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버블 붕괴 외곽부터"…용인 평촌 `살얼음`

[전문가 진단]“평촌 10%이상 낮춘 급매물도

한동안 들끓었던 부동산 시장이 요즘 잠잠해진 분위기다 . 1·11, 1·31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아파트 시세가 모처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는 이미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버블세븐(서울 강남, 서초, 송파, 목동, 경기 분당, 용인, 평촌)’ 지역 새 아파트도 더 이상 웃돈을 기대할 수 없는 양상이다 .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금 집을 구입하자니 꼭지를 잡은 느낌이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과연 집값은 하락세에 접어든 것일까. 버블세븐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방향을 짚어봤다.

■참석자(가나다순):박병호 유은감정평가사무소 소장,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

▶ 요즘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이하 임 대표) : 안정세로 볼 수 없습니다 . 그동안 집값이 너무 많이 뛰어오르다 일시적으로 상승세가 주춤한 것이죠. 주택담보대출 규제 때문에 매수세가 위축된 것뿐입니다 .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 박병호 유은감정평가사무소 소장(이하 박 소장) : 동의합니다 . 안정세라고 논할 수는 없고 ‘무차별 세금과 금융 폭탄’으로 인한 일시적인 혼돈상태라고 할 수 있죠. 정책 때문에 시장이 잠깐 진정됐을 뿐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이하 안 팀장) : 안정세라 고 판단하기 이릅니다 . 지난해 집값이 급등했고 그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심리적인 불안이 해소됐을 뿐이죠. 시장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고 이러한 상황이 오래 가리라는 신뢰조차 없습니다.

　 ▷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이하 양 교수) : 시장 안정세를 논하기 이릅니다 .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대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유력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에 따라 시장은 언제든지 변동할 수 있습니다.

　 ▶ 최근 ‘버블세븐’ 지역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양상입니다 . 버블세븐과 그외 지역 집값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나왔는데요. 그렇다면 버블세븐 중 어느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질까요? 　

▷ 임 대표 : 격차가 줄어든 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버블세븐에 비해 주거 인프라가 떨어지는 비(非)버블세븐 지역의 공급량이 늘었을 뿐이죠. 만약 집값이 폭락한다면 버블세븐이 아닌 지역부터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격차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 특히 양도세가 이러한 격차를 더욱 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나 도곡 렉슬 등 인기 아파트는 고액의 양도세 때문에 매물이 나오지 않아 가격이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 다만 당분간 버블세븐 지역 가격이 떨어진다면 입지여건이 좋지 않은 평촌이나 용인권의 하락폭이 클 것입니다 . 현재 평촌에선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급매물도 나오고 있죠.

　 ▷ 박 소장 : 지금 부동산 수요는 버블세븐 이외 지역으로 몰리고, 공급은 버블세븐에서 나오지 않는 구조로 정리할 수 있죠. 주택담보대출에서 3억, 6억원이라는 금액 규제를 하면서부터 그 이하 가격대 아파트가 많은 버블세븐 이외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뿐입니다 . 앞으로 3~6개월 동안 부동산 시장은 혼돈을 겪을 것입니다.

버블세븐 지역 중에서도 강남, 분당 같은 인기지역보다는 기반시설이 부족한 평촌 시세가 먼저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안 팀장 : 당분간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 하락세가 크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외곽 지역’으로 꼽히는 용인권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 용인은 강남, 분당 등 체계적으로 개발된 곳에 비해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지금도 한창 개발 중인 도시여서 가격 안정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 양 교수 : 단기간 가격이 하락한다면 경기 용인지역과 서울 잠실권이 위험합니다 . 용인은 현재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대부분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들이 많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주변의 시세 급등 여파로 ‘단숨에’ 인기지역으로 떠오른 곳입니다 . 거품 붕괴가 현실화된다면 외곽 지역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용인권을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 의외로 서울 잠실권도 가격이 급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 잠실 주공 아파트단지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2010년쯤 공급량이 크게 늘 것입니다 . 그때 시세가 급락할 수 있죠. 공급량 증대가 강남, 서초구로 이어져 연쇄 하락효과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참여정부에서만 벌 써 10번째 정책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나왔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특히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논란이 많던데요. 　

▷ 임 대표 : 그동안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이 계속 나왔는데 오히려 강남과 비강남권의 격차만 커졌죠. 서민만을 위한 정책보다는 실제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소신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 다수의 서민 표를 의식해 부자들을 잡는 정책만 남발하면 집값 안정은 영원히 기대할 수 없습니다 . 정부도 강남 재건축 규제를 풀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논리를 알고 있습니다 . 하지만 여론 때문에 실행을 못하는 거죠. 이제 과감히 칼을 뽑아야 할 때입니다.

　 ▷ 박 소장 : 지금 정책은 타깃부터 불확실합니다 . 어설프게 ‘소셜믹스(Social Mix)’를 하려다 부작용만 낳았어요. 정작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 부자들을 잡기 위한 정책인지 불분명합니다 . 임대주택 정책도 마찬가지죠. 임대아파트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시장 차원에서 보다보니 정책의 근본 목적을 잃었어요. 어설프게 30~40평짜리 임대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면서 그 성격부터 불분명해졌죠. 수요층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 안 팀장 :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정책도 많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은 어떤 정부라도 적극 추진했을 것입니다 . 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어요. 정부가 ‘집값 잡기’에만 연연하다 정작 중요한 정책을 임기 말에 추진하다보니 힘을 잃었죠. 정부가 세금과 금리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경기 부양, 집값 잡기 모두 실패한 양상입니다 . 둘 중 하나는 포기했어야 합니다 . 다만 실거래가신고제를 과감히 시행한 건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너무 과하게 부과하는 바람에 매물이 사라져 그나마 좋았던 정책 효과마저 상쇄시켰어요. 양도세 정책 자체를 허물 수는 없지만 1주택자 보유세는 점차 완화해야 합니다 . 그래야 매물이 서서히 늘 수 있어요.

▷ 양 교수 : 임대주택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주택개발 주체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구조부터 바꿔야 합니다 . 두 회사는 공·사기업 성격을 모두 띠고 있어 독점적 이익을 내고 있어요. 또한 임대주택은 건설보다 관리가 더 중요한데 주공, 토공은 임대아파트를 제대로 운영, 관리해본 경험조차 없어요. 선진국 사례를 봐도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임대단지는 슬럼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 주택임대청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 개발 논리에만 치우쳐 있는 주공, 토공 대신 임대주택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게 필요하죠.

　 ▷ 박 소장 : 양도세나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용도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 이 세금을 다른 용도로 쓰지 말고 오로지 부동산 사회복지 측면으로만 활용하는 게 필요하죠. 또한 지금 주택공사에서는 영세한 다세대 주택을 죄다 사들이고 있습니다 . 방향은 좋지만 경기 의정부나 광명 등 비인기지역 영세 주택을 사들이기보다는 서울 강남 소형 연립주택 같은 인기지역 물건을 사들여 보유해야 합니다 . 정부가 소유하면서 필요할 때 과감히 물량을 푸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유망지역 땅을 싸게 사들여서 우선 공원을 만듭니다 . 그 후 주택공급이 필요할 때 정부 주도로 아파트를 지어서 공급량을 늘리고 있죠.

　 ▶ 향후 부동산 시장 흐름은 어떨까요? 　

▷ 박 소장 : 양도세 강화 정책이 지속된다면 버블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 사실상 정부가 버블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겹쳐 유동성이 상실된, 즉 자금력이 취약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 앞으로 6개월이 고비입니다 . 지역별로 비인기지역은 죽고, 인기지역은 6개월 후 또다시 급상승할 수 있는 변수가 남아있습니다 . 양극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죠.

▷ 임 대표 : 현재 정권 말기라서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좋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거품이 꺼진다면 버블세븐 지역보다는 그 외곽지역부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죠. 현재 서울에는 연간 10만호 정도가 공급돼야 하는데 지금 4만호 수준에 불과합니다 . 공급량이 너무 적어요. 거품 붕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 정책 흐름이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오히려 거품이 더 낄 가능성이 농후하죠.

　 ▶ 이 시점에서 실수요자들은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 임 대표 : 앞으로 정부가 공급을 계속 늘릴 예정이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은 청약통장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새로 시행될 청약가점제 역시 눈여겨봐야죠. 다만 서울 강북 소형 재개발 지분 투자는 주의해야 합니다 .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 성수동 재개발 지분은 평당 4000만원이 넘지만 실제 재개발 부담금까지 계산하면 24평 아파트를 받기 위해 6억5000만~7억원이 듭니다 . 주변 시세보다도 훨씬 비싼 금액이죠. 유주택자는 갈아타기를 해도 좋을 시점입니다 . 집이 잘 팔리지 않더라도 과감하게 팔고 인기지역으로 이주해야 합니다 . 현재 대부분 정책이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성격을 띠고 있지만 비수기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죠.

　 ▷ 박 소장 : 요즘 경매시장이 유망해요. 경매 직전의 급매물도 노려볼 만합니다 . 과거 경매시장에서는 원래 시세보다 10~15%가량 가격이 낮은 물건이 많았지만 지금은 20~30%까지 떨어진 물건도 나오고 있습니다 .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해외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많지만 아파트 같은 일반 상품은 위험합니다 . 자신이 없다면 해외 토지를 노려보는 게 좋죠. 다만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조심해야 합니다 . 언제든지 규제 정책이 마련될 수 있고 수익금도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가져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 차라리 소액으로 펀드 투자에 나서는 게 현명합니다 . 그나마 영미권 부동산 투자는 괜찮습니다.

　 ▷ 안 팀장 : 몇십억 원대 자산을 가진 강남 부자들도 아파트 대신 건물을 사들이고 있어요. 더 이상 못 참고 ‘한 채는 팔겠다’고 상담하는 경우도 많아요. 10억원 이하 자산가들은 주식, 부동산 모두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골프회원권 투자에 관심이 많죠. 이제 부동산 투자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회·정리: 김경민 기자]
<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02.15 19:29:0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