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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님의 글을 빠짐없이 읽었던 한 사람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외람되지만, 고언을 올리고자 합니다.

일산에 연고가 많은 저로서는 처음에 용쟁호투님의 글을 읽고 기분이 참 좋았었습니다. 이렇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산의 미래와 청사진을 제시하는 분이 계시니 든든하구나, 일산과 고양의 앞날이 참으로 밝구나 싶어서요. 해외 견문도 넓으시고, 도시개발에 대해 식견이 높으신 것도 존경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갈수록 님의 글을 클릭하지 않게 됩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점점 현실성이 떨어지고 설득력도 잃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언제부턴가 님의 글에는 20~30년 후, 아니면 더 먼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만 가득하고, 현재 이런저런 질곡을 겪으면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관심사나 삶이 전혀 녹아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님은 삶의 질이라는 것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님이 현재 고양시의 실무를 담당하는 분이 아니기에 망정이지 만일 그랬더라면 고양시나 일산은 내적 건강함보다는 외적 화려함, 그저 남의 눈에 번듯한 몇몇 구조물 올리는데 신경쓰느라 주민들의 삶의 질은 더더욱 질곡 속으로 빠져들었을지 모릅니다.

오늘 쓰신 글에 하도 견강부회가 심하여 제가 이런 외람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만, 로맨틱이라는 단어를 수십번 나열하고, 파리의 명소 이것저것을 함부로 끌어다대셨는데요. 오히려 그런 억지가 님의 글의 설득력을 자꾸만 떨어뜨린다는 것을 왜 모르시나요?


주엽역에서 호수공원으로 진입하는 고가도로가 파리 세느강의 퐁네프의 다리라굽쇼? 장항 I.C, 이산포I.C가 파리의 개선문이라굽쇼? 킨텍스가 에펠탑이고, 파리 근교의 포도밭이 화훼단지라구요? 라페스타가 젊은이의 파라다이스? 돼지갈비집과 노래방이 즐비하면 파라다이습니까? 거기 어떤 문화시설이 있죠? 그것도 1층에 몇몇 잘 되는 점포 외에 2,3 층 상가들은 거의 다 죽어가고 있는데 상인들은 권리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압니다.

다른 분들은 용쟁호투님의 저 글이 공감이 가십니까? 감동적입니까? 가슴이 따뜻해지고 희망이 용솟음칩니까? 지나가던 개가 웃고 소가 웃겠습니다. 비슷한 걸 찍어다 대느라고 애는 많이 쓰셨습니다만, 고양시는 고양시지 파리가 아닙니다. 그렇게 억지를 써가면서까지 파리를 닮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습니다.


물론 꿈을 꾸는 것은 좋습니다.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살 환상 하나쯤 있어도 나무랄 수야 없겠죠. 하지만 님이 진정 일산구민, 고양 시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 지역을 사랑하신다면 현재 우리가 발붙이고 선 자리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들과 불만을 어떻게 하면 속히 해결할 수 있는지 함께 모색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경의선 복선화에 대해서는 2009년 조기개통(입이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그게 늦어도 한참 늦어진 것이지 어찌 조기개통입니까?)이다, 2007년말 예정대로 개통이다, 당국자들마다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버스 중앙차선제로 일산 중앙로를 비롯한 주변 도로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서울로 가는 길은 꽉꽉 막혀 있어서 출퇴근 시간에 도닦는 심정으로 앉아 있지 않으면 차문 열고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우선 교통망이 제대로 확충되어야 교통지옥이라는 일산의 오명을 하루빨리 벗어버릴 수 있습니다. 기본 인프라 없이, 출퇴근에 몇 시간씩 차에 앉아 있어야 하고, 그러기 싫으면 꼭두새벽부터 별 보고 나와야 하는, 강남 한 번 나가 보려면 반나절씩 걸리는(지금도 그런데 앞으로 파주 운정, 다 입주하면 어떻게 될지 차마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다른 미사여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군요. 먼 미래를 보고 현실의 불편함은 좀 참으라구요? 이것부터 빨리 해결하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먼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지요. 그것 때문에 처음에 님의 팬이 될 뻔 하기도 했었으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님의 글을 읽고, 일산과 고양의 당면 과제와 현안들이 조기 해결되는데, 큰 도움이 되어주실 수 있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님은 너무나 심한 이상주의자이십니다. 장밋빛 청사진 제시는 이미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하셨습니다.


이제 제발 땅으로 내려오십시오. 좀더 현실에 발을 붙인 님의 글을 보고 싶습니다. 파리와 일산의 억지스런 비교 그런 거 말구요...


제 글이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