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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전 일이네요.
아침 이슬을 맞으며 학교 다니던 시절이요!!
그때는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꺄르르 웃어버리는 여고시절이었습니다.

집은 10단지 였고, 저는 양천여고에 다녔었어죠!
지금 생각해보면.. 세계사를 가르치시던 박선생님을 너무도 사랑했던 순수한 여고생이었던것 같습니다.
훤칠한 키에 뿔테안경이 왜그리도 멋있었던지... ㅋㅋ
매일아침 목이 약한 선생님을 위해 목캔디를 몰래 책상위에 얻어놓고 도망을 쳐 나오던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아침이면 가로수가 주~ 욱 늘어선 길을 따라 등교를 합니다.
목동그린공원(지금은 신트리공원이라고 부르더군요.)을 지나 10분 정도 걸어가면 학교가 있습니다.
그 10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바람이 불어 이슬이라도 날릴라치면 무지개가 생기는 아름다운 등교길이었습니다.
아침에 맛보는 차가운 이슬의 상큼함은 목동에서 학교를 다니는 모든 학생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또 봄이 되면 학교가는 길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핍니다.
꽃에 파뭍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니다가도, 개나리 나무에 숨어있는 손까락만한 녹색 벌레를 만나면 눈물을 글썽거리면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치기도 했답니다.^^
지금은 농약때문인지 그런 벌레도 없더라구요.
벌레는 있는데 제가 나이가 들면서 겁이 없어진걸지도 모르겠네요.--;;

여름이면 14단지 앞에있는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너무 지루하고 덥습니다.
그러면 친구들 대여섯명이 200원, 300원씩 모아서 택시를 잡습니다.
여러명이 모여있으면 택시 아저씨가 안세워주시기 때문에 12단지 쪽 나무에 다들 숨어있고, 한두명만 택시를 잡습니다.
택시가 잡히면 우루루 몰려나와 타곤했죠.
택시기사 아저씨는 뭐라고 말도 못하시고.. "딸래미들 같아서 태워주는거야~~^^" 하고 허허 웃어넘기싶니다.
그렇게 택시 한대에 여서일곱명이 타고 덜덜덜 도서관까지 갑니다.
지금은 학교 바로 앞에 도서관이 생겨서 이런 고생은 안한다고 하더군요.

쉬는 날은 친구들이 모두 파리공원에 모입니다.
손에 손에 김밥이며, 샌드위치며 싸들고 모여서 한바탕 수다꽃을 피웁니다.
집앞에 근린공원도 있었는데 굳이 파리공원까지 갔었답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지만요? 파리공원은 우리모두의 휴식처였죠!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파리공원 칠공주"라고 우리끼리 웃곤 합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에는 5단지 쪽에 있는 양천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잠깐 땡땡이 치는 시간에 파리공원에서 머리를 식히기도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목동에서의 청소년기는 정말 황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목동아이스링크를 빼놓을 수가 없죠^^
파리공원 다음코스는 목동아이스링크입니다.
그때 당시 천원인가, 천오백원인가를 내면 신나게 탈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친구들은 모두 스케이트하면 선수급이죠.
물론 수없이 넘어진 생각이 지금은 더 많이 납니다. 멍도 많이 들었죠!

고 2때였나요?
한창 인기가 있던 10대스타들이 8단지 앞 양천공원(?)에서 공연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공연문화가 많이 활성화 되었지만, 그때만해도 공연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았었습니다.
무슨 공연이었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2시간동안 공짜로 열광의 공연을 감상한 후 당산동에 사는 친구에게 한달내내 자랑을 했던 생각도 납니다.
그 친구는 당산동에서 어찌저찌해서 양천여고로 배정을 받았는데(추측컨데 아무래도 위장전입을 한것 같습니다.), 목동아파트 사는 친구들을 매우 부러워했습니다.
그 당시 어린눈에도 꽤나 좋아보였던 모양입니다.
물론 실제로 사는 친구들은 그런 혜택을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여겼지만요.
지금 생각하면 특혜와도 같은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께 감사드릴 뿐이죠^^

참.. 시험이 끝나면 모두들 신촌으로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지금은 목동현대백화점과 CGV가 생겨서 다들 그쪽으로 간다죠?
하여튼 영화를 보러가는 날은 우리 모두 들떠서 수다가 장난이 아니었죠!!
그때 당산철교가 끊겼는지, 공사를 했는지 지하철에서 내려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합정에서 지하철로 갈아탔던 생각이 납니다.
영화가 끝나면 좌석버스를 타고 왔었는데.. 버스를 타고 다니는게 익숙치 않던 우리들에겐 마치 여행이라도 가는듯 신기한 경험이었답니다.

지금도 가끔 여고시절 생각을 하면서 웃곤 한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동을 그저 돈으로만, 몇억이 넘는다 안넘는다 라는 식으로만 바라보지만.. 목동은 저에겐 안식처와도 같은 곳이죠^^
가끔 게시판에서 목동이 좋다, 강남이 좋다 싸우는 걸 읽으면 정말 마음이 아플때가 많습니다.
어디가 더 좋다를 논하는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 다.
강남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저에게 목동은 강남아니라 비버리힐즈와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여러분~~ 우리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여고시절은 떠올리고.. 또 교생선생님 치마밑을 궁금해 하던 철없던 까까머리 남학생이 되어 보는건 어떨까요?

비도 내리고 해서 감상에 젖어서 한번 써봤습니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인것 같아 죄송하구요, 긴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갑자기 김치 빈대떡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