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전 아직 용인시민은 아니고 곧 입주 예정인 사람입니다만 게시판을 보다 보니 참 씁쓸합니다.
그래서 문득 이 생각 저 생각이 나서 글 한자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1. 우리 나라 사람들 서열 의식 참 강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대학교도, 무슨 대학교 아래 무슨 대학교, 무슨 대학교 아래 무슨 대학교 식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복잡하죠.
무슨 대학교 무슨과 아래 무슨 대학교 무슨 과 식으로 서열을 굳이 세우려면 훨씬 복잡한 방정식 계산을 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 나람 사람들은 이 복잡한 계산을 머리 속으로 해낸다는 겁니다.
더 재미있는 건 이렇게 계산해낸 서열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금기시 됩니다.
예로부터의 선비 의식 같은 것과 연관이 있으려나... 그래도 머리속에서 늘 계산하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가끔은 말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그거때문에 가끔 싸움이 나지요. 예전에(요새도 그러려나?), 서울대, 포항공대, 연세대, 고대...등등 해서 게시판에서 참 추잡한 싸움하는 거 본적이 있습니다.
요지는 학력고사 점수가 어디가 높았니 고등학교 때 누가 더 공부를 잘 했니, 그래 봤자 우리 대학이 더 좋니, 하는 식의 서열 싸움이었지요.
사회가 복잡해지니까 서열을 계산하는 방정식이 확실히 복잡해지긴 했나 봅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여전히 계산하고 그리고 그 서열을 믿습니다.
그리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서열이 더 높아지길 바랍니다.

2. 전 이번에 처음 집을 구매해서 사실 좀 어벙벙합니다.
전세 몇년 살면서 돈 모으다 보니 어느새 주변 집값이 너무 뛰어서 원래 갖고 싶었던 32평 아파트, 주변에 산도 있고 공기 좋고 직장 출퇴근 하기 쉬운 곳이면서 아이들 키우고 좋고 가장 결정적으로 "내가 대출받아 살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찾다가 아래로 아래로 찾다 보니 어떻게 용인까지 와야 되더라구요...
일산이든 상계동이든 용인이든 직장과의 거리는 다 어디가 낫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막상막하로 멀고 그 사이의 지역은 뭔가 한 가지 이상 포기해야 하더라구요.
어쨌거나 직장 출퇴근 편리성을 포기하고 대신 다른 요소를 좀더 챙기는 선택을 했습니다.
회사 동료 중에 여기 사는 분이 있어 한번 따라와 봤다가 그냥 바로 저지른 거죠.
솔직히 집 구하면서 좀 좌절했습니다.
전 제 나름대로는 수입도 평균 이상은 훨씬 넘고 저축도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산다고 자부했었거든요.
어디 간들 원하는 집 못 구하겠나 싶었습니다.
근데 대출을 한도까지 빌려도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이 그렇게 많지는 않더군요.
지역을 골라도 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항상 한도를 조금 넘더군요. 어쨌거나 제 서열은 거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3. 대학교에 대한 서열이 이제 살고 있는 집으로 바뀐 것 같네요.
다른 점은 아파트는 선택과 기회 포착, 그리고 운이 복합되어 결정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한번 결정된 것처럼 보이는 서열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바뀝니다.
이 서열은 무척이나 중요해 보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오르고 저 동네 아파트가 내리면 일종의 보험에라도 든 것 같은 안심이 되니까요.
예를 들어 큰 병이라도 들면 집 팔고 저 집으로 이사가면 얼마가 남으니까... 하는 안심일까요?
대학교처럼 이 방정식도 무척이나 복잡한 모양입니다.
어느 동네가 어느 동네보다 낫다 수준이 아니라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가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 심지어는 몇동 보다 몇동이...식의 굉장히 복잡한 방정식입니다.
이 아파트 간의 서열 경쟁도 생존의식이 포함되어 있어서 대학교간의 서열 경쟁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악다구니가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이 동네가 얼마 받으니 우리 동네는 이 정도는 받아야 하고 이 아파트가 얼마 받으니 우리 아파트는 이 정도는 받아야 하고... 아파트값이 절대 떨어지는 일은 없고 오르기만 하는 것은 이 악다구니가 포함 되어서 그런걸까 싶기도 하네요.
글쎄, 저도 제가 처음으로 산 아파트가 가격이 많이 올랐으면 싶네요.
근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악다구니 써 봤자 서로 다같이 경쟁해서 오르는 건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네요.
집 팔고 지하 셋방으로 가지 않는 이상은...

4. 오늘 이 사이트 부동산 동영상 강좌 하나를 봤는데, 부자가 되려면 그런 고고한 의식, 비판적인 의식을 버려야 한다는군요.
그리고 친절하게 몇천만원으로 몇억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시세차익 남기며 전매하는 과정을 설명하더군요. 바보들은 3억원으로 분양받아 그냥 살지만 부자는 계약금 3000만원씩 10채를 사서 나머지는 몽땅 대출 받고...그래서 10채분의 시세 차익을 챙긴다고... 물론 지금은 이런 전매가 불가능하니까 가능한 방법이 아닐테지만...아 참 편견을 버리라고 했지요.
신문이랑 방송에서 전매가 안된다고 하 지만 잘 찾아보면 또 그런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란 책을 봐도 부동산 이야기가 좀 나오고 제일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세금 이야기지요.
그리고 앞서 말한 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부자가 되려면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고... 전 그 책을 두번 읽어 봤는데 아무리 봐도 절세와 탈세의 기준을 모르겠더군요.
마찬가지로 투기와 투자의 차이도 모르겠군요.

6. 갑자기 자본주의가 참 허무스럽습니다.
제가 직장에서 하는 일은 적어도 뭔가 생산을 하는데 말입니다.
재화를 만들든지 서비스를 만들든지 뭔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만듭니다.
뭔가 생겼으니 당연히 댓가가 있겠지요.
근데 10채분의 집을 빚을 얻어서 매점매석한 다음 시세 차익을 남기는 행위를 투자라고 강좌까지 하는 세상이 멀쩡한 세상일까요?
그 10채분의 집을 매점매석하신 분들은 세상을 위해서 어떤 재화, 어떤 서비스를 생산하신 분인가요?
그 분들이랑 중세시대 물려받은 토지와 농노들을 이용해서 부를 쌓아온 분들이랑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집 한채 사서 내 집값이 많이 오르길 바라는 악다구니는 바보들의 악다구니이니 차라리 순수하다고 할까요...

7. 저도 참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만 부자란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는 위의 이야기들에 참으로 동의가 안 됩니다. 부자란 똑똑한 사람들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감각도 탁월하겠지요.
뭔가 전문 분야도 있을 겁니다. 분양권 전문가, 경매 전문가, 토지전문가, 주식 전문가, ...
근데 제 시각에서는 그 모든 것에 "도덕성 포기"란 전제 조건이 포함되는 것처럼 보이네요.
그래서 마인드를 바꾸어야 하나 봅니다.
어쨌거나 전 부자가 되긴 글렀나 봅니다.
자본주의에서의 도덕성란 무엇일까요?
고등학교 때 윤리 시간에 얼핏 "자본 주의 윤리" 운운하는 이야기가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막스 베버였나... 궁금해지네요.
그때 시험문제 나오면 잘 맞췄던 것 같은데... 네이버 지식인이나 검색해 봐야겠군요.

그래서 전 서열이 이것밖에 안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뭔가 직장 다니면서 그리고 직장을 그만 두면 나만의 재화, 나만의 서비스를 생산하는 사업으로 돈을 벌어야 될 것 같네요.
자본주의는 저랑 안 맞는 걸까요.

우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