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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과 분당의 차이

요즘 일산에 집 가지고 계신 분들 속 많이 상하시죠?
일산에 사시는 분들 대부분 서울에서 오신 분임을 감안하면 일산으로 오실 때 다들 일산으로 갈까? 분당으로 갈까? 고민 많이들 하셨을 거예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전 직장이 광화문인 관계로 일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돌 되기 전 일산에 온 큰 아들은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이 될 정도로 세월이 흘렀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2000년 전에는 둘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지요. 
물론 분당이 비싸긴 했지만, 정말 조금만 더 보태면 분당에 갈 수 있었거든요. 
2003년 여름을 전후해 분당이 폭등했을 땐, 일산도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조금은 올라주었죠. 
그런데 지난 두달사이 분당의 상승세를 보니 조금은 속이 아프군요 ^^;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벌어졌을까요? 
먼저 분당 상승의 요인을 살펴보죠. 
많은 분들이 기본적인 입지의 차이와 발전축, 그리고 신분당선을 이야기하시더군요. 
강남과 접해있어 재작년 강남 폭등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고, 요즘은 판교 덕에 또 올라가는 것을 보니 분당이 좋은 자리에 있긴 한가 봅니다(이런 걸 어부지리라고 하나요?).

발전축도 일리 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 등 여하튼 북쪽보다는 남쪽으로의 개발, 발전이 예상되는 시점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데 그것 만으로 재작년과 올해 폭등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최근 판교의 영향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작년 내내 그리고 올해초까지 판교 분양은 분당에 호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판교 분양가가 얼마가 된다더라는 뉴스 하나에 탄력을 받기 시작하더군요. 
사실 그당시 언론에 나온 판교 분양가는 예전부터 대충 이야기되는 수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행정수도 건설 건도 그렇습니다. 작년에만 하더라도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주택/도로/토지공사가 입주해 있고, 공무원들이 제법 사는 분당도 여타 수도권처럼 타격을 받을 것으로들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행정도시와의 접근성을 내걸어 강남보다 우위에 있니 어쩌니 하는 말들이 있더군요. 
한마디로 말해 상황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말이죠. 

저는 이점이 분당과 일산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위기를 잘 타고 또 그에 맞게 포장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거죠. 
그것이 지역민들이 만드는 것인지, 부동산 업자들이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언론에서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분당쪽 사람들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어느 동네보다 한수 위에 있는 선수들입니다(분당은 작년 4월 26일 주택거래 신고지역 지정 이후 올 3월 중순까지 모두 1713건의 주택거래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 3월 28일자 매일경제 참조, 즉 2천건도 안되는 거래(2%)로 10 만 가구의 아파트 값이 올라간거죠).

분당과 일산의 차이를 만든 또 다른 요인은 새 아파트의 공급입니다. 
파크뷰로 대변되는 백궁정자 주상복합단지에 가 보셨는지요? 
친구 집이 그곳에 있고 저도 그곳에 투자한 것이 한채 있어 가끔 가보는데 갈 때 마다 근사하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산과 분당 모두 초기에 입주한 단지들은 벌써 건설된 지 10년이 지났지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조금 낡은 듯이 보일 때 신평면과 고층으로 무장한 새 아파트를 보게 되니 어찌 옮기고 싶은 마음이 안들겠습니까?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 값은 올라가고 그에 따라 주변에 아파트도 덩달아 올라가고... 

그런데 요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 건설을 먼저 추진한 곳은 분당이 아니라 일산이었다는 것 알고 계십니까? 
백석역 근처 출판문화단지 부지에 50층 전후의 주상복합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나온 것이 제 기억엔 2000년인 것 같습니다. 
그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일산주민들(혹 시민단체 아닌가요?)의 반대에 부딪쳐 50층이 35층이 되고 결국엔 사업이 무산되었습니다.
만약 그 주상복합 단지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아마도 백석역 아니 일산 전체가 지금과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일산엔 이른바 랜드마크라고 불리우는 대표적인 아파트 단지가 없지 않습니까? 
지난 일이지만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시민단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분들 노래하는 분수대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반대하셨었죠? 
그때 반대하셨던 분들 요즘 어디서 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신분당선과 경의선도 분당과 일산의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경의선 쪽에는 관심이 적어 잘은 모르지만, 지하화니 지상화니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지요? 
제가 보기에 일산은 여러 측면에서 스스로가 집값 상승의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일산 참 살기 좋은 곳이죠. 
저의 실제 생활 모습 중 다른 곳이라면 경험하기 힘든 것을 몇가지만 적어보면, 출근길 아파트 옆 공원 나무에 앉아있는 새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고, 퇴근 길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으며, 토/일요일 아침엔 계절별로 변화하는 나무와 꽃들로 가득한 호수공원을 달리죠. 
주말 저녁이면 아이들 손 잡고 분수대 주변을 산책하는 기분 그거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 외에도 일산이 좋은 점 정말 많이 있겠죠(제가 모르는 일산의 좋은 점 있으면 리플 환영합니다).

거주 환경만 놓고 보았을 때의 분당과 일산의 가격 차이는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이 워낙 다양하기에 현재의 가격 차이를 부정할 수 만은 없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죠. 
분당이 분당분들의 주장대로 가장 비싼 거주지가 될& nbsp;수도 있고, 지금의 상승이 일장춘몽으로 잊혀질수도 있죠. 
또 압니까 일산이 새롭게 부각될지?

분당분들이 싫어하실지도 모르지만 제가 굳이 분당과의 비교를 해본 것은 일산이 앞으로 있을 여러 기회들을 과거와 같이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습니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킨텍스 개장을 시작으로 조만간 있을 오페라하우스 개관, 차이나타운, 스포츠몰, 아쿠아리움, 한류우드 등 향후 5년간 발전 계획이 빼곡합니다. 
게다가 파주에 건설되는 LG LCD 단지는 파주와 일산 모두에게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일산은 한단계 아니 두서너단계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일산이 마지막 도약의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PS : 이글을 올릴까 말까 여러번 고민했습니다. 아직 내집을 장만하지 않으신 분들 때문이었죠. 
일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적은 글이구나 하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시오. 
분당분들 왜 가만히 있는 우리하고 비교하고 그래 하며 언짢아 하지 마십시오. 
분당과 일산 모두 발전하길 희망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판에 시간에 쫓기며 쓰다 보니 뒷부분이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드네요.  일산의 발전 비젼에 대해서는 향후 여유가 생기면 올려보도록 하죠. 
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