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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시개발 정책이 기존 교외 확장에서 도심 회귀로 크게 바뀌었다.

신도시 개발로 인한 무분별한 국토훼손, 예산 과다 지출,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은 사회 변화 현상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조치다. 부동산값 폭등을 잡기 위해 신도시 건설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던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도시계획의 기본 정책을 과거의 신도시 건설에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조성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콤팩트 시티는 기존의 도심 중심가에 상점이나 공공시설을 밀집시키는 개념이다. 이같은 정책 전환은 기존 확장형 도시 정책이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낸 데 따른 것이다.

확장형 도시정책은 승용차를 이용할 수 없는 고령자나 장애인은 거주 자체가 힘든데다 생활비도 많이 들고, 또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성은 보고서에서 “무질서·산재(散在)형의 도시구조에 제동을 걸고, 중심 시가지 진흥에 가속페달을 밟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은 그동안 인구 증가 및 부동산값 폭등 등에 대처한다는 이유로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등 대도시 인근에 거의 예외없이 신도시를 조성해왔다.

콤팩트 시티의 성공사례도 있다. 일본 동북부 아오모리(靑森)시는 1970년부터 30년 동안 신도시 정책을 통해 1만3천여명을 도심에서 교외로 이주시켰지만 폐해가 적지 않자 정책을 바꾸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도로나 상·하수도 등 인프라 정비에만 3백50억엔(약 3천5백억원)이 소요됐다. 도로 정비 비용이 급증한 것은 물론 도심 유입 교통량 증가 등으로 새로운 교통문제가 발생했다.

동시에 도심부의 야간 인구 감소, 중심 상업지 구심력 저하 등 도심 공동화 같은 부작용도 속출했다.

이에 따라 시는 1999년 도시계획의 마스터플랜을 재정비해 교외개발을 억제하고, 시 중심부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 때까지의 도시 기능 분산 정책 대신 거주·생활을 중심으로 한 기능 집중 정책으로 바꿨다.

구체적으로는 시를 이너(inner·핵심), 미드(mid·중심), 아우터(outer·외곽) 등으로 나눴다.

구 시가지를 중심으로 한 이너 지역은 재건축 등을 통해 토지 활용도를 높여 주거지역화하고, 미드 지역은 공원, 녹지 등 주거 환경 보전 지역으로 정했다.

아웃터 지역은 산업시설, 레저시설 들이 들어서도록 했다. 그 결과 현재 아오모리 도심지역은 상업시설이나 주거용 맨션 등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신도시 탓에 철거 러시가 이어졌던 전통 상권도 활력을 찾았다.

일본 정부는 일단 이번 정책이 도시계획의 근간을 바꾼다는 점 때문에 관련부처와의 연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상점 및 지주, 주민들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동시에 경제산업성 등이 중심이 돼 도시계획법, 중심시가지 활성화법, 대점포 입지법 등 관계법령의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요즘 부동산 등의 문제가 첨예화되고 있는 줄 안다”며 “그러나 단순히 집값을 잡는 데서 한발 나아가 21세기형 종합 주거공간으로서 도시 기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kyunghyang〉