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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불구, 벤처타운이 인기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일대에는 대규모 아파트형 공장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며, 공급이 끊기고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분양가 및 매매가, 임대료가 계속 치솟고 있다.

벤처타운의 최대 수요처는 기업들이다.

주로 비싼 사옥을 짓지 못하는 중소·벤처기업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최근 강남 등지에서 오피스 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임대료가 상승하고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지면서 벤처빌딩으로의 이주수요가 줄을 잇고 있다.

벤처빌딩 시대 열리나

벤처빌딩은 1940년대 영국에서 시작돼 국토가 좁은 싱가포르 등에서 활성화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관련법이 시행되었고 이후 급속도로 확산됐으며 최근에는 외관과 내부가 더욱 고급화된 호텔수준의 건물로 진화하고 있다.

벤처빌딩은 동일 건축물에 다수의 공장, 사무실이 동시에 입주할 수 있는 집합건물로서 일반적으로 오폐수 소음, 진동 및 악취, 분진 등이 기준치 이상 발생하는 업체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입주가능 하도록 규정돼 있다.

주로 정보통신업, 지식산업, 연구소, 영화·영상, 컴퓨터 소프트웨어개발, 디자인, 도시형제조업, 벤처업체 등의 사업체가 입주해 있다.

정부에서는 수도권 지역의 제조업 활성화와 중소제조업체의 입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형 공장에 대한 자금, 세제 등의 정책지원을 확대하였고, 그 결과 공급 및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벤처빌딩은 서울 구로동, 가산동, 성수동, 문래동과 경기도 분당, 안양, 일산, 인천, 부천 등 여러 지역에 분포돼 있으며, 수도권 지역에서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단지 형성이 가장 잘 된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과 구로구 일대는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2000년 이후 행정상 정식명칭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다. 급속도의 발전으로 옛 모습을 말끔히 지우고 새롭게 태어난 이곳은 현재 ‘제 2의 테헤란벨리’로 불리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집계한 ‘2월 국가산업단지 동향’에 따르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총 노동자는 9만8261명으로 2000년 3만2958명에 비해 198%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9만7275명에 달했던 상주 인력이 두 달 새 1000명 가까이 늘었고, 2개월에 130개 업체가 새로 입주할 정도로 성장세가 빨라 5월 중 10만 명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입주 업체는 지난 2월 현재 7517개 사로 2000년 712개 사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일반 오피스 대비 장점 ‘수두룩’

아파트형 공장은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 및 첨단·연구·지식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사업으로 중소기업지원자금을 최대 70%까지 지원해주는 동시에 입주 시 취·등록세를 100%감면해주며, 5년간 재산세 50% 감면혜택도 주어진다.

관리비 또한 3.3㎡당 5000원대로 일반빌딩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전기·수도료도 산업용으로 분류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소·벤처기업에 안정적인 업무장소를 제공하고 시설의 공동이용으로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점, 이러한 원가절감 덕분에 경영성과가 향상돼 최신경영기법의 도입이 용이하다는 점, 능률적인 작업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생산성의 향상, 중앙난방시설과 각종 부대시설 설치로 작업편의성 제공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사업종의 밀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자기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정한 투자이익을 제공하며, 대도시 부근 입지로 인력수급이 원활해 물류비용의 최소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3년만 해도 300~340만원 대였던 분양가가 현재 500만원대를 전후로 최고 700만원대에 이르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벤처빌딩은 취득·등록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개별 냉·난방을 통해 관리비도 일반 오피스보다 훨씬 저렴해 인기가 많다”고 전하며 “최근 땅값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대기수요가 충분해 앞으로도 상승세가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초 입주 시 매매 및 임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잘 따져보고 입주해야 하며, 인구밀집으로 인해 주변에 교통체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각종 편의시설과 금융시설이 부족하다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벤처빌딩내 상가도 ‘인기’

동일 건물 내에 위치한 상가 또한 안정적인 투자처로 관심을 끌고 있다.

벤처빌딩은 업무 공간 외에 연면적의 30~50% 정도가 휴게실 및 구내식당, 상가 등의 지원시설을 갖추도록 정해져 있는데, 이 중 상가 비율은 전체의 10%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30%선인 것에 비하면 상가비율이 현저히 낮은 데다, 일반상가와 달리 중복 업종에 대한 입점을 막는 규제가 있는 경우에는 건물 내 상주인구를 상대로 한 독점 영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공장 근로자 수요가 많다 보니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마다 한참 줄을 서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일반 근린상가와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분양한다. 물론 상가투자자들에겐 상층부 업무시설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주는 세제지원 등의 혜택은 없다.

전문가들은 상가 투자 시 가장 먼저 고려할 요소로 주 고객층이 건물 내 상주인구인 만큼 공실률을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박대원 수석연구원은 “공장 내 상가 분양가는 현재 1000만~2000만원대에 불과해 타지역 일반 상가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전하며 “하지만 업종의 선정, 건물의 공실률, 상가의 층과 방향·위치 등을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변에 공급과잉 현상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은지 등도 따져야 한다. 2000년~2004년 4년간 투자자와 중소 벤처기업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공급과잉으로 침체상태에 빠져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SG뱅크 상가경제연구소 유영상 소장은 “주중에 매출이 이뤄지는 구조”라며 “때문에 출퇴근 인구 동선을 고려해서 상가의 위치를 선택해야 하며, 업종의 경우에도 음식점이나 금융관련 업종은 유리하지만 근린생활업종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주택신문 이상혁 기자 shlee@housin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