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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접자니 권리금이 날아갈 판이고 버티자니 임대료가 부담이고….’


버블세븐지역 중개업소 사장들은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거래가 실종된 가운데 임대료와 유지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중개업소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중개업소마저 매기가 없어 죽을 지경이다. 보릿고개에 몰리다보니 일부 중개업소들은 아파트 매물 가격을 주인과 상의도 않은 채 의도적으로 대폭 낮춰 내놓는 경우마저 생겨나고 있다. 일단 매수자부터 잡고 보자는 심산이다.



■“거래 안되고 연 8000만원 유지비에 허리 휜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서울 양천구 목동지역 중개업소. 한창 아파트가격이 오를 때는 거래가 잘 됐지만 최근엔 중개업소 임대료만 오른채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목동 아파트 단지내 중개업소들의 임대료는 월 300만원 정도. 일부 중개업소들은 인터넷과 신문광고를 포함해 광고비만 2000만원을 쏟아붓는다. 보조 중개업자인 ‘실장’(월 100만∼150만원)을 고용할 경우 1개 중개업소의 유지비용은 5000만∼8000만원에 이른다. 최근 입주한 하이페리온2차 아파트 단지내 중개업소는 임대료가 500만원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페리온 2차 인근에 있는 S공인 관계자는 “지난 한달 반동안 매매거래를 한 건도 못했다”면서 “우리는 노변 중개업소라 임대료가 120만원에 불과하지만 하이페리온 2차 입주단지 중개업소들은 임대료가 500만원을 넘기 때문에 지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 서현역 인근 중개업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파트 매수자뿐 아니라 중개업소 사장들도 “상투잡았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임대료와 권리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수익률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L공인 사장은 “폐업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속이 편하다”며 “1억원 권리금 내놓고 본전을 못뽑아 나가는 경우도 있고 퇴직금 털어 장사하겠다고 나선 사람들도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아파트에 있는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다. 이곳 중개업소들의 임대료는 최하 500만원에 이른다.



렉슬 상가 T공인 관계자는 “1년 사이 문닫는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28일 주택법도 통과됐다니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격이 내렸다는 뉴스가 하도 많이 나오다 보니까 가격이 조금 높은 매물을 소개하면 고객들이 ‘그 가격이 아닌데 왜 속여 파느냐’며 짜증까지 낸다”고 말했다.



■“가격 내려서라도 한건하자” 중개업소 가격담합까지


보릿고개를 버티다 못한 일부 중개업소들 사이에선 ‘역 가격담합’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매물가격을 낮춰야 매수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만큼 매수자만 나서면 매도자를 설득해 한건이라도 팔겠다는 심산이다.



최근 서초구 서초동에 분양한 ‘서초 아트자이’를 비롯해 신규 재건축단지 등은 평당가가 3000만원을 넘는다. 그러나 3년 이상 된 단지들은 신규 단지보다 인기가 적어 일부 중개업소들이 ‘평당 3000만원 이하로 팔자’는 암묵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 S아파트에 사는 이선영씨(48 세·가명)는 인근 재건축단지나 랜드마크아파트에 밀려 거래가 안되다보니 중개업소들이 최근 일부 아파트를 ‘평당 3000만원 이하’로 팔자고 합의했다는 얘기를 반상회에서 들었다”면서 “아무리 거래가 안돼도 그렇지 자기들 돈벌겠다고 매물 가격을 의도적으로 깎는 것은 비도덕적인 처사인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개업소 폐업건수 1년사이 두배 급증


이런 실정을 반영하듯 부동산 중개업소 폐업건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1일 한국공인중개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전국 중개업소 폐업건수는 1만644건이던 것이 2005년에는 2만46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도 2만3796개의 업소가 문을 닫아 직전연도보다 폐업이 3300건 늘어났다.



한국공인중개업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이 노후를 책임져 준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며 “개업 후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고 이들 업소는 대부분 새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40∼50대 남성이 창업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규 개점한 중개업소는 2002년 1만9899곳에서 2005년 2만6613곳으로 33%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에는 2만7277개 업소가 개업해 증가율은 2.4%로 곤두박질쳤다.



중개업소 사업여건이 팍팍해지자 중개사시험 응시자도 덩달아 줄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노후 대비는 고사하고 현업 유지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 2003년엔 37만7535명이 응시했으나 지난해에는 37% 정도인 14만4702명만 응시했다.



공인 煞내？시험을 주관하는 토지공사 관계자는 “지난 2005년 말부터 공인중개업 법령 개정으로 응시자격이 미성년자까지로 확대됐지만 응시자는 갈수록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