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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와 같은 어리석은 질문에 답변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상복합 건물들에 대하여 저의 개인적인 견해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입지(立地, Location)이라는 것은 너무 상식적이라서 더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동산 가격에 절대적인 (아마 90% 이상) 영향을 미치는 그 입지 문제는 뒤로 미루고, 오늘은 그 가격에 약간의 영향 (아마 3%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축적인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건축예술에는 “평면이 아름다우면 입면이 아름답다”라는 고전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이 것은 건축설계자들이 건물외형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더라도, 결코 건물배치나 실내구조를 경시하지 말라는 충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망권을 위해서 건물배치나 실내구조를 경시하는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원칙에 비추어 보면, 주상복합은 결코 주거용 건물로서 훌륭한 작품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히려 기존의 성냥갑 같은 판상형 아파트의 단조로움에서 진정한 건축의 아름다움을 찾아 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의 적은 사항은 특정 단지를 지칭한 것은 아니고, 제가 평소에 본 적이 있는 주상복합건물의 문제를 되는 대로 몇 가지 적어 보았습니다. 주상복합의 단지에 따라 평형에 따라 아래의 문제점들이 해당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을 것입니다. 단, 아이파크는 물론 아파트이지만 건물은 주상복합의 형태를 취하였습니다.

부부침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용도가 애매한 서재가 있고, 방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역시 용도가 애매한 가족실이 있는 구조도 있습니다. 아마 창이 없어서 방으로 사용 못하는 애매한 공간 (dead space)에 이런 ‘서재’나 ‘가족실’이라는 명칭이 붙여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배치하다 보니 80평이 넘는 대형 평수에 침실이 3개뿐입니다.

어떤 대형 평수에서는 식당이 주방에서 멀리 떨어져 거실 구석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결국 주부의 동선(주로 움직이는 통행선)이 길어지면서 거실출입 동선과 교차합니다. 물론 그 교차하는 부분은 넓은 평수에도 불구하고 혼잡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주부는 힘들어도 평수 큰 집을 소유한 즐거움에 참고 사는 것 같습니다. 아마 주방부근에 식당을 배치하자니 외부에 면한 창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설계자가 이런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어떤 가족실에는 침실 1, 침실 2, 욕실로 가는 동선이 모두 통과합니다. 이런 공간은 방이라기 보다는 홀이나 로비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대형 건물에 수천 명이 출입하는 곳이라면 이런 완충지역이 필요합니다만, 식구가 열 명도 안 되는 주택에서 이렇게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공간도 평수에 포함되면서 관리비를 내야하고 청소도 해야 합니다. 매매가격이 평당 3,000만원이라면 우리는 이런 비 효율적인 공간도 포함해서 그 대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현관에서 좁은 통로를 5 미터 정도 걸으면 복도에 닿고, 그곳에서 계속 4 미터 정도 좁은 통로를 또 걸어야 비로소 거실에 도착하는 실내 구조도 있습니다. 입주민들은 물론이고 손님이 처음 방문할 때 이런 미로를 별로 좋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손님이 현관에 들어온 후 긴 복도를 따라 방을 3개를 지나고 또 오픈open된 식당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거실에 도달할 수 있는 실내구조도 있습니다. 또한 그 손님이 거실에 앉으면 또한 안방의 방문이 직접 보입니다. 과히 좋은 프라이버시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드레스 룸이나 전실을 통하여 안방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안방 쪽에 출입구를 내면 거실에서 안방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을 피하려고 선택한 모양입니다.
이런 설계는 원칙에 안 맞지만, 그 드레스 룸을 일종의 전실(ante room)이라고 주장하면 용서가 될까요? 물론 사용자가 편하다면 별 문제야 없겠지요.

기울어지고 일그러진 형태의 사각형이나 오각형 또는 기역자의 형태를 취한 방도 있습니다. 아무리 미학적인 건물외관을 중시한다고 해도, 인간은 기울어진 선, 경사대지, 비탈길, 일그러진 형태에는 본능적으로 불안을 느낍니다.
우리가 현대 전위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담는 그릇인 건축물의 실내구조로 이런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단지의 주 출입구에서부터 외부인의 출입이나 시선을 차단시킨 것도 있습니다. 개별 건물 별로 외부인을 차단시킬 수도 있는데 굳이 단지에서부터 원천 봉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환경친화적인 컨셉도 중요하지만 인간친화적인 것은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외부 도로에서 계단을 한 참 내려가서야 주 출입구 대문에 도달합니다. 경사 대지의 건축이라서 설계상의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는 이해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가장 사람이 많이 다니는 주 출입구 주변을 최우선으로 평평하게 했어야 했습니다. 굳이 차선책을 찾자면 계단의 경사를 좀 완만하게 했어야 됩니다.

주 출입구로 단지에 들어가자마자 곧 바로 높은 건물을 만나게 되어, 출입하는 사람들이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곳은 대체로 차량과 보행의 동선이 얽혀 혼잡해 질 염려가 있습니다.
주 출입구와 건물 사이에 광장이나 넓은 단지도로 등의 완충지역이 아쉽습니다. 또한 그 위압감을 줄이기 위해서 주 출입구는 일반적으로 상가 등의 저층 건물 옆으로 배치됩니다.

상기의 문제점들을 느낀 사람들은 비로소 일자형 보통 아파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것입니다.

부동산에서는 때로 특정 테마가 유행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학군일 수도 있고, 교통일 수도 있고, 환경일 수도 있고, 조망권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것이 바로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어도 건축 예술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 부동산 가격에는 별로 영향을 안 줍니다만, 평면이 아름답지 못한 건축물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쌓일 지도 모릅니다.
물론 안 쌓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감각이 틀릴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