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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과 경기 성남 분당 및 용인시 일대 등 최근 가격 급등지역의 단지별 매물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귀하다. 매물이 없다 보니 당연히 거래도 활발하지 않고 매도·매수자간 탐색전이 치열한 상태다. 겉으로는 시장이 조용한 듯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속으론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집주인이 ‘부르는 값’이 실제 시세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약 단계에서 집주인이 갑자기 가격을 높여 거래가 깨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매물이 귀하다 보니 집주인들은 굳이 가격을 낮춰 팔려고 하지 않고 주변에선 호가대로 팔린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공급 부족이 이런 현상을 초래했지만 이 지역에 주택을 공급할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아 가격상승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오는 6월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와 내년부터 시행되는 2주택 양도세 중과가 효력을 보일 경우 하반기에 일시적으로 집값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견해도 일부 있다.

■뛰는 호가가 실거래가로 고착

경기 분당 정자동 파크뷰 33평형은 현재 1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평당 3000만원에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 가격에 팔겠다는 집주인은 드물다. 분당의 A부동산 관계자는 “지난달 이 단지 33평형을 9억8000만원에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지만 매물 보유자가 막판에 팔기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13억원선이던 이 단지 48평형도 15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판교와 거리가 가까운 용인지역 상황도 마찬가지다. 용인시 성복동 S공인 김모 사장도 “매도·매수자간 가격 협상에 들어가면 호가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매매가가 결정되지만 호가와의 차이는 미미한 실정”이라고 했다.

신봉동 LG자이 33평형은 지난해 4억원선이 시세였으나 올들어 판교 기대감으로 호가가 5억원선으로 뛰었다가 실제 호가 수준에 거래가 됐다. 이후 호가는 더 뛰어 현재는 5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50평형대도 호가인 8억원에 거래가 된 이후 시세가 8억원에 고착화되고 있다.

용인시 신봉동 LG신봉공인 최의규 사장은 “이 지역 아파트는 올 1∼2월에 많이 올랐고 지금은 거래없이 조용하다”며 “물건이 없는 데다 판교 분양 후를 내다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도 호가가 실거래가로 빠르게 굳어지고 있다. 도곡렉슬 33평형의 현재 호가는 12억5000만원이다. 한달 동안 3억 정도 오른 값이다.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시세가 수직상승했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도곡동 우성W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는 많은 데 매물이 없는 게 문제”라며 “재건축 규제로 강남에 당분간 새 아파트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한가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집값 상승 지속된다”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 분당 등 주요 인기지역의 집값이 올해 조정을 받을 공산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강남지역은 수요층이 두꺼운데 재건축을 제외하고는 신규 주택공급책이 없고 경기 용인과 분당 지역은 성남 판교신도시 분양 후에 당첨받지 못한 수요자들이 대거 ‘유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주거환경연구원 김태섭 위원은 “강남은 들어가려는 사람은 많지만 집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송파신도시나 뉴타운 등도 공급까지 몇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매물 부족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실장은 “종부세 등 세금을 강화해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기보다 매매가에 전가시켜 가격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원은 “판교 청약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2차수요’를 일으켜 판교 분양 후 분당 등 주변지의 주택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오는 6월 종부세가 부과되고 내년부터 2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가격상승세가 일시적으로 한풀 꺾일 것이라는 일부 의견도 나왔다. 삼성증권 김재언 과장은 “보유세 등 세금 증가가 피부에 와 닿으면 회피성 매물이 나와 올 하반기에 집값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누그러질 것”이라고 점쳤다.

■도심 효율적 개발 모색을

문제는 주택수요는 많지만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뾰족한 공급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만큼의 주택을 공급해야 하지만 택지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산연 장성수 실장은 “마땅한 택지가 없는 강남은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려줘야 하지만 규제가 완화되면 이를 재료로 집값이 뛸게 뻔해 정부도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북지역 개발은 단기적 주택공급이 어렵고 강남 수요 분산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송파신도시도 또하나의 강남을 짓는 것일 뿐 근본적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기존 도심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위원은 “개발여력이 있는 도심 역세권·준주거지역 등의 용적률을 올려 주거용 시설의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도시를 신설하는 것보다 시간이 덜 걸리고 이익환수를 통해 투기세력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