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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이전은 지난 16대 대통령선거 기간 중에 노무현 대통령 후보측의 선거공약으로 시작되어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국가 전반적으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각 지역은 지역대로,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찬반논리로 팽팽하게 대치함으로써 국가적인 분열을 더욱 조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동안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집단에서 꾸준히 신행정수도이전에 대한 반대의견이 제기되어왔으나, 정부는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국민적인 합의의 도출없이 행정수도이전을 강행해 왔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를 할 때는 행정수도이전만을 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공약사항과 후보자의 자질 등을 한꺼번에 고려하여 투표하기 때문에 노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이 곧 행정수도이전의 국민적 합의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보다 노무현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훨씬 더 많은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 후보의 선거공약이라는 것이 행정수도이전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하고 있는 신행정수도이전에 대한 구상이 지닌 문제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행정수도이전 비용과 관련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돼 더 이상 행정수도이전이 국민들에 대한 공적약속으로서의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국가부담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이전비용이 최초 2조원이라고 주장하다가 다시 6조원으로 말을 바꾸고, 마지막엔 4조 5000억원이면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년 11월 7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 지원단은 “이전비용이 국가부담 11조 2000억원을 포함 총 45조 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이전비용 4조 5000억원이 선거용 허언이었음을 입증했다. 아직 정확한 계산 없이 개략적인 추산만으로도 당초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비용의 10배가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국책사업에서 볼 수 있었던 바와 같이 일단 시작하고 나면 눈덩이처럼 그 비용이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처럼 정치적 목적을 지닌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가진 비효율성은 새삼스럽게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둘째, 신행정수도이전의 논거로 제시하고 있는 수도권과밀화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1월 7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 지원단의 보도자료를 보면, 2030년까지 수도권 인구 51만 3000명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1년 현재 수도권 인구는 2천2백5십1만5천명이다. 신행정수도를 이전할 시 정부가 인구분산효과로 제시하는 51만 3천명의 인구는 현 수도권 총 인구의 0.02%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0.02%의 수도권 인구분산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이전하는 인구 1명당 1억원에 가까운 이전비용이 소요되는 것이다. 진정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한다면 10조원 밖에 들지 않을 호남고속철도의 건설과 물류중심국가로서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이 앞서야 할 것이다.

국토균형발전특별법에 의하면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5조원 규모로 상정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에 5조원을 들이면서 신행정수도건설에 46조원을 들이겠다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것 같다. 그만한 재원이 있다면 각 지방마다 5조원씩 나누어주고 지방마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 산업과 교육체제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온 국민의 염원인 통일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신행정수도의 위치, 기능, 그리고 규모는 통일을 전제로 결정되어야 한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나라의 새틀을 짜는 중대한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통일 한국의 청사진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신행정수도건설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란 불균형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통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통일 이후 현재 수도권과 비수도권 불균형문제보다 더 심각한 남북불균형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통일 이전의 남한만의 상태를 기초로 신행정수도를 건설한다면 우리는 통일 이후 또다시 수도의 위치, 기능, 규모에 대하여 논의를 재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극단적인 경우, 통일 이후 수도를 또다시 이전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신행정수도이전은 지금처럼 국민적 합의 없이 계속 진행시켜서는 안된다. 신행정수도건설은 30년 이상 걸리는 국가적 대사이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헌정질서 속에서 실현 가능한 과업이 아닌 것이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행정수도이전사업은 연기, 취소,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서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더 많은 비용을 낭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국민적 합의의 도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 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부 교수 이영수/유니에셋 http://www.uni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