지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는 지금보다 약간 감소하겠지만
수도권 인구는 지금보다 일정 비율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내 동생들, 자녀들은 결혼하고 어디에서 집을
구할까...어디에서 직장을 구할까...를 생각해보면 수도권의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이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이 앞으로 못해도 100만 가구는 훨씬 넘을
겁니다. 수도권 인구가 2000만이라면 한 500만 가구 될 거고, 그 중에
1/5 이상이 이 수도권 남부에 버글버글하게 사는 모습...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여기에서 엄청난 부가 만들어
지고 흘러 다닐거라는 것은 확실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