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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 삼성·롯데, 양재동에 현대차·LG전자…
내로라 하는 대기업 총집합!

강남의 테헤란로가 대기업 집합촌(村)으로 변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진출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이 때문에 빌딩 공실률은 줄고, 임대료는 상승추세다. 1990년대에 이어 2000년대 초 IT거품이 빠지면서 주춤했던 테헤란로가 제2의 붐을 맞고 있는 징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테헤란로 붐은 기업을 적극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본사나 연구개발센터의 위치를 바꾸려는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차·포스코 등 대기업 총집합
테헤란로 개발의 중심에는 삼성이 있다. 삼성은 현재 테헤란로가 시작되는 강남역 주변 7500여평 부지 위에 연면적 11만7000평 규모의 ‘삼성타운’을 짓고 있다. 2008년 완공예정인 삼성타운에는 43층, 34층, 32층짜리 건물 3개 동(棟)이 들어서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IT계열사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재계순위 7위 GS그룹은 지난 2004년부터 역삼동 GS타워에 둥지를 틀었고, 세계적인 철강기업 POSCO의 주무대도 테헤란로다. 현대차그룹은 테헤란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양재동에 그룹 본사를 두고 있다. LG전자도 양재동 일대에 2009년 완공을 목표로 연구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테헤란로에서 멀지 않은 서초동 롯데칠성음료의 물류센터 부지에 롯데타운 건설을 추진 중이다.

◆지자체와 기업의 합작품
강남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테헤란로는 교통의 요지로 도심은 물론이고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대기업의 각종 생산시설과 협력업체가 몰려있는 수도권 각지로 손쉽게 오갈 수 있다. 관공서가 몰려 있는 과천도 멀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원의 공장·R&D센터와 도심의 본사를 오가는 직원들을 위해 하루에도 수 십 대의 버스를 운영하는데, 평균 2~3시간이 걸린다”며 “삼성타운이 완공되면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필수적인 인재확보라는 측면에서도 강남이 유리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람을 뽑아보니 대부분이 지방보다는 출퇴근이 편리하고 생활·교육·문화여건이 뛰어난 강남을 선호한다”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서울에 연구센터가 있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모토로 내세운 서초구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서초구는 삼성타운을 만들 수 있도록 삼성타운 부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없애줬다. 또 서초구는 현대차가 양재동에 R&D센터를 건립할 수 있도록 용적률을 200%에서 450%로 늘려줬고, LG전자가 R&D센터를 지을 수 있도록 물류창고 부지를 용도변경과 함께 도시시설관리계획을 바꿔줬다.

◆공실률은 줄고, 전세가는 오르고
테헤란로의 붐은 공실률과 전세가 등에서 잘 나타난다. 테헤란로의 대형 빌딩 공실률은 낮아지고, 전세가는 오르는 추세다. 투자자문사 ‘저스트알’에 따르면, 테헤란로 주변 대형빌딩(10층 이상, 건물연면적 2000평 이상) 공실률은 작년 1분기(1~3월) 3.6%에서 4분기엔 3.3%로 낮아졌다. 강남권역 공실률 역시 작년 1분기 4.0%에서 4분기엔 3.4%로 떨어졌다. 작년 4분기 서울 전체 공실률은 5%로 공실률 면에선 강남이 제일 낮다.
월세를 전세보증금으로 환산한 대형빌딩의 환산전세가는 테헤란로의 경우 작년 1분기 평당 448만원에서 4분기엔 452만원으로 올랐다. 저스트알 신선미 투자자문팀장은 “대기업을 따라 협력업체까지 옮기는 추세여서 강남 지역 공실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6-03-17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