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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 이제는] 14. 난개발, '계획개발'로 바꾸자


자투리땅 보이면 아파트부터 뚝딱 도로·학교 까먹었네 후회할 삽질은 그만!


경기도 파주 운정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는 대한주택공사는 토지를 싼값에 수용해 비싸게 판다는 비판이 억울하다고 말한다. 285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지만 이익의 대부분을 서울 상암동~운정 자동차전용도로(제2자유로) 등에 쏟아 붓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장사라는 것.

주택공사는 이런 기반시설을 짓는 비용을 분양가에 포함해 왔다. 1990년에는 이렇게 조성한 분당.일산 신도시 개발 이익으로 분당선.일산선 전철, 자유로, 분당~수서 및 분당~내곡 간 고속화도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기반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지역에는 '무임 승차' 세력이 들끓는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새로 깔린 기반시설 덕에 분양가를 높게 매길 수 있는 데다 기반시설 비용은 내놓지 않아도 되니 분양만 되면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은 삽시간에 마구잡이 개발(난개발)의 전시장으로 바뀐다.




마구잡이 개발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전국적 현상이다. 90년대 초반 5대 신도시 건설에 따른 자재난 등 각종 부작용이 대규모 신도시 개발의 발목을 잡았다. 대규모 개발에 반대하는 환경론자들의 입김도 드셌다. 그러자 90년대 후반부터 환경론자의 눈길을 피해 10만~20만 평 규모로 쪼갠 준농림지가 '미니 신도시'란 미명 아래 개발됐다.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농촌 지역의 '나 홀로 아파트'나 산자락 논자락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뒤늦게 도로.학교를 집어넣으려 했지만 땅값이 오르는 바람에 그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처음부터 늘어나는 주택 수요에 맞춰 10년 동안 경기도에 150만 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면 분당 같은 도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좋은 도시 15개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은 우여곡절 끝에 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재개됐다. 그러나 최근 판교 신도시의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한다는 이른바 '판교발 역풍'이 부각되면서 다시 국공유지나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미니 신도시를 짓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구잡이 개발의 부작용을 잘 아는 이정문 용인시장 등은 벌써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시장은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아파트 대신 종합병원.도서관.공원.유원지 등 공공 및 편익 시설을 세워 난개발을 치료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구잡이 개발을 막으려면 택지 개발지구와 그 주변을 포괄하는 도시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개발은 일정 규모 이상만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지자체가 나서 자투리 땅에 다닥다닥 아파트만 짓는 개발을 철저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허귀식 기자

2005.08.28 18:22 입력 / 2005.08.29 04:32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