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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엉터리 부동산 전망… ‘노림수’ 따로 있나

[국민일보 2006-09-11 19:14]





부동산 관련 연구기관들이 해마다 발표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전망이 왜 번번이 틀릴까. 그것도 전망수치가 2∼3%포인트 틀리는 게 아니라 아예 오르고 내리는 것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연구기관들은 부동산 시장이 워낙 복잡한 데다 심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두번도 아니고 해마다 엉터리 전망을 내놓으면서 정부나 소속된 단체,업계 등을 위한 각종 정책을 제안하고 있어 무슨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게 하고 있다.

◇반복되는 엉터리 전망=국토연구원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3년간 발표한 부동산 가격(아파트,단독주택,연립주택 포함) 전망은 실제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것도 지난해와 올해에는 상승과 하락을 정반대로 예측하는 등 터무니없이 빗나갔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2004년부터 매년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한결같이 전망했다.

국토연구원은 전문가 설문조사 등을 종합한 결과 올해 주택매매가격은 1.0% 내리고 전세가격은 2.0%,땅값은 0.5% 정도씩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06년 상반기에 하락안정세가 지속되고 하반기에 회복세로 돌아서 하락세가 둔화되는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주택시장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등으로 매매가격이 무려 4.7%,서울은 전국 평균보다 다소 낮은 3.9%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가는 1%안팎 상승을 예측했다.

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도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주택매매 가격이 2.2%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면서도,전망에서는 2∼3%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가격동향은 아주 딴판이었다. 통계청 승인을 받은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아파트·연립·단독주택을 다 합친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4.3%,서울은 7.2% 상승했다.

아파트는 더 많이 올랐다. 특히 서울 양천구는 24%가량 폭등했다. 서울 한강 이남지역 11개구 아파트도 평균 13.4%나 뛰었다.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내린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아파트 전세가격은 신규입주 물량 부족 등으로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기관들은 2004년에도 한결같이 2005년 주택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구체적인 전망수치를 내놓았지만,실제로는 크게 올랐다.

◇소비자 불만 가중=이런 전망을 믿고 집을 사고 판 소비자들은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회사원 정모(46·서울 우면동)씨는 “지난해말 연구기관들이 일제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해 올해 초 아파트를 팔았는데 오히려 가격이 은행이자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다”며 “도대체 맞지도 않은 전망을 왜 내놓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연구기관들이 일제히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경우 매도 희망자들에게 빨리 처분을 하고,구입예정자들에게는 비교적 늦게 구입하도록 권유를 하게 된다”며 “결국 이같은 전망을 믿고 행동을 한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시장가격이 왜곡되고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체들 역시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 주택건설업체들은 연구기관들의 부동산 전망을 참고로 해서 아파트 분양계획 등을 짜는데 매년 들어맞지 않아 사업수정을 하기 일쑤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연구기관들의 전망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지도 못한다”며 “연구기관들의 엉터리 전망 때문에 사업계획을 짰다가 수정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무엇을 노리나=연구기관들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들이 많고 복잡해 정확한 예측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국토연구원 손경환 토지·주택연구실장은 “부동산 가격은 다른 가격과는 달리 예측하기가 정말 힘들다. 부동산은 일정한 추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 내용에 따라 수요공급이 급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결같이 내리는 쪽에 무게를 두고,이를 기조로 정책들을 제안해 무슨 속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2005년 하반기부터 경제가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기로 접어들지만 부동산은 안정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연구원은 전문가설문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비율이 40%를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2.0%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고 정부대책의 완화 기대로 인한 시장불안요인이 잠재돼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부동산안정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책연구원으로서 부동산 과열을 우려한 배경이 깔려 있는 듯하다.

이에 반해 대형건설업체 모임인 대한건설협회 부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공급위주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다. 이 연구원은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공급을 저해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반시설부담금,개발부담금,재건축 규제 등 지나치게 공급제한이 가해지지 않도록 입법 및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8월23일 개최한 ‘8·31대책 1년후 세미나’에서도 “수도권 경우 과도한 규제로 공급이 크게 위축될 경우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투기를 우려한 재개발·재건축의 과도한 규제여부에 대해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분히 건설업체들을 위한 정책제안이라는 냄새가 난다.

중소 주택건설업체 모임인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이 출연해 설립한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지난해 전망에서 “거시경제 불황과 주택관련 규제에 따라 주택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주택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정책을 제안했다. 올해에는 “서울 북뉴타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가격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급확대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웅 편집위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