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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서울 곳곳서 리모델링한다는데…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약 30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공사중인 곳은 방배동 궁전아파트 정도에 불과하다. 행위허가(사업승인)를 받은 곳도 당산동 평화, 잠원 한신13차 등 일부다.

"혹시라도 재건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리모델링을 결정하는 단지는 가뭄에 콩나듯 하는 셈이다.

◆ 재건축 안돼 리모델링

= 지난 7월 강남구청에 행위허가를 신청한 강남구 도곡동 동신아파트는 재건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리모델링을 선택한 사례다.

조합 관계자는 "가~바 동까지 6개 동 가운데 가~마 동까지 5개 동은 기존 용적률이 207%"라며 "최대 용적률(250%)까지 재건축을 한다 해도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을 맞추다 보면 주민들은 평형을 넓히기 힘들다고 판단해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지 모양상 재건축을 하게 되면 일부 가구는 동향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재건축을 선택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동신아파트 바동과 상가는 용적률이 150%에 불과해 재건축시 평형을 넓힐 여지가 많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리모델링 조합측은 설명한다.

◆ 막연한 재건축 기대 상존

= 현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고 리모델링을 장려하면서 리모델링이 유리한 단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존 용적률이 높고 대형 평형을 위주로 한 단지들이다. 이런 단지는 재건축을 하게 되면 용적률을 크게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임대아파트와 소형평형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단지들도 일부 주민들이 재건축에 대한 기대를 섣불리 버리지 못해 리모델링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주민들이 꽤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1차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리모델링 추진이 쉽지 않은 곳이다.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된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압구정동 아파트들이 초고층으로 재건축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리모델링을 꺼리는 주민들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초고층으로 재건축되면 서울 시내 최고 주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해 '일단 기다리자'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얘기다.

◆ "가만히 놔둬도 집값 오르는데 …"

= 리모델링 추진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집값 상승이다. 통상적으로 리모델링을 위한 시공사가 선정되면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아파트값이 오른다.

이때 일부 주민들 사이에 "아파트값이 올랐는데 굳이 지금 당장 리모델링할 필요 있나" "재건축 규제가 혹시 완화될지 모르니 몇 년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리모델링이 중단되곤 했다.

특히 최근처럼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감소한다.

한 대형 건설사 리모델링 전문가는 "시공사 선정 후 아파트값이 오르면 주민들은 목표했던 수익률이 충족됐다고 느껴 '기다리자'는 심리가 확산돼 4~5년은 그냥 훌쩍 지나가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결국 겨울에 파이프가 터지고, 윗집 바닥에서 물이 터지면서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다'는 상황이 되어야 리모델링이 시작되더라"고 털어놓았다.

◆ 수익률 꼼꼼히 따져봐야

= 전문가들은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재건축을 기다릴 게 아니라 수익률을 꼼꼼히 분석해 리모델링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모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단지는 재건축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리모델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단지가 있어요. 평형대가 32평형 이상이에요. 대지 모양도 재건축을 하기에 적합하지도 않아요. 용적률도 높아서 가구 수를 늘리기가 힘들어요.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채우고 임대아파트를 배치하면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요. 재건축 후에 지금과 같은 평형을 받는다고 해도 추가부담금이 4억원이 넘어요. 그런데도 재건축 기대감에 빠져 있어요. 지금부터 재건축 추진위 설립해서 간다면 최소한 10년은 걸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을 기다려야 할까요."

이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수주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엄밀한 검토 없이 재건축을 무작정 기다리면 노후된 아파트에서 계속 거주하면서 삶의 질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손익계산서를 꼼꼼히 따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매일경제 10월27일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