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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미영(35.서울 강서구)씨는 다음달 말 전세 만료를 앞두고 고민이다. 다시 전세로 살아야 할지, 집을 사야 할지 말이다. 집값이 내년 이후에도 계속 안정될지 불확실해 쉽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집을 사야 하나, 산다면 언제인가.'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30대책 등 정부 규제로 보합세를 보이던 집값이 일부 지역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서 싼 매물이 거래되며 호가가 다소 오르자 안정세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매수를 미뤄온 수요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가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내년 이후에는 집값 전망이 불투명해 연말을 매수 시점으로 잡고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내년 집값 불투명=집값이 오를 재료가 올 연말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내년부터 2주택자 양도세 중과(50%)가 시행되기 때문에 처분을 미뤄왔던 2주택자들의 절세용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주택자를 겨냥한 2003년 10.29대책 이상의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박정현 세무사는 "2주택자들의 상담이 부쩍 늘고 있다"며 "조금 더 지켜보려다 매도 시기를 놓친 2주택자가 내놓으려는 매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늘어나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는 매물도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이은 금리 상승세는 주택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금리가 0.7%포인트가량 올랐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아직까지는 연 6%대지만 7%를 넘어서면 웬만해선 빚을내 집을 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경기전망도 불확실해 주택 수요는 이래저래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년에는 시장 상황이 달라질 변수가 많다. 우선 절세용 매물 처분이 올해 끝나면 시장에 나다니는 매물이 줄어든다. 새 아파트 입주량도 적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경우 올해보다 40%가량 감소한다. 강남권에선 재건축 단지 후분양제로, 수도권 택지지구에선 공공주택 후분양제로 분양물량도 감소할 전망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건설경기 침체와 세금 부담 증가 등에 대한 반발이 커져 주택시장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

◆"지금부터 살 준비해야"=하반기 집값 약세 전망에 변수가 있다. 9~10월 집값 움직임이다. 가을 이사철 수요와 맞물려 주택가격 오름세가 크면 2주택자들이 매도보다 보유 쪽으로 돌아서고 전체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성수기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면 집값 상승 기대를 접은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말 재건축부담금제 시행 등으로 9~10월 집값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둔다. 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지난달과 이달 집값이 예년에 크게 못 미치는 상승률을 보이며 꼬리를 내렸다.

따라서 계절적으로도 비수기인 11월이 적당한 매수 시기로 많이 언급된다. 1986년 이후 서울 집값 변동률을 보면 가장 약세인 달이 11월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2주택자가 적고 절대적인 공급량이 많은 지방에선 매수 시기를 내년 1분기까지 늦춰 잡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1월이 적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사라는 전문가도 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남들이 사면 이미 집값이 오를 때"라며 "마음에 드는 급매물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청약저축액이 고액이거나 40세 이상 무주택자가 아니면 인기 지역에서 분양받기 어려우므로 기존 주택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거주하지 않는 투자용 주택 구입에 대해서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양도세.보유세 증가, 금리인상 등을 감안하면 집값이 더 많이 올라야 투자수익이 생긴다"며 "앞으로 집값 상승률이 이전보다 못할 것이므로 투자 목적의 구입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