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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가 원미구 춘의동에 화장시설과 납골당을 갖춘 대규모 ‘시립 추모의 집’ 건립을 추진하자 인근 서울 구로구와 양천구 주민들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구로·양천구 주민들은 “화장장 설립으로 환경 및 재산 피해가 뻔히 예상됨에도 아무런 협의과정도 거치지 않은 ‘부천 이기주의’”라며 건립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천시는 “시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추모의 집은=부천시는 지난달 4일 춘의동 462일대 1만6천평에 ‘추모의 집’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국비(70%)와 시비(30%) 등 1백32억원을 들여 화장로 6기와 유골 3만개를 수용할 수 있는 납골당 등을 갖춘다. 전체 면적 중 화장로·납골당 터 1,260평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호수와 체육시설 등을 꾸며 테마공원으로 조성된다. 화장장은 예정대로라면 내년 4월에 착공, 2007년 4월에 완공된다.


◇구로·양천구 “화장장 안된다”=‘추모의 집’ 건립 예정지는 부천시의 서쪽 끝. 문제의 발단은 이 곳이 시 경계지역으로 구로구와 양천구에 면해있다. 구로 주민들은 서울시가 지난 30년간 시계경관지구 및 고도제한지구로 묶여 있던 온수동·오류동·항동 일대의 개발을 위해 올 상반기에 지구지정을 해제 또는 완화할 예정이어서 재산권 침해를 우려, 반발 강도가 세다.


예정지는 191동, 764세대가 밀집한 온수동 온수연립단지와는 거리가 200ｍ에 불과하다. 이 곳의 집값은 개발 기대로 1억7천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한달새 1억3천만원대로 폭락했다. 주민들은 새로 지어질 아파트 높이가 10층만 돼도 화장장이 훤하게 내려다보이고 화장터에서 발생한 분진 등이 고스란히 흘러들어오는 등 환경 피해도 클 것이라며 목청을 돋우고 있다.


이에 따라 온수동 주민들을 주축으로 ‘부천 화장장 건립 반대 구로구 투쟁위원회’(위원장 변한수 구로구의원)를 결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 22일에는 온수역 광장에 주민 700여명이 모여 반대 집회를 벌였다. 구로구의회는 21일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화장장 건립을 저지하겠다”는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구로구청은 화장장이 정부의 권장사항인만큼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부천시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천구에서도 신정3·7동이 부천 화장장과 2㎞쯤 떨어져 있어 서서히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양천구민들은 화장장이 건립되면 서부트럭터미널 사거리에서 부천 작동간 도로가 장의차량으로 붐벼 교통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양천구는 “부천 화장장으로 교통 및 환경에 있어 주민생활의 불편이 예상된다”며 “주민들의 여론을 지켜보며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천시 “강행하겠다”=부천시는 화장장 건립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내에 화장장이 없다보니 시민들이 4~6배나 많은 이용요금을 내고서 인천·수원 등의 화장시설을 이용하는 실정이어서 건립을 미룰 수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구로·양천구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부천시는 “화장로를 지하에 설치해 분진 등으로 인한 민원발생의 소지를 없애는 등 첨단시설로 짓고 주위를 친환경적인 테마공원으로 만들겠다”며 “건립의 불가피성을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안홍욱기자 ahn@kyunghyang.com〉 기사제공- 2005.3.24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