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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분당~강남 버스 타보니
“미운 오리새끼 신세가 바로 요즘 경기도민 처지가 아닙니까. 서울시는 교통체계 개편한답시고 실수를 연발하지만 그래도 서울시민은 혜택을 보는데, 경기도민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아무도 돌봐주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한겨레>기자는 5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 성남 분당새도시 서현동 시범단지 앞에 정차한 1500번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색깔이 안 바뀌었는데, 노선도 그대로입니까” “다른 버스로 환승할 때 요금은 할인이 됩니까” 교통카드단말기에 카드를 들이댄 승객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운전사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경기 광주시에서 분당새도시를 거쳐 서울 강남역을 오가는 이 버스의 운전사는 2시간 남짓한 운행시간 내내 승객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서울시의 버스체계 개편 뒤 닷새가 지났지만, 매일 똑같은 질문에 시달려야 하는 운전사는 “교통 안내원을 따로 두든지 해야지, 어떻게 운전하라는 거야”라며 혼잣말로 투덜댔다.

일부 승객들은 파김치가 된 운전사가 안쓰러운지 스스로 교통체계 개편에 대한 정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듯했으나, 표정은 금세 ‘그러면 그렇지’로 바뀌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환승할인이 되는지, 또는 노선이 바뀌었는지를 알리는 문구는 없었다. 엉뚱하게도 영어로 된 노선표 한장만 달랑 붙어 있었다.

승객 김문일(37)씨는 “어차피 강남까지 1시간 이상 버스 안에 있어야 하는데, 교통체계 개편에 대한 안내문을 나눠주거나 방송을 해주면 혼란이 덜 할 것 아니냐”며 당국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행정을 꼬집었다.

더욱이 환승할인을 받지 못해 입이 나온 경기도 버스승객들은 “서울시가 양재 시민의 숲에서 강남역쪽으로 설치된 중앙차로를 이용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는 뉴스까지 흘러나오자 “위성도시에 사는 게 실감이 난다”면서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는 듯했다.

오후 12시20분께 광화문에서 강남역을 지나 분당새도시를 운행하는 1005-1번 버스에 올랐을 때도 승객들의 질문은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운전사의 불만까지 뒤섞여 버스 안은 마치 ‘시사 토론장’을 연상케 했다.

운전사가 “심야버스를 운행하기 때문에 서울버스 운전사들보다 힘이 더드는데 경기도는 서울시만 쳐다보면서 근로조건나 승객불편에 아무런 대처도 못하고 있다”며 불평했다. 이에 질세라 한 승객도 “기사 양반도 이참에 서울버스로 직장 옮기슈. 우리도 여차하면 서울로 이사갈테니”라고 말해 버스안을 허탈한 웃음으로 몰아넣었다.

분당새도시 미금역에 버스가 도착할 즈음 버스 안에서는 “오늘도 즐거운 여행이 되셨습니까.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무뚝뚝한 기계음만이 흘러나왔다. 성남/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